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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서울시 청년주거정책

반지하 셋방살이 청년 두 번 죽인 ‘박원순의 희망고문’

실효성 논란에 제동 걸린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예산집행률 고작 20%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7-17 1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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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층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2030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내용과는 달리 현재까지 실제로 입주자를 모집한 단지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박 시장의 정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일대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 모습 ⓒ스카이데일리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 청년들의 주거복지를 위한다는 취지로 야심차게 내놓은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지난 3년간 예산 집행률이 20%대에 그치는 등 사업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계획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오히려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박 시장이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는 여론이 분분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박 시장의 무리한 사업 진행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치적 쌓기로 비춰질 만한 행보를 강행하는 이유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이 현실과 동 떨어진 사업을 추진하면서 애를 먹는 사이 청년들은 점차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지하·옥탑 등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곳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근근이 사는 청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청년들의 건강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허울뿐인 박원순 시장 청년주거정책…‘역세권 청년주택’ 3년간 입주자 0명
 
서울시는 2016년 3월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을 발표했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각종 편의시설이 풍부한 역세권 지역의 개발을 유도해 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사업의 취지다.
 
서울시가 발표한 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제2·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있는 역세권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 상업지역 등으로 종 상향해 용적률을 높이고 심의·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용적률을 높여 건물을 높게 짓게 되면 수익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선정된 민간사업자는 규제완화와 용도지역 변경 혜택을 받는 대신 주거면적 100%를 준공공임대주택(세제 혜택 등을 받는 대신 정부로부터 임대료 규제를 받는 민간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시는 이 중 10~25%를 ‘소형 공공임대주택(전용 45㎡ 이하)’으로 확보해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에게 주변 시세의 60~80%로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사업계획을 발표한 지 약 3년여가 흐른 현재,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년간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예산으로 총 670억300만원을 배정했지만 이 중 20.9%에 불과한 139억3100만원만 집행했다.
 
지난 2016년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년주택 사업인가가 완료된 곳은 7월 초 기준 37곳(1만4280가구)에 불과하다. 목표의 18%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단지 착공이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실제로 입주자를 모집한 단지는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낮은 사업성과 인근 주민들의 반발 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모든 가구를 임대로만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일부 가구 분양을 통해 개발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다. 사업대상지가 지하철역 승강장 경계로부터 반경 300m 이내라 민간사업자 입장에선 비싼 땅에 저렴한 임대료를 책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사업 자체의 실효성에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업지 인근 주민들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부분은 ‘공공임대비율’이다. 취지와 달리 막상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용 주택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겉만 번지르르 한 허울뿐인 청년주거정책에 가깝다는 평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임대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청년층 주거불안 해소 및 주거안정이라는 당초 취지와 분명히 어긋난다”며 “명분은 청년층 주거난 해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토지주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엄청난 특혜사업이 됐다”고 맹비난했다.
 
빗물과 오물의 역류…장마철이 두려운 2030 청년세대
 
서울시가 현실과 동 떨어진 사업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청년들은 점차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하·반지하·옥탑방 등 주거환경이 취약한 곳에 거주하는 청년가구 비율은 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 1.9%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다. 빈곤율이 높은 노인가구의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1.8%)보다도 높은 수치다.
 
▲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하·반지하·옥탑방 등 주거환경이 취약한 곳에 거주하는 청년가구 비율은 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일대 반지하 앞에 놓여 있는 쓰레기와 오토바이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반지하가 밀집해 있는 대학가 인근의 서울 마포구 아현동을 찾았다. 이곳에서 반지하게 거주하는 청년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올해 초부터 아현동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최명(남·24) 씨는 “대학가에선 월세 30만원으로 반지하도 어려운 상황이라 아현동에서 살게 됐다”며 “학업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지만 지방에 살았을 당시에는 반지하 삶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집값이 너무 높아 혼자 살아야 하는 청년들은 주거지를 찾기 너무 힘들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원하지 않는 반지하 삶에 내몰린 이후 꿉꿉한 냄새와 곰팡이는 기본이고 햇빛도 들지 않아 건강도 급격하게 나빠지는 기분이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매년 여름 장마철에 집안으로 들어오는 빗물과 역류하는 오물을 경험하다 보면 삶이 비참하게 느껴진다”며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면서 청년들이 반지하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고 심경을 말했다.
 
또 다른 아현동 반지하 거주자 조아름(24·여) 씨는 “반지하가 밀집한 지역은 치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최근 반지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뉴스를 볼 때마다 남일 같지 않다”며 “서울시는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지만 정작 청년들의 반지하 삶은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거권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 242명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청년주거안전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거환경이 위험하게 느껴진다’는 항목에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자의 37.9%(지상층 거주자 22.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아현동 인근 공인중개사는 “반지하가 대부분 지은 지 오래돼 기름보일러 쓰는 집이 아직도 있다”면서 “젊은 청년들이 그런 곳에서 청춘을 보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한 신혼부부가 전세 7000만원에 15평, 방 2개짜리 반지하 방을 계약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임대 주택사업은 시행자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며 “대상이 1인 가구로 제한돼 있는 데다 향후 청년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대규모 공실 발생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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