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여야간 정쟁(政爭)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된 인사들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현행 국회 인사청문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분석된다.
자유한국당 “자격미달 인사 대통령 독단적 임명강행 빈번” 인사청문회 무용론 제기
‘인사청문회’란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 고위공직자에 대해 국회가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제도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 제도는 제16대 국회가 지난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면서 도입됐다.
하지만 긍정적 취지와 달리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사청문회가 ‘견제와 균형’의 논리에 입각해 이뤄지기 보다는 후보자의 신상털기식 청문회 위주로 진행되거나 여야 간 정파적 이해관계에 근거해 실시되는 등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이 강행된 인사가 무려 15명에 달하면서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달 1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의장은 “국회에서 부적격이라고 판단하는 후보를 임명하지 않는 게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면서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인사청문회법을 고칠 수 있는 힘은 국회에 있고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인사청문제도가 운영되면 ‘인사청문회를 뭐 하러 하느냐’는 인사청문회 불신론이 나올 수 있다”면서 “미국처럼 사전에 국세청·검찰청·경찰청 등이 동원돼 정보를 수집해 검증하고 국회에서는 정책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인사청문회 개선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뒤 야권에서 부적격 의견을 담아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거나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어차피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무력화되고 있다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 제도가 폄훼·무력화되고 있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법안을 당론으로 마련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과 전진’도 최근 “인사청문 제도 자체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견제하기 위해 나온 것인데 그 자체를 부정하면 안 된다”며 모임 차원의 개정안 발의 주장도 나왔다.
당 정책위의장인 정용기 의원은 지난달 8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총 45명이 동의한 이 개정안은 인사청문 기간을 연장하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미채택시 10일 이상의 숙려기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직후보자가 허위 진술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 처벌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한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관에 경고 및 관련자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자료 제출을 지연하고 거부할 수 없도록 관계자에 대한 징계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같은 날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에는 위원회 또는 위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인사청문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경우 위원회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청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같은 당의 김도읍 의원은 지난 3월 기존 후보자 선서에서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서합니다’라는 부분을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 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로 바꾸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본래 취지 잃은 인사청문회 개선해야” 한 목소리
민주당 역시 인사청문회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3·8 개각으로 인사청문 정국이 펼쳐진 지난 3월 29일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직무역량과 비전을 평가하는 자리인데 언제부터인가 인신공격과 신상털이의 장으로 변질됐다”며 “사생활은 비공개로 철저하게 검증하고 정책역량과 전문성, 비전에 대해 공개 검증하는 방식으로 청문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도 별도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하지는 않았지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에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6일 김관영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에 대해서만이라도 먼저 합의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며 인사청문 제도 개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민주평화당 역시 김경진 의원이 지난 3월 공직 후보자의 금융거래 내용 및 진료기록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르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은 당장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20대 국회 들어 현재까지 제출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총 42건이나 되지만 모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4월 임시국회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파행과 대립을 거듭한데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또 다시 여야가 치열하게 격돌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승구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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