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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대가 온다<199>]-반려동물 보험상품 시장
‘깜깜 병원비’ 낳은 정부 무관심에 반려인 지갑 얇아진다
의료비부담 절감 대안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위한 선결과제 수두룩
김진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3-28 12:48:03
▲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급격한 성장추세인데 반해 ‘동물병원 진료비는 부르는게 값’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의료체계가 기형화 돼 있어 시급한 개선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내 수술실·응급의료센터·중환자실(사진 왼쪽)과 반려견의 치료과정을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있는 한 수의사 모습 ⓒ스카이데일리
  
#1.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김미은(여·55) 씨는 반려견 ‘쵸코’(시츄종)가 노령화로 인해 시력과 청력이 약해져 매달 한 번 인근 동물병원을 찾는다. 간보조제, 안구건조증치료약 등 필요한 약을 처방받는다. 두 달에 한 번은 방사선 촬영도 한다. 이런 식으로 병원을 다니면 병원비가 한 달 평균 40만 원 가까이 나온다. 적지 않은 비용이 부담되지만 생활비를 아끼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2. 박민애(여·37·강남구 논현동) 씨는 최근 반려견 ‘루카이’가 항문낭 파열증세를 보여 한 달간 2차동물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다. 다행히 치료가 잘돼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하지만 하루 병원비가 35만 원 꼴이어서 박 씨는 1000만원 가까운 병원비를 지불해야 했다. 언제 또 병원에 갈지 몰라 동물보험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포기했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늘어나고 진료비 지출규모가 커지면서 반려동물 병원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급격한 성장추세인데 반해 동물병원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기형화 돼 있어 시급한 개선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 해결책으로 보험이 지목되고 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한 진료비 체계로 인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도 내 식구”…병원비 부담 2년 새 30% 급증
 
보험업계와 반려동물 관련단체들은 △반려동물의 개체 수 증가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성장 △의료기술 발달과 의료서비스 수요증가 등을 볼 때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험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보험연구원·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동물병원·펫샵·사료·용품 등 우리나라 반려동물 연관시장 규모는 연평균 16%의 높은 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반려문화 선진국인 일본의 15%, 미국의 3% 수준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가구당 반려동물 양육 비중은 30.9%로 독일(38%)·일본(27%) 등과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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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개체 수 증가세도 눈에 띈다. 2010년 476만에서 2017년 874만 마리로 증가한데 이어 2027년에는 잠재적 포화 수준인 132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병원 방문율 역시 반려견은 2017년 69.1%에서 2018년 77.8%로, 반려묘는 같은 기간 51.5%에서 60.2% 등으로 각각 늘었다. 
 
▲ 동물병원 진료비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해 반려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해결책으로 보험이 지목되고 있지만 불투명한 진료비 체계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반려인들이 지출한 병원비 영수증들 ⓒ스카이데일리
    
동물병원을 찾는 이유도 다양하다. △예방백신 접종 △심장사상충 예방 △내·외부기생충 예방 등이 가장 많은 가운데 △상부호흡기계질환 △호흡기질환 △피부염·습진(6.4%), △외이염(6.3%) △말라세치아 감염 △곰팡이성 피부염 △치주염 △결막염 △농피증 △소양증 △무릅골탈구 △중성화수술 △건강검진 △설사 △구토 △파행 △외상·상처 △이물섭식 등이 대표적이었다. 진료 분야는 점차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동물병원 카드결제액은 지난 2015년 6712억원에서 2017년 9140 원으로 2년 새 30% 이상 증가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동물병원 수도 덩달아 늘어났다. 2016년 4173곳, 2017년 4425곳, 2018년 4524곳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부르는 게 값’ 진료비, 가입동물 식별 불가…반려동물 보험시장 활성화 장벽 높아
 
다수의 전문가들은 동물병원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의미는 그만큼 반려인들의 경제적 부담도 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적게는 수시반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은 동물유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 절감을 위한 해결책으로 관련 보험시장 활성화가 꼽히고 있지만 이 역시 현실화되기엔 장애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병원의 진료표준수가와 상병코드가 없어 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심한데다 반려동물의 신분증 격인 동물등록율이 50%대 수준에 그쳐 보험가입에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험가입 수준은 2017년 기준 0.1% 미만에 그치고 있다. 영국 25%, 일본 6%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반려동물 보험시장 규모 역시 10억원에 불과해 미국 1조1353억원, 일본 4671억원 등에 비해 턱없이 작다.
 
김성일 펫저널 대표는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보통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기점으로 반려동물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불과 3년~4년 사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반려동물 건강관련 상품과 의료시장 역시 급속히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보호자의 85%가 동물병원 진료비용에 부담이 가장 크다고 답변한 것처럼 진료비를 낮출 수 있는 정부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는 곧 반려동물 보험시장의 활성화 여부와 직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진료비가 표준화 돼 있지 않다보니 보험사 입장에선 부담해야 할 진료비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진료항목에 대한 통계자료도 없어 보험료율 산출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입조건이 까다롭고 보장범위가 작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알지만 의료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상품을 내놓을 수 는 없지 않느냐”며 “정부가 하루빨리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 전문가들은 현재 국회에 상정된 △표준진료수가 제도 도입 △진료비 사전고지·공시제 실시 △진료항목 표준화 마련 등을 담은 법안들이 처리될 경우 반려동물 보험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메리츠 화재해상보험 ‘펫퍼민트 Puppy&Dog보험’(위쪽)과 삼성화재해상보험 ‘반려견보험 애니펫’ [사진=각 사]
   
지난 2008년 동물등록제 실시, 동물 유기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개정 등을 계기로 현대해상의 ‘하이펫 반려견강보험’을 비롯한 여러 보험 상품들이 출시됐지만 손해율 문제로 결국 판매가 중단됐다. 2014년에 동물등록제 의무화가 시행 이후 다시 한 번 반려동물 보험상품들이 등장했지만 현재는 일부 상품을 제외하곤 판매 중단된 상태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과거 반려동물 보험상품이 많이 출시 됐지만 보험을 판매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수다 회사가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시 3개사가 철수하지 않고 보험상품 판매를 계속했는데 한 해에 3개사를 합해도 가입 건수가 2000건도 되지 않았다”며 “그래도 보험상품 판매를 유지한 이유는 향후 시장전망을 내다보고 국내 반려동물 보험시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소영 메리츠화재해상보험 과장은 “과거 여러 보험사에서 반려동물 보험상품들을 내놨지만 실적이 낮아 대부분 실패한 적이 있다”며 “반려인들의 보험에 대한 니즈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의외로 반려동물 보험에 지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최근 들어 방송을 통해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는 등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여러 보험회사에서 상품들을 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반려동물 보험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려동물 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동물병원의 진료비 고지·게시 △진료비현황 조사·공개 △표준진료수가 제도 도입 △진료비 사전고지·공시제 도입 △진료항목 표준화 및 고지 △등록방식 일원화 △생산판매업자의 동물등록 의무화 △동물등록방식 개선 등을 필수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고위직 인사는 “동물등록제는 사람으로 하면 신분증과도 같다”며 “누구 소유의 어떤 반려동물이 어디서 진료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준진료체계가 없다보니 동물병원 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다”며 “이로 인해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통계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반려동물 시장과 관련해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어 지난해 5개 보험사가 상품을 출시했다”며 “현재 표준진료수가 제도 도입 등을 담은 여러 법안들이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만큼 이들 법안들이 통과되면 반려동물 보험시장을 급속 신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보호자들이 막대한 목돈을 써 가며 동물병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와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반려동물 보험시장’ 토론회에서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만큼 안정적인 치료와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 보장을 위해 보험의 정착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반려동물 보험제도가 국내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등록제의 실효성 확보나 진료항목 표준화, 진료비 공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반려동물보험이 확대돼 동물의 건강권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관련 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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