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경남 통영·고성은 남해안에 위치해 있어 수산업과 다수의 중소규모 조선소들이 지역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업의 침체로 대다수의 조선소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정부로부터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지역경제가 급격히 침체됐다. 상권도 함께 몰락하는 등 지역 전체가 활력을 잃었다.
이번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곳 지역민들은 경기침체 유발의 책임을 묻겠다는 반응이다. 다만 책임을 물을 대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 정권과 현 정권으로 나뉘는 가운데 무게 중심은 현 정권 쪽으로 서서히 기우는 모양새다. 재보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 역시 경기 침체의 책임 주체를 전 정권과 현 정권 탓으로 서로 돌리며 자신들이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선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에 뿔난 민심…각 후보들 서로에게 책임 돌리며 유권자 공략
통영·고성은 전통적인 보수정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한 때 민주당계 정당이 지지율 측면에서 앞선적도 있었지만 대부분 보수정당 출신 인사가 당선된 사례가 잦았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큰 차이로 승리하는 등 보수정당 지지세가 굳건했다.
통영·고성은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되면서 화제가 된 자유한국당 이군현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르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자유한국당 정점식, 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 등 총 3명이 출사표를 던지고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조선업 부진에 따른 지역 경제위기의 책임을 묻는 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화살은 현 정부와 전 정부로 각각 나뉘어져 향하고 있다. 이미 자포자기한 목소리도 적지 않긴 하지만 전통적인 보수정당 강세지역인 만큼 무게 중심은 현 정부에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고성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60대 유모 씨는 “요즘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 보니 선거에 큰 관심이 없다”며 “누가 되든 힘든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지금이 힘든 만큼 현 정부에 대한 원망이 크다”고 말했다.
고성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최모 씨(가명)는 “과거에도 새누리당 등 보수당을 지지했으니 이번에도 자유한국당을 찍겠지만 사실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며 “누가 되든 간에 어려운 지역 경제가 단번에 살아나겠나”고 밝혔다.
통영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50대 조모 씨는 “1년 임기에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현재 통영·고성의 상황이 1년 만에 바뀔 정도로 지역이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누가 되더라도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지만 투표에 참여한다면 늘 하던 것처럼 하지 않겠느냐”라 반문했다.
집권여당 손들어 주자는 젊은이들 “경제회복 위한 중앙정부 지원 때문에”
일부 젊은들층은 사이에서는 그래도 집권여당의 손을 들어주는 게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통영 문화마당 광장 근처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30대 강모 씨는 “어르신들은 무조건 보수정당을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역경제 회복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이 여당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냐”며 “현재 시장도 민주당 출신이기 때문에 여당 국회의원을 뽑을 것이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20대 안모 씨는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여당 출신이 당선돼야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받아오기도 쉽고 정부에서도 힘을 더 실어줄 것 같다”며 “어르신들은 무조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만 나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만 생각해 민주당을 찍겠다”라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투표장에서 선택을 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호시장에서 국밥집을 하는 60대 윤모 씨는 “자신은 그동안 보수정당을 많이 지지했지만 민주당쪽에 투표한 적도 많다”며 “내 주변에선 다들 한국당 후보를 밀어달라고 이야기하지만 누구를 찍을지는 선거 끝날 때까지 고민을 좀 해보겠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지역경제 회복에 모아지자 각 후보들은 공략 방향을 그곳으로 택했다. 일제히 자신이 경제를 일으킬 적임자라고 피력하고 있다. 민주당의 양문석 후보는 “통영·고성의 조선소들이 전부 망하고 일자리 2만4000개가 사라진 책임은 전 정부, 전전 정부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면서 지역의 경기침체 책임을 보수정권 탓으로 돌리는 전략을 펼쳤다.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전 정부 때나 IMF 때도 이렇게 지역경제가 힘들지 않았다”며 “통영·고성의 경제 침체는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영·고성 뿐만 아니라 전국이 경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역의 경기침체 원인이 현 정부에 있다고 맞섰다.
[이승구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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