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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대가 온다<197>]-반려동물 의료분쟁

반려동물 ‘물건’ 취급 후진적 법에 오열하는 반려인들

“수술 후 상태 악화에도 의료과실 입증 불가…의료사고 안전장치 마련돼야”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3-15 02: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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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와와 종(種)인 ‘야끼’(만 7세)는 항문낭 파열로 A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오히려 환부는 커지고 속살은 괴사됐다. 결국 다른 동물병원에서 실밥을 제거한 후 개방창으로 치료하고나서야 염증은 사라졌다. 하지만 A동물병원 측은 염증를 잡지 못했을 뿐 의료과실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수술 후 환부가 커져 외부로 드러난 모습(왼쪽)과 실밥으로 궤맨 모습 [사진=제보자제공]
 
최근 반려동물 관련 의료분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의료사고의 경우 마땅히 구제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현행법 상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돼 있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항문낭 파열 수술 후 상태 악화…의료과실 입증 어려워
 
치와와 종(種)인 ‘야끼’(만 7세) 등 4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김민주(서울 강남구 역삼동·여·38·가명) 씨는 지난 4개월 동안 악몽과 같은 일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야끼’의 항문낭이 파열돼 인근 A동물병원을 찾은 김 씨는 수술을 권하는 이 병원 원장 B씨의 말에 따라 항문낭 파열 수술을 받았다. 2년 전 같은 증상에 대해 다른 동물병원에선 약물치료를 받고 나앗던 터라 수술에 부담을 느꼈지만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수술 후 3개월 동안 수술 부위는 아물지 않았고 오히려 환부의 근육이 녹아내리고 패혈증까지 겹치면서 ‘야끼’는 생명이 위험한 상황까지 갔다. 다행히 현재 ‘야끼’의 상태는 좋아졌지만 그동안 지출된 병원비만도 1000만원 가량에 달했다. 하지만 김 씨는 수술을 집도한 A동물병원 원장 B씨로 부터 의료과실과 관련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김 씨는 억울함을 참을 수 없지만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돼 있어 B원장에게 과실치상 등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현행법에는 수의사가 자신의 구체적인 의료행위 내역이 기재된 진료부를 제출할 의무가 없어 의료행위의 잘못을 입증하기 어렵다. 김 씨는 현재 ‘야끼’의 억울한 의료사고를 알리기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과 동물권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스카이데일리’와 만난 김 씨가 털어놓은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지난해 11월 5일 항문낭 파열 수술을 받은 후 ‘야끼’의 환부에 딱지가 생겼다 떨어지기를 반복했고 B원장은 그때마다 염증주사 투약, 소독, 약물복용 등을 조치했다. 수술 두 달 만인 지난 1월 25일 ‘야끼’의 환부에 또 다시 갈색 딱지가 생기자 놀란 김 씨는 A동물병원을 찾았다. B원장은 재수술을 시키자고 권했다. 달리 방법을 찾지 못했던 김 씨는 B원장의 권유를 받아들였고 3일 후인 1월 28일 ‘야끼’는 재수술을 받았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기자] ⓒ스카이데일리
  
재수술 후 3일간 입원계획이던 ‘야끼’는 보름이 지난 2월 13일까지 퇴원하지 못했다. B원장은 김 씨에게 “조금만 더 있다 데리고 가라”며 퇴원을 계속 미뤘다. B원장은 13일 김 씨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에 염증이 이렇게 컸던 것을 몰랐고 (회복이) 오래 걸릴지 몰랐다”며 “이번 수술은 근육을 하나하나 다 들어내는 큰 수술이었고 붓기를 가라앉히는 중이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B원장은 다음날인 14일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야끼’의 상태가 심각해서 2차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더 이상의 봉합은 환부를 악화시키니 개방 후 2기 유합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새 살이 오를 때가지 3~4개월 더 입원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하루 만에 바꾼 것이다. 다음날 A동물병원을 찾아 ‘야끼’의 상태는 본 김 씨는 오열하고 말았다. 환부는 엉덩이 전체를 덮을 만큼 커졌던 속살은 괴사돼 있었다. 환부는 벌어질 대로 벌어진 채 꿰매져 있는 등 ‘야끼’의 모습은 처참했다.
 
김 씨는 즉시 ‘야끼’를 또 다른 2차병원인 C병원으로 옮겼다. C병원은 ‘야끼’의 상태를 환부 오염창으로 진단하고 실밥을 제거한 후 개방창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당시 ‘야끼’의 염증수치는 정상범위의 10배 정도여서 패혈증의 위험도 높았다. 다행히 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야끼’는 현재 상태가 호전돼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완치된다 해도 항문 괄약근이 손상된 탓에 다른 3마리의 반려견들과 격리된 채 평생 대변실금의 휴유증을 겪어야 한다.
 
현재 A동물병원 B원장은 수술부위의 염증이 잡히지 않았을 뿐 수술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B원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야끼’의 수술과 치료와 관련해 “염증이 생긴 것을 잡으려 했지만 잘 잡히지 않은 것으로 보면 된다”며 “수술경과와 염증이 잡히지 않는 사실을 중간 중간 보호자(김민주 씨)에게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어 “‘야끼’의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무상으로 추가치료를 해 주겠다고 보호자에게 제안했다”며 “하지만 보호자가 우리 병원에 맡기기 싫다며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B원장은 의료사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수술경과가 좋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술시 건드려선 안 되는 부분을 잘못 건드려 이런 상태를 초래했다거나 하는 부분은 일절 없다”며 “의료사고라는 표현은 삼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 ‘스카이데일리’와 만난 ‘야끼’의 보호자 김민주(사진 오른쪽) 씨는 수술을 집도한 A동물병원 측으로부터 의료과실과 관련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반려동물은 민법상 ‘물건’으로 규정돼 있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수의사법에는 수의사가 진료부 제출 의무가 없어 과실입증도 어려운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야끼’의 수술과정과 상태에 대해 설명을 들은 또 다른 수의사는 다른 입장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사는 “환부의 염증을 완전히 없앤 후 봉합을 해야 하든데 염증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봉합을 하다 보니 상태가 악화된 것 같다”며 “치료가 다소 늦더라도 컨디션을 유지하며 염증을 없앤 후 봉합을 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문낭 파열은 보통 수술 대신 약물치료를 한다”며 “‘야끼’의 사례는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몸짓 커지는 반려동물 의료시장, 후진적 법제도에 의료분쟁 빈번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의 의료사고와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동물병원과 관련한 소비자 상담과 피해구제 요청건수는 매년 400여 건에 달하고 있다.
 
의료체계가 미흡한 탓에 정확한 통계는 현재 없지만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2013년 소시모의 ‘반려동물 관련 소비실태 및 개선방안’을 보면 2011년부터 2013년 6월까지 30개월 간 동물병원 관련 상담접수는 954건으로 반려동물 관련 전체 상담건수의 10%를 차지했다. 반면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피해구제 신청건수는 33건(△진료 중 폐사 14건 △수술미흡·부작용 8건 △진단지연 3건 △오진, 검사오류 2건 등) 등에 그쳤다.
 
반려동물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인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펫사료협회가 일반국민과 반려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017년 반려견을 데리고 동물병원 찾은 비율은 69.1%에서 2018년 77.8%로 증가했다. 반려묘 역시 51.1%에서 60.2%로 늘었다. 2018년 반려견의 질병치료를 위해 동물병원 찾은 횟수는 평균 3.2회(반려묘 2.1회), 상해치료를 위해 평균 2.5회(반려묘 2.0회)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각종 질환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인들의 수가 증가하는 등 사회적 인식이 발전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제도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의료사고는 물론 의료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물병원과 수의업계에 유리하게 돼 있는 국내 반려동물 의료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 국내 동물의료시장의 급속한 증가와 법과 제도는 이를 뒷받침 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수의사의 진료부 제출 의무화, 의료분쟁기구 신설, 수의사의 의료과실 관련 입증책임 강화 등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사진은 한 동물종합병원 수술실 모습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동물권 단체인 동물해방물결 이지현 대표는 “동물병원 수의 증가와 함께 동물미용서비스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연관 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안전장치는 미흡한 상태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려 의료시장은 늘어나는데 반해 관련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부작용이나 피해사례가 늘어 날 수밖에 없다”며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인 만큼 의료사고나 학대사고 등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급한 제도 개선사항으로 현재 의료분쟁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현행법의 개정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현행 수의사법은 검안서, 증명서, 처방전 등의 발급을 요청받은 수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분쟁 시 가장 중요한 증거품인 검사결과·증상·치료방법 등이 기재된 진료부에 대해서는 발급 의무가 없어 동물병원의 의료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의료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반려인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서는 차제에 반려인이 요청하지 않더라도 진료부를 포함해 검안서, 증명서, 처방전 등을 의무적으로 발급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동물병원 간 의료기록 공유를 통해 불필요한 중복검사를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려동물 의료사고에 대한 분쟁위원회를 만들어 동물병원의 입증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지현 대표는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책임이 비전문가인 반려인에게 있다는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동물병원 내에 cctv 설치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경우 반려동물 진흥을 위한 정책에만 몰두하다보니 의료사고 등과 같은 부분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국회에도 동물병원 측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어 우리나라의 동물 관련 법안들의 진전속도는 해외에 비해가 매우 느리다”고 피력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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