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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권력에 배신당한 사회약자들(中-중소기업)

현실 동떨어진 신기루 정책에 경제계 약자들 시름 깊다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 근무제 부작용 속출…“땜질처방 아닌 원점회기 시급”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12-10 0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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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정부가 지난 2년간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쳐왔지만 취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은 중소기업이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서민들의 삶도 더 팍팍해지면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본래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시내 직장인들 [사진=안현준 기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문용균·나광국·장수홍 기자]  최근 정부가 내놓고 있는 경제정책을 두고 중소기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인 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는 데다 이를 위반할 경우 발생하는 처벌 수위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계 약자로 분류되는 중소기업계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기업 쏙 빠진 정부주도 혁신성장…경영난·고용악화 부작용 속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서 문재인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무려 30% 가까이 오르면서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함께 결정기준 보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원했다. 지난 6월 중기중앙회가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69.0%에 달했다. 올해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는 의견도 62.6%나 됐다.
 
특히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종사자 5인 미만인 영세 중소기업의 77.6%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원했으며 올해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서는 70.9%가 ‘높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고용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 29.8%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 시 채용을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고 ‘기존 인력을 줄일 것’이란 응답도 18.8%에 달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중소기업 안팎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업종별·규모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저임금법 4조1항은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한경연)이 지난 5월 발표한 ‘최저임금 차등화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과 주휴수당의 단계적 폐지만으로 4년간 54만1000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 기회가 낮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취업 기회가 더욱 줄어 저임금 근로자가 빈곤의 덫에 갇힐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최근 정부는 정책 시행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상황에 대해선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적용했으며 내년부터는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로시간이 적용할 계획이었다.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의 우려감이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급하게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원성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보완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예정대로 시행했을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2020년까지 최대 33만6000명의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한경연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고용감소와 소득감소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 소득재분배가 악화되고 소득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이 더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득격차 해소와는 정반대되는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재 국내 제조업은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근로자는 계속해서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오히려 여러 정책을 통해 기업을 옥죄고 있다”면서 “서민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권이 중소기업 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경제정책을 남발해 오히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 졌다”고 토로했다.
 
실망 커져가는 중소기업계 “산업현장에 맞는 전면적인 정책수정 필요”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국내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정책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위반 벌칙 수준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계에선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위반 관련 정부의 과도한 벌칙이 경영 리스크를 높이고 중소·영세 사업주를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경연이 지난 15일 ‘30-50클럽 소속국가의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운영 제도와 위반 시 벌칙 조항’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시간 위반 관련 벌칙 수준은 미국, 일본, 독일 등 다른 30-50클럽 국가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최저임금 위반 시 징역형에 처하는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뿐이었다.
 
미국은 근로시간 위반 벌칙 규정이 없고 독일은 최대 1만5000유로(약 1934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고의 위반이나 의식적으로 반복한 경우 최대 1년의 자유형 또는 벌금을 부과한다. 프랑스는 등급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는데 4등급의 경우 위반근로자 1명당 750유로(약 97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반면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 위반 사업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고 있다. 한경연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관련 벌칙을 벌금형 위주로 부과하고 징역형을 유지하더라도 상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위반 시 처벌 수준도 한국은 사업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30-50클럽’ 국가보다 높다. 최저임금 위반 시 프랑스는 근로자 1명당 1500유로(193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1년 내 재적발 시 최대 3000유로(약 387만원)를 부과한다.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 위반 시 50만엔(약 538만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한다. 영국의 경우엔 최대 2만 파운드(약 3010만원) 내에서 미지급분의 200%를 부과하고 최장 6년분까지 미지급임금을 이자를 포함해 지불토록 강제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위반할 경우 발생하는 처벌 수위 또한 다른 나라보다 높게 설정하자 국내 중소기업계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일정 시기에 연구개발을 집중해 결과물은 만들어야 하는 IT업계는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우려한다.
 
▲ 중소기업계에선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장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국내에서 경영의 어려움을 느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시흥시 위치한 시화국가산업단지 내 제조업체 전경. ⓒ스카이데일리
        
블록체인 공유숙박 플랫폼 ‘위홈’ 대표이자 한국공유경제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조산구 대표는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1년 유예했지만 그 이후에 대한 정확한 대안은 아직 없는 상태로 50인 이하 기업의 경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궁극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은 이뤄져야 하지만 업무량이 특정시기 집중되는 업계는 탄력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IT업계의 경우 연구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가 발생하는데 이럴 경우 탄력적으로 위반 벌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외국의 경우 이를 고려해서 차등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급격하게 금액을 인상하게 되면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테스트웍스’를 이끌고 있는 윤석원 대표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정책적인 방향과 고민은 이해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진행됐다”면서 “미국에서 근무했을 당시엔 스스로 열심히 일해서 그만큼의 보상을 받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었는데 이와 다르게 만약 정책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면 IT산업 발전이 저해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동결로 정책의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노동자에게 타격을 주고 있는 만큼 임금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확충에 재원을 투자하는 식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 52시간은 국가가 근로시간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으로 잘못됐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30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주 52시간제 도입을 무기한 연기하던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이다”며 “보완대책을 남발하지 말고 차라리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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