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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업계 안팎에서 중견 건설사 엘티삼보의 행보가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사업 분야를 넓혀나가며 사세 확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 안팎에선 엘티삼보가 LG그룹 오너 일가인 구본식 회장 소유라는 점에서 LG그룹과 GS그룹 간에 ‘중복사업 회피’ 약속의 파기 가능성을 운운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GS그룹은 GS건설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법정관리 이후 범LG가 희성그룹에 편입…최근 사업영역 넓히며 ‘1조 클럽’ 등극
엘티삼보는 1976년 12월 ‘삼보지질’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부산광역시에 기반을 둔 삼보지질은 당초 토공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지역 내 각종 사업을 영위하며 운영됐지만 1990년대 초부터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부도처리됐다. 이후 법정관리를 거쳐 1996년 범LG가 기업인 희성그룹에 편입됐다.
희성그룹은 LG그룹의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능 회장이 이끄는 중견그룹이다. 구 회장은 현 LG그룹 총수인 구광모 회장의 친부로 알려져 있다. 희성그룹은 삼보지질을 주력 계열사인 희성전자 자회사로 편입하며 전문 건설사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2008년엔 사명을 삼보E&C로 변경했고 토목건축공사업을 시작으로 철근콘크리트, 비계구조물해체, 수중공사업, 보링그라우팅장비 임대업, 인적용역업 등의 면허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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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삼보E&C가 건설업계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2017년부터다. 정확히는 구 회장의 막내 동생인 구본식 회장과 그의 아들인 구웅모 씨가 개인 명의로 지분을 매입하며 개인기업으로 탈바꿈 시킨 이후부터다. 구 회장은 앞서 희성그룹 부회장을 역임하며 형인 구본능 회장과 함께 희성그룹의 성장을 함께 도모한 바 있다.
삼보E&C는 2017년 초 만해도 희성전자와 희성정밀, 희성화학 등이 각각 93.47%, 3.20%, 0.28% 등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해 하반기 구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개인 명의로 주식을 전량 매입했다. 이후 지금의 엘티삼보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엘티삼보는 구본식 회장이 45.7%, 그의 자녀인 구웅모 씨가 48.28%, 구연진 씨가 3.22%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구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 엘티삼보는 국내 관 공사를 비롯해 해외 플랜트, 국토개발 및 주택 사업 등의 영역에서 활약하며 사세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실적 또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 회장 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하기 시작한 이후 엘티삼보의 매출액·영업이익·당구순이익 추이는 △2017년 7594억원, 954억원, 930억원 △2018년 1조1536억원, 1873억원, 1319억원 △2019년 1조796억원, 1131억원, 789억원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매출액이 소폭 줄긴 했으나 여전히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실적은 매출액 7690억원, 영업이익 966억원, 당기순이익 812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실적은 매출액 8011억원, 영업이익 805억원, 당기순이익 696억원 등이었다.
구본식 당찬 홀로서기에 “LG·GS ‘중복사업 회피’ 맹약 파기되나” 분분
LG그룹 오너인 구본식 회장이 희성그룹 울타리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성공했지만 주변에선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엘티삼보의 사업 영역이 GS그룹 주력계열사인 GS건설과 중복되고 있어서다. 엘티삼보의 건설업 영역 확대는 과거 GS그룹의 계열분리 당시 ‘중복사업 회피’ 맹약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LG그룹과 GS그룹 간에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과거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LG그룹과의 계열분리 당시 ‘신의’와 ‘합심’을 강조해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허 회장은 “겹치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문서화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젠틀맨십이 있는 것 아니냐”며 “어쩌다 10년 후 중복사업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서로 이해와 양해 하에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LG가 안하는 분야도 많은데 우리가 굳이 중복되는 사업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도 했다
이후 실제로 LG그룹과 GS그룹은 각자 사세를 키워나가는 과정에서도 서로 중복되는 사업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약속은 후대 경영인에게도 이어져 여전히 LG그룹과 GS그룹은 최대한 중복되는 사업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구 회장이 이끄는 엘티삼보가 GS건설과 중복되는 사업 분야에서 맹활약하면서 과거의 약속이 폐기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건설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엘티삼보가 계열분리를 했다고는 하나 오너가 LG家라는 것은 사실상 LG그룹이 건설업에 진출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한 고위 임원은 “엘티삼보가 LG그룹과는 별도의 기업이라고는 하나 오너가 LG가인 이상 LG그룹이 건설업에 진출한 것과 다름없다는 시각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재계 안팎에선 이를 계기로 GS그룹 역시 방계를 중심으로 LG그룹의 사업영역 진출이 가속화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귀띔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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