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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경제대란 전조 ‘위기의 건물주’(上-서울)

땀 흘리는 서민도, 땀의 결실 부자도 “추풍낙엽 매한가지”

서울 주요상권 4곳 중 1곳 공실…“자영업자 절규에 건물주 앞날까지 깜깜”

강주현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3-02 00: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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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건물의 소유주를 일컫는 건물주는 보통 건물에 임대를 놓고 임차인을 들여 월세 등을 걷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곤 한다. 큰 노력 없이 기존에 가진 재산만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는 탓에 많은 이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곤 한다. ‘하늘에는 조물주, 땅에는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임대료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자연스레 건물주들의 수익은 급감했다. 일부 건물주들은 건물 유지비 내기에도 빠듯한 처지에 내몰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우한코로나 사태로 건물주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되기 시작한 건물주의 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건물주의 위기’를 선정하고 서울, 수도권, 지방 등을 찾아 건물 공실현황, 건물주와 자영업자들이 직면한 상황, 부동산업계 분위기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건물주들의 위상이 몰라보게 추락했다. 경기침체로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건물 유지비 감당조차 어려워진 건물주들이 속출하고 있다. 원인은 자영업자들의 위기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건물주들에게까지 전가되고 있다. 사진은 전국 최고 수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태원 상권 전경.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지영·이하은 기자]예로부터 일반 대중에게 ‘건물주’는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건물을 소유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재산이 풍족하다는 걸 의미하는 데다 건물을 통해 큰 노력 없이 주기적으로 임대료 수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 수익이 웬만한 직장인 수입을 크게 상회한다는 점도 건물주의 위상을 드높이는 배경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건물주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아 주목된다. ‘건물 소유=안정적인 수익’이란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건물의 공실이 빠르게 늘고 있고 이에 건물주들의 수익이 급감하는 상황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건물주는 건물 유지비 마련도 빠듯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전문가는 한동안 건물주들의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물주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려면 경기가 살아나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나아져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써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한코로나) 확산에 따른 타격까지 더해져 건물주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실률 오르고 임대료 떨어지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 이젠 옛말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1.7%로 집계됐다. 분기별 조사가 시작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전인 2017년 1분기 공실률(9.4%)과 비교해 2.2%p나 상승했다.
 
주요 상권이 밀집해있는 서울의 경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서울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0%로 조사됐다. 1분기까지만 해도 7.5%에 머무르던 공실률은 8%대로 진입했으며 전국적 흐름과 마찬가지로 문재인정부 출범 전인 2017년 1분기 공실률(6.5%)과 비교해 급증한 수치를 나타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서울 주요 상권 중에서도 이태원(26.4%), 사당(16.7%), 테헤란로(14.1%), 혜화동(13.8%), 화곡(13.8%) 등은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공실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촌(11.6%), 압구정(11.3%), 신사역(11.3%), 논현역(10.2%) 등도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건물 임대료도 하락세를 보였다. 공실률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99.71p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이태원 상권 중대형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99.42p를 보였다.
 
혜화동(98.12p), 화곡(97.76p), 신촌(99.75p) 등 상권도 100p 미만의 지수를 기록했다. 해당 임대가격지수는 2018년 4분기 임대료가 기준(100)이다. 지수가 100을 밑돈다는 건 기준 시점보다 임대료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실률 상승, 임대료 하락 등의 주된 원인은 경기침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경영환경 악화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지준 전국 가구의 사업소득은 89만1600원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 전국 가구의 사업소득은 자영업자들의 소득으로 풀이되는데 2018년 4분기 이후 다섯 분기 연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계 작성 후 최장기간 감소세다.
 
경기침체→자영업 위기→건물주 위기→국민소득 감소 ‘도미노 붕괴’ 시작됐다
 
서울 주요 상권에서는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폐업, 이에 따른 공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 현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이태원 상권은 한때 경리단길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명성이 자자했으나 경기침체 등으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이어졌고 결국 상가 4곳 중 1곳 이상이 공실 상태로 방치되게 됐다.
 
▲ 서울 내 인기 상권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태원 상권과 사당역 상권 등은 최근 경기 악화 등으로 유동인구가 줄면서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연스레 해당 상권서 장사하던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줄었고 장사를 접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는 건물의 공실로 이어졌다. 사진은 이태원 상권(위)과 사당역 상권서 임대 공고가 붙은 건물들. ⓒ스카이데일리
 
이태원 소재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태원 상권은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많은 인파가 몰리던 곳이었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예전 다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자연스레 상인들은 임대료를 내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다들 가게를 접어 공실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벌이가 안 되니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도 없고 건물주들의 속만 타들어가는 분위기다”며 “몇몇 건물주는 임대료 인하는 물론 3개월 정도의 렌트프리(상가, 사무실 등을 일정 기간 동안 무상으로 임대하는 일)까지 각오하며 임차인 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가 어렵다보니 유리한 조건임에도 들어오려는 임차인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사당, 테헤란로, 신촌 등 상권의 상황도 이태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걸음마다 비어있거나 임대 공고를 붙여놓은 상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우한코로나 사태로 인해 바깥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사당서 음식점을 하는 한 상인은 “지난해 내내 장사가 안돼서 죽을 맛이었는데 요즘 우한코로나로 장사가 더 안 된다”며 “임대료 내기도 벅차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건비라도 줄이고자 직원들을 돌아가면서 쉬게 하고 있다”며 “최근 감염자가 부쩍 늘어난 걸 보면 꽤 오랜 기간 손님이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촌에서 만난 한 편의점업주도 “3, 4년 전에 비해 손님이 너무 많이 줄었다”며 “지난해에 바닥을 찍은 줄 알았는데 올해 우한코로나다 뭐다 해서 손님이 더 줄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건물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빌딩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어려우니 건물주들이 임차인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며 “과거엔 건물이 공실 나도 금방 임차인이 새로 들어오곤 해 공실이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공실이 나면 수개월 비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 건물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 경기가 악화되며 상가 임차인으로 있는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를 내기 힘든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에 건물주들의 걱정도 커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테헤란로 상권(위)과 신촌 상권에 공실로 임대 공고가 붙은 건물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그러면서 “물론 건물을 소유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산이 많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엄살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건물주마저도 타격을 입을 만큼 지금의 경기침체는 심각한 문제라는 걸 알아야 하고 개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국가적으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건물주의 위기는 경기침체로 인한 국가경제 붕괴의 전조현상이라며 심각한 우려감을 표했다. 경기침체→자영업자 위기→건물주 위기→경기침체 등 경기침체 사이클이 무한히 반복되면 종국엔 국가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지금 전국적으로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라 자영업자 등 임차인들이 임대료를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며 “상가 운영을 통한 수익이 임대료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장사를 포기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공실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실률이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장사하기 힘들어지고 상권이 침체됐다는 걸 의미한다”며 “각 상권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번진 상태며 사회적 차원으로의 대책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경기가 살아나야 상가 공실률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자영업자들이 장사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건물주의 위기, 나아가 국가경제 붕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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