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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의 문학푸드

작은 희망이 벽을 문으로 바꾼다

희망은 언제나 따뜻한 마음속에 깃든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11-03 10:50:05

▲이정일 인문학 칼럼니스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난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일으키는 테러를 접할 때마다 언론은 경기를 일으킨다. 한국 사회도 다문화 되어가고 있어 예민하게 반응한다. 사회가 피로해지는 걸 넘어 불안하기까지 하자 다수가 안절부절 한다. 이런 행동은 위험한 상황이 예측 가능할 때 일어나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반응이다. 위험을 느끼면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가슴에 댄다. 심장을 보호하려는 본능이다.
 
앞으로 우리 세대는 정치적, 경제적 혼란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20세기에 여러 학자들이 21세기는 종교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을 했는데, 이미 현실이 되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예멘을 다루는 뉴스 보도들이 무거운 소식을 쏟아낸다. 그나마 숨통이 트인 것은 때론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분노로 받아치지 않는 성숙한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바탕에는 인문학의 전통이
 
유럽이건 미국이건 난민을 둘러싼 대립이 치열하다. 앞으로 우리 역시 난민 혹은 다문화 문제를 다양하게 다루게 될 것이다. 이때 우리가 기억할 것이 있다. 언론은 결정적인 것 곧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삶을 자주 빠트린다는 사실이다. 지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 장벽을 쌓으려고 하지만 이것은 선진국에선 없었던 일이다.
 
팩트, 논리, 혹은 통계라는 것에만 시선을 빼앗기면 우리는 처연하고 먹먹한 약자의 삶을 놓칠 수 있다. 선진국이 선진국인 것은 단지 경제력, 군사력만 강하기 때문은 아니다. 선진국은 역사라는 시간을 지나오며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얻게 된 지혜가 있고 그것이 사회 시스템 속에 녹아 있다. 자유, 인권, 복지, 평등 같은 개념은 저절로 터득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다.
 
요즘 한국청년들은 금수저가 아닌 한 고단하고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그 때문에 명문대를 졸업하는 아들에게 “첫 직장을 갖는 순간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해라”고 조언한 영국의 한 아버지가 놀랍게 느껴진다. 이런 아버지의 조언은 인생을 깊이 들여다 볼 때 얻어지는 혜안이다. 이런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 약자를 위한 인권, 복지 같은 사유의 생산자가 된다. 이런 사람들은 사회적 이슈에 이분법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벽을 문으로 바꾸려면 생각의 관행을 깨야 한다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란 시에서 고두현 시인은 이렇게 조언한다.
 
잊지 말라
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
한 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선진국에선 늘 문을 열고 다니지만 다른 곳에선 그 문이 벽처럼 느껴진다. 뉴스로만 본다면 아프가니스탄에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으면 아프칸의 과거와 현재를 단번에 알게 된다. 요즘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논란이 많지만,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처연하고 먹먹한 아프칸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 우리 중 이들의 삶에 관심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벽을 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에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을 때 마지막 피날레를 앞두고 잠시 독서를 멈추었다. 작가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 지 마음속으로 헤아려봤다. 주인공 라일라는 탈레반의 치하에서 극적으로 탈출했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애인을 만나 결혼한다. 피난처에서 처음으로 행복을 느끼는 주인공을 보면서 아름다운 끝을 생각했는데, 작가는 주인공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벽을 문으로 바꾸는 시도를 작가는 주인공의 선택으로 보여준다.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모두 이슬람 추종자들이기 때문에 이슬람을 호의적으로 보긴 어렵다. 사랑하는 커플이 있는데 둘이 싸울 때 누가 참고 포용을 할까. 아마도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를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예상치 못한 위기에 끊임없이 노출될 것이다. 그것을 뚫고 가려면 이분법의 틀을 깨야 한다. 생각의 관행을 깨야 한다. 그 첫 시작은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희망은 언제나 따뜻한 마음속에 깃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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