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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권력에 배신당한 사회약자들(上-농민)

“말 따로 행동따로”…文정부 두 얼굴에 뿔난 농심(農心)

말로는 ‘사람중심’ 외치면서 정작 농민생계 위협…국가 식량안보도 흔들

문용균기자(ykmoo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12-10 0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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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반환점을 돈 문재인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겠다며 그 일환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줄기차게 외쳐대며 관련 정책을 쏟아냈지만 오히려 정책 수혜자의 반발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가의 식량을 책임지는 농업계에서는 이번 WTO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 불통 행정이란 비난이 이어지며 지금까지 농민을 위해 손을 놓고 있더니 이제는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진보’라는 색깔을 내세운 표몰이용 정책들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비난이 경제계의 약자로 분류되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나온다. 창업 혹은 취업을 앞둔 청년세대들도 정책 공감도가 높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미래는 외면한 채 ‘표심용 예산만 살포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선심성 정책 혹은 준비되지 않은 정책에 이용당하며 피해만 입고 있는 소위 말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속사정을 듣기 위해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권력에 이용당한 약자들’로 정하고 농민, 중소기업, 청년 등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최근 문재인정부의 우군으로 잘 알려져 있던 농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초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힘쓰겠다는 말에 호응해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농민들은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사실상 농업을 포기한 정권이라 비난하며 자신들의 요구를 속히 반영해 줘야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경하게 나서고 있다. 사진은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 현장. [사진=안현준 기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문용균·나광국·장수홍 기자]  최근 농민들과 농업계가 집권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초 농정개혁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기대를 걸고 이번 정권 탄생에 큰 힘을 보탠 농민들은 정작 농촌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태도에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계 안팎에선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온 암담한 현실에 생존마저 예측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농업정책을 고수하다 보니 고령화된 국내 농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식량안보마저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생계 위협에 거리로 나선 농민들 “두 얼굴의 문재인정권…믿음을 배신으로”
 
최근 농업계 안팎에선 믿었던 정부에게 연이어 배신당하는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말로는 농민을 위한 정책을 쏟아낼 것처럼 해놓고 정작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정부 초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신정훈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은 농정개혁을 해내리란 기대감을 받고 자리에 앉았으나 ‘농정의 근본적인 전환’이라는 대통령의 공약 실현을 위한 계획 수립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퇴했다. 농업계전반에선 당시 ‘초유의 농정공백이다’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어 이개호 장관과 최재관 농해수비서관 역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연이어 사표를 제출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자연스럽게 문 대통령에 대한 책임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은 더디기만 했다. 농정개혁 1호라고 할 수 있는 ‘농특위법’ 국회 본회의 통과는 지난해 말이 돼서야 이뤄졌다. 이마저도 농민들의 단식 농성 있었기에 가능했다.
 
농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산을 넘었으나 최근 정부의 발표로 또 다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월 25일 미래 WTO 협상부터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농민단체들은 ‘개도국 특혜가 없어지면 농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개도국 지위 전환 선언을 철회하라 촉구하고 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광주전남연맹은 지난달 11일 나주와 화순, 영암, 순천 등 전남 시군별로 기자회견을 열고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전환한 것은 농업 포기선언이다”고 강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전농 강원·충남도·충북도 연맹도 “한국농업이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징표는 어디에도 없다”며 “문재인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 전환 선언은 원천무효다”고 강조했다.
 
농민단체는 정부가 대책으로 제시한 공익형 직불금에 대해서도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기존에 논의하던 정책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당초 취지와 다르게 쌀농사를 인위적으로 짓지 못하게 하는 반 농업적 정책이 됐다”고 비판했다.
 
현재 농민단체 안팎에선 개도국 지위 포기 이전부터 정부는 사실상 쌀농사를 등한시하고 가치가 없는 일로 치부하고 있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실제 통계청·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올해 쌀 생산량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74만4000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86만8000톤과 비교해 12만4000톤(-3.2%) 줄어들었다. 문재인정부가 집권한 2017년 약 397만톤에서 매해 급감하고 있다. 올해 쌀 생산량의 감소원인으로는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이 꼽혔다.
 
농민들은 현 정부의 농업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에 거주하는 강광선(남·30대)씨는 올해 ‘청년 창업농’으로 선정돼 콩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청주에 계신 4H연합회 회원 대부분이 먹고살기 어려워졌다고 말한다”며 “쌀농사의 비율이 높은데 판로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생계 위협은 더 커진다”며 “논에서 타작물을 재배한다고 해도 기존의 쌀, 농산물 외에는 대기업이 시장을 선점해 활로를 뚫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정부는 정책을 발표함에 있어 소통 없이 일방적이다”며 “결국 이는 평소 농업을 등한 시 하고 있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선진국은 농업을 안보적인 측면에서 보는데 현 정부는 식량안보 개념도 없다”며 “현재 농업인 성장 로드맵도, 농업을 발전시킬 관료도 이 정부에는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세종특별시 인근에 거주하는 박기선(남·70대·가명) 씨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우리와 소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많은 농민들이 거리로 나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까닭은 이런 무시 받는 기분이 터져 나와서다”고 주장했다. 이어 “쌀농사를 짓는 사람들 중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도 힘들겠지만 온전히 쌀농사만 짓고 입에 풀칠하며 사는 사람들은 이번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에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농민단체·전문가 “식량안보 외면한 文정부 막장정책에 농민들은 죽을 맛”
 
농민들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있는 농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살 길을 찾아 달라 주장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광석 정책위원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는 북한에 대한 맹목적인 퍼주기로 미국의 국익을 침해한 데 따른 결과다”며 “농민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주요 농산물에 대한 수입세가 감소해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 농민들은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근시안적이라 비판한다. 또한 농업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끌어나갈 관료가 현 정부에 없다고 말한다. 사진은 농민단체 시위 현장. ⓒ스카이데일리
 
이어 “쌀 관세화 협상으로 미국에 쌀 쿼터가 배정돼 우리에게 쌀을 대량으로 수입하라 요구하고 있어 국내 쌀 산업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특히 이는 우리와 소통 없이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위원장은 “정부가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하려는 이유는 개도국 지위 포기로 인한 대책이 아니라 변동 직불금이 예산 소요가 많기 때문이다”며 “이참에 예산을 줄여 쌀 가격 지지 정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의도로 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외국에 식량을 의존하게 된다면 농업 주권을 포기하고 일방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정부는 농업 예산, 농산물 가격정책, 직불제도 개혁, 수입농산물로부터 국산농산물 보호 정책 등 다방면에서 놓고 봐도 농업정책 수준이 역대 정부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농민들이 살 수 있도록 농산물 가격안정대책을 마련하고 농업예산을 5%로 확충, 농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농민수당제도 도입하라”고 강조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 연합회 윤정열 과장은 “대화도 없이 개도국 지위 포기를 결정하고 농업쪽에 당장 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정부 관계자들은 농업인이 직접 피해입증을 수치화해 가져오라고 하는데 이는 정부나 산자부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WTO 관세가 무너지면 농업인들의 설자리가 없어진다”며 “고령화된 우리나라 농업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는 우리나라 농업의 특성을 직시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산지에서 정말 저렴한 양파 값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때는 크게 변화가 없었던 그 유통구조도 해결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교수는 “현재 지방에 내려가면 농업을 버렸다는 농민들이 많다고 한다”며 “정치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농민과 노동자 중 노동자만 우대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화가 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면 더 화가 나는 법이다”며 “반대로 돌아 선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익형 직불제에 대해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국민과 함께 하는 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농정전환이 필요하다”며 “기대감도 있지만 공익형 직불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쌀 등 주요자원에 소득안정장치가 미흡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이 성공하거나 효과를 보려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 했어야 한다”며 “현재 농민들은 가격 하락에 대응하는 소득안전망 장치가 없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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