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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 문용균·나광국 기자]최근 ‘안보’란 단어의 사용빈도와 관심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특정 정치에 힘을 싣기 위한 단어라는 오해까지 받는 실정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안이 있다. 안보는 국가의 안위와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사실이다. 안보는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행위라는 숭고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6.25 전쟁에 정치 논리 대입해 미화하면 안 돼…팩트 중심으로 참상 알려야”
최근 자유민주연구원·국회자유포럼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공정이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우려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조사는 전국의 만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신뢰수준은 95% ±3.1%p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25전쟁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39.4%에 불과했다. 성별로는 남성 51.7%, 여성 27.3% 등이었다. ‘북한이 도발한 전쟁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엔 52.6%가 ‘북한군에 맞서 싸움’을 선택했으나 피신(국내·국외 포함)을 선택한 응답자도 36.6%나 됐다. 국민의 3분의 1이 도망가겠다고 답한 셈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 비율은 더 높아진다. 20대 중 절반에 가까운 47.9%가 ‘피난’을 택했다.
6.25전쟁을 겪은 세대와 다수의 전문가들은 전쟁의 참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배울 기회조차 적어 ‘전쟁’을 막연한 단어로 접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한다. 이에 6.25전쟁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940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소설가이자 국어국문과 교수의 길을 걸어온 현길언 작가는 최근 몸이 건강하지 않아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묻어버린 그 전쟁’이란 소설을 집필하며 잊혀져가는 6.25전쟁의 실상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그는 소설을 통해 6·25전쟁의 참상을 알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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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
“평화의 시대라 이야기하는 이 때 6·25전쟁을 되돌아보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 당시 전쟁 상황 속에서 생명을 잃은 사람도 있지만 각 지역에서 인민재판이 이뤄졌다. 공무원 등 공산주의라는 체제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학살을 당했다. 위험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인간의 내면의식에 잠재돼 있던 폭력성과 증오심 등이 조금도 정제됨 없이 노출된 것이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공산주의 이념은 우리 인간이 가져야할 윤리를 파괴시켰다. 현재를 살고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한다. 남침이라는 단어도 중요하지만 왜 전쟁이 발발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하려고 북한이 침략했는지 알아야 한다. 현재 교과서엔 역사의 순서만 나열돼 우리의 삶과 무관한 것처럼 적혀 있다”
“6.25전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평화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적다. 이제라도 본격적으로 6.25전쟁을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하나의 정치 논리를 통해 정제된 사실을 알 것이 아니라 팩트 중심으로 참상까지 알아야 한다. 교과서는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사람들의 생각을 형성하게 하는 중요한 책이다. 따라서 어떤 한 쪽의 논리를 은연중에 주입하는 수단으로 둘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전쟁사를 가르쳐야 한다”
“현재 북한군이 우리나라에 침범해 국민들을 학살한 실상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정부에서 이런 것들을 더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 묵혀두면 안 된다. 안보는 국가를 지키는 것이다. 국가 수호 입장에서 생생히 전쟁을 기억해야 한다”
‘공산주의’란 단어 없이 사실만 나열 돼 있는 초등 교과서…“안보는 국가의 이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고 갈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중 6.25전쟁 관련 내용에 공산주의나 이념적인 이유로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는 이유가 누락돼 있다며 깊은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가의 기본 구성 목적은 외세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라면서 왜곡하거나 한 방향으로 보게 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2015 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6학년이 배우는 사회 교과서는 국정교과서다. 지학사에서 나오는 한 권의 책으로 전국의 아이들이 학습한다. 해당 교과서는 올해부터 적용됐다. 그 전까지는 2009년에 제정된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로 학습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배우는 사회 교과서에는 6.25전쟁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다.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는 내용도 기술돼 있다. 다만 내용이 개괄적인 수준에 그쳐 공산주의의 정의나 이데올로기 대립 등은 배울 수 없는 실정이다.
해당 참고서는 △제 1부 조선 말에서 대한제국까지 △제 2부 일제 강점기 △제 3부 해방부터 정부 수립까지 △제4부 정부 수립 이후 최근까지 등으로로 구성돼 있다. 통상적이라면 제 4부에 명시돼 있어야 한다. 제 4부의 소제목을 보면 평등과 평화의 나라를 향해·조봉암과 진보당, 민주 공화국은 거듭된 혁명으로 새 생명을 얻는다, 정치 민주화와 함께 경제 민주화를, 자유·평등·연대가 꽃피는 씨알들의 나라 등으로 이뤄져 있다. 6.25전쟁에 참혹한 역사는 빠져있다.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박휘락 교수는 “국군 포로들이 북한으로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공산주의 이념이란 것은 어떤 것이고 개개인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교육을 시키지 않는데 어떻게 안보 의식이 자리 잡을 수 없다”며 “국가는 농사짓는 사람, 사냥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공동 안보 목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본질이 외침으로부터 구성원들을 지키는 것임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는 군대 냄새가 나면 무조건 축소하고 지우려고 해 국가 정체성의 위기가 도래 하고 있다”며 “한 방향의 인식으로 배우기보단 전쟁의 참혹함을 강경하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6.25전쟁을 연구하거나 공부하는 목적은 고리타분한 역사 인식 고취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이다”며 “명확한 사실을 널리 알려 토론하고 공론화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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