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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권오춘 해동경사연구소 이사장

“함께사는 세상 만들기 위해 전통과 한학 가르치죠”

옛 것과 새 것의 조화 위해 전통문화와 학문의 명맥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장수홍기자(shj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10-08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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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춘 해동경사연구소 이사장(사진)은 지난 24년간 동양고전에 대한 연구와 점점 희미해져가는 전통문화 전파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선조들의 의복인 한복을 입고 지난 24년동안 동양 고전 연구와 전통문화 전파에 매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해동경사연구소의 권오춘(68) 이사장이다. 권 이사장은 빼어난 자연을 품은 양반의 고장,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2남 5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권 이사장은 어릴 때부터 가문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선친의 가르침과 당부를 들어왔다. 이에 그는 하루 빨리 사회로 나가 어려운 가문을 일으키고 이름을 드날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릴 적 그는 집안 어르신이 운영하는 서당에서 사자소학, 동몽선습, 명심보감 등을 공부했다. 기본적인 한문 소양과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예절을 배운 그는 평생 어른을 공경하고 남을 이해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부침 심한 증권업계에서 17년간 성공적인 삶, 45세 때 은퇴 선언
 
권 이사장은 안동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서울로 대학을 진학했다. 그는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지만, 6명의 동생과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전역 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의 첫 직장은 부산에 위치한 관광회사였다. 관광회사 대표는 올곧고 예의바른 그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들의 가정교사까지 부탁하며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권 이사장은 어릴 적 부모님이 신신당부 하신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 큰 뜻을 품고 다시 서울로 상경한 그는 지난 1978년 삼보증권에 입사했다.
 
“증권회사에 다녀보니 업계 특성상 선·후배 관계를 이용하거나, 집안에 돈이 많은 직원들이 자금을 끌어 모아 자금을 운용하고 영업활동을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시골 출신인데다 집안도 여유롭지 못하다보니 영업활동을 하는 게 남들처럼 그리 쉽지 않았죠”
 
그는 삼보증권 입사 당시 수탁업무를 담당했다. 수탁업무는 고객이 돈을 가져오면 거래원장에 이를 수기로 기재하고 금고에 넣어두었다가 고객이 찾아오면 보관하고 있던 원장을 찾아 결제를 받고 도장을 찍어 통장을 다시 전해주는 일이였다.
 
“거래원장이 금고에 보관돼 있었는데 전임자가 꼼꼼하게 관리하지 않다보니 고객이 요청한 원장을 찾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어요. 그래서 연도별, 번호순으로 정리하기 위해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휴일 혼자 정리를 하고 있었죠”
 
“때마침 인근에서 접대를 하고 있던 지점장이 회사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사무실로 들어왔더군요. 혼자 정리 중인 저를 보곤 크게 감동했는지 그 일이 있은 후 객장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그 일에 대해 칭찬하며 지점장이 관리하던 고객들을 저에게 몰아주며 저를 신임하게 됐죠”
 
이후 권 이사장의 신세는 하루아침에 역전됐다. 그는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지점장의 고객을 잘 관리해 나가며 고객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또한 기존 고객들로부터 다른 고객들을 소개받는 일도 많아졌다. 이에 그는 명문대학 출신인 동료들을 제치고 전국 최우수 사원 표창을 받았으며 특진을 거듭했다. 또한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등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생각보다 빨리 역경과 시련이 찾아왔다. 주식은 원래 리스크가 큰 투자며 주가가 크게 빠질 경우, 그만큼 고객들이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 주가가 떨어지며 관리 중인 고객들이 크게 손해를 본 것이다. 이에 그는 갖고 있던 돈은 물론 집까지 팔아야 했다. 이 같은 역경에 그는 4년 간 집도 없이 처가살이를 해야 했다.
 
처갓집에서 지내는 4년 동안 그는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밤낮없이 고객관리에 힘을 쏟았다. 동아일보를 찾아가 다음날 아침 가판에 깔릴 신문을 전날 저녁에 미리 구매해 주식 정보를 확인하는가 하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좋은 종목을 고객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그는 4년 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착실히 돈을 모은 그는 강남지점 지점장을 끝으로 45세 나이에 은퇴를 결심했다.
 
▲ 17년간 증권맨으로 성공적인 삶을 구가하던 권 이사장은 45세의 나이에 돌연 은퇴를 결심했다. 그는 증권업계에서 쌓인 그동안의 노하우를 이용해 직접투자를 하고 싶었고 부침이 심한 증권업계에서의 치열했던 삶을 잠시 내려놓고 지난 시간 꿈꿔왔던 동양 고전 연구와 한국 전통문화 공부에 매진하고 싶었다. ⓒ스카이데일리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은 법적으로 직접 투자를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증권업계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로 직접 투자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리고 심적인 부담감에서 벗어나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은퇴 후 고향인 안동으로 내려간 그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고전 공부를 시작했다. 선조들의 지식과 지혜를 정독하며 어린 시절 서당에서 공부했던 그 때로 돌아갔다. 그러나 공부에 매진한지 3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갑자기 IMF 사태가 터졌다. 주가는 300포인트까지 하락했지만 그는 가진 전 재산을 쓸만한 주식에 투자했다.
 
“주식 속담 중에 ‘대중이 다니는 길엔 아름다운 꽃이 없다’는 말이 있어요. 소수의 견해를 가지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성공한다는 의미죠. 저평가된 종목을 공략하고 남들과 다르게 매도·매수시기를 결정하며 6개월 만에 투자금의 10배를 벌게 됐어요”
 
“운이 따라주었고 증권업계에서 터득한 노하우가 시기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에 이제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으니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기로 결심했죠”
 
동양 고전·한학에 심취, 한국 전통문화 전도사 역할하기 위해 노력
 
남들과 반대로 투자해 돈을 벌었던 것처럼 그는 남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한학, 역사 공부에 매진했다.
 
은퇴 이후 지난 2003년까지 논어·대학·맹자·주역·시경·서경·노자·장자 등을 독파했다. 또한 그동안 즐기던 술과 담배, 바둑과 골프 등 공부에 방해가 될 만한 모든 요소들을 끊었다. 그리고 오직 전통 사상의 가르침과 오늘날의 삶을 반추하며 지냈다.
 
이처럼 글과 사색만 하던 그는 지식만 채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심신을 함께 단련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2007년부터는 직접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나누기 위해 선비춤을 배웠다. 영남 춤의 명인인 박경랑 선생에게 직접 사사 받은 후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전통 춤을 배우며 심신 수양에 힘쓰고 있다.
 
지난 10년 간 혼자 고전을 탐독했던 그는 최근 더 넓은 뜻을 헤아려보고자 스승을 찾아 나섰다. 이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학자인 성백효 선생을 만나 홀로 탐독했던 고전들을 다시금 읽으며 성백효 선생의 제자들과 함께 해동경사연구소를 세웠다.
 
“해동경사연구소는 고전에 대한 번역 업무와 고전을 번역할 수 있는 한학자를 육성하고 한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학을 가르치는 기관이에요. 한문이나 한자라고 하면 나이든 사람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젊은 친구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우리의 고전은 문집과 비문이 대부분 한문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번역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죠. 이에 지속적으로 고전을 연구하고 번역하는 전문기관인 해동선사연구소의 존재는 의미가 남달라요. 실제로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있는 고전을 번역하거나 각 지방 문중의 문집을 번역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 그는 평소 꿈꿔왔던 동양 고전 연구과 한학자 육성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한편, 갈수록 서구화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는 공동체 정신과 옛 선조들의 얼과, 지혜, 고유의 전통문화가 잊혀가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스카이데일리
  
권 이사장은 날이 갈수록 서구화되는 현재의 세태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다. “인생을 살아보고 또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는 것이에요.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속에 살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산업·현대화가 지속되면서 과거의 공동체 정신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길 희망하죠. 그러나 성공은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순 없어요. 주변의 힘든 사람을 돕고 또한 자신이 힘들 때 도움을 받아가며 헌신하고 봉사하는 삶을 통해 사회 관계망을 두텁게 만들며 함께 돕고 사는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의 교육은 너무 취업에 치우쳐 있어요. 새로운 것, 혁신의 가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온고지신의 정신 역시 중요하죠. 옛 것의 소중함을 알고 새로운 것과의 조화를 이뤄내 전통문화와 학문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해요”
 
권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는 조상들이 쌓아 올린 찬란한 지혜며 세상의 이치에요. 앞으로도 한국 전통문화와 한학 연구를 통해 서로 공존하고 공생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매진할 생각이에요”라고 밝혔다.
 
[장수홍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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