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확산에 더해 코로나19까지, 점차 비대면 사회로 탈바꿈해가는 현실이지만 여전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전제는 유효하다. 따라서 자신이나 상대의 마음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사회생활에 앞서 스스로에게도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된다.
그렇기에 인간의 삶과 심리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심리학은 수십 세기에 걸쳐 수많은 학자 및 철학자가 복잡다단한 인간의 내면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고 탐구하며 이론을 정립한, 인간 행동의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 역사적 고찰의 산물이라서다.
의문사 ‘Why’에서 출발한 심리학… 인간·사회 진단하고 해결책 제시해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심리학을 전파하는 저명한 심리학자 곽금주 서울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연구실을 찾았다. 심리학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현 사회를 진단하기에 앞서 우선 곽 교수에게 심리학은 어떤 학문이며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질문했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심리학은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는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등을 여러 방면에서 탐구하고 과학적 접근을 통해 연구하는 분야라 정의할 수 있죠.”
“심리학은 모든 학문과 인간의 삶까지 아우를 정도로 사회 전반에 밀접해 있어요. 그래서 심리학은 꼭 어떤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는 등 우리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상승효과를 일으키죠.”
“특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중요해요. 이때 심리학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등의 조직 내 인적자원 관리, 갈등해소, 리더십과 팔로우십 등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중심점이 될 수 있죠. 큰 차원에서 보면 심리학이 하나의 사회를 이끈다고 할까요.”
심리학이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곽 교수의 답변에 기자 역시 어떤 사건의 이면의 사실과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왜’라는 탐구심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왜’라는 의문사 뒤에는 무궁무진한 새로운 가능성이 숨겨져 있어서다. 다음으로 최근 많은 사람이 해봤다는 ‘MBTI 성격유형검사’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질문했다.
“최근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이나 심리상태가 궁금해 MBTI를 하곤 하는데 완벽한 테스트라고 볼 수는 없어요. MBTI는 16개 정도로 성격의 차이를 분류했는데 사실 사람들은 검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모두 자신의 심리와 일치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분류한 대로 모두 일치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유형론’ 중 하나죠.”
“그렇다고 MBTI 테스트가 완전히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스스로의 성격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도 했고,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도 스스로의 심리를 진단해보려는 시도가 많아짐에 따라 이런 심리검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론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하죠.”
이어 곽 교수에게 코로나19로 어지러운 사회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진단을 구했다.
“코로나로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않는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개인에게서는 일상생활의 파괴가 시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비대면 사회에 사람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요. 단순히 말하면 인간관계의 거리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 사람들이 적응하면, 종래에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귀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어요.”
“여기에 취업, 대인관계, 연애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몸도 마음도 지친 청년들이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럴 때 스스로를 다잡아야 해요. 영화(관람), 운동 등의 활동을 하거나 유튜브 등에서 유익한 강의를 시청하면서 내면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하죠. 즉, 일상생활의 ‘무질서’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해요.”
“무질서에서 벗어나려면 주어진 시간에 따라 의도적으로 계획을 세워 행동하는 ‘루틴(routin)’이 필요해요. 루틴을 정해놓는 것이 늘어진 일상을 회복하는 긍정적 작용을 해서죠. 지금 당장의 육체적 안락이 지속해서 축적되면 차후에는 개인이 가진 가능성에 대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의식을 습관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어요. 힘든 시간을 기회로 삼아 역이용하는 청년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죠.”
우리 사회 속 만연한 성격장애… 성공에 집착 말고 ‘탄력성’ 지녀야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습관은 성격을 형성하며 성격은 운명이다’고 말했다. 습관이 곧 한 사람의 운명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힘든 상황 가운데서도 계획을 세우고 내면을 강하게 굳히는 습관을 들인다면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는 게 곽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어려운 현실을 기회로 삼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있는 반면, 우리 사회에는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만연해있기도 하다. 최근 들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일어나는 살인, 폭행, 방화, 강도 등의 사회 문제가 계속해서 뉴스에 등장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에 곽 교수에게 성격장애에 관해 질문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경계성 성격장애’와 ‘간헐적 폭발성 장애’(분노조절장애)가 있죠. 우선, 경계성 성격장애란 타인이 나에게서 멀어진다고 느낄 때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표현해 관심을 끌게 만드는 ‘집착’에 가까워요. 예컨대 상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만취해서 뻗어있다’고 말하거나 심각할 경우 자해까지 하는데 이는 상대가 자신의 뜻대로 안 될 때 이를 못 참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다음으로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분노조절장애가 있어요. 보통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때, 상대가 자신에게 한마디를 하거나 조금이라도 도발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게 특징이죠.”
“이런 성격장애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져요. 집단적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죠. 우리나라는 타인과 비교하는 문화가 있어 이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 억울하고 우울한 일이 잦아지는 만큼 상대가 자신에게 한마디를 하면 ‘갑질’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는 개인의 문제도 그렇지만 사회 구조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죠.”
“특히 사람들이 현 사회를 ‘사라진 정의’ ‘불공정 사회’로 바라봐요. 우리 사회에 불신이 만연한 것이죠. 이 때문에 개개인이 ‘왜 나만 이렇게 당해야 하나’ ‘왜 나만 이렇게 억울한가’ (생각)하는 찰나에 코로나까지 덮쳐 스트레스 수치가 배로 증가한 안타까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마스크를 끼라는 버스기사에게 분노를 느껴 폭행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던 거죠.”
잔잔한 물가에 던진 작은 돌이 큰 쓰나미가 되어 돌아오듯, 인간사에 있어 작은 충돌이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이어지는 현상은 개인이 가진 성격장애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이어 기자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소시오패스 성향을 지닌 사람의 특징을 물었다. 이들은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피해야 하거나 부딪히지 말아야 할 대상이란 판단에서다.
“소시오패스는 주로 성공과 목표 달성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내재된 반사회적 인격장애에요. 이들은 사이코패스와 같이 타인의 감정에 공감과 배려를 못 하는 심리와 본인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잘못을 하고도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죠. 반면, 사이코패스와의 차이점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한다는 것이고요.”
“이들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회사의 총수일 수도 있어요. 겉으로 보기엔 능력 있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웬만해서는 스트레스를 안 받기 때문에 하급자가 힘들어해도 본인만 못 느끼죠. 여기서의 시사점은 앞선 성격장애처럼 소시오패스도 우리 사회의 ‘1등주의’ ‘성공 지향주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런 사회에서는 은근히 도처에 소시오패스가 만연해있을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겠네요.”
곽 교수의 설명을 듣고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경계성 성격장애나 간헐적 폭발성 장애 그리고 소시오패스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주변 인물 몇몇이 뇌리에 스쳐서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혹시 그런 심리를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보리라’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인터뷰 막바지, 그에게 ‘심리학자가 권하는 인간 내면의 중심축’은 무엇인지를 질문했다.
“단어로 표현하자면 ‘탄력성’을 꼽을 수 있겠네요. 무조건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탄력성이 있다면 다시 일어날 수 있어서죠. 이 탄력성은 ‘희망’에서 비롯돼요. 이 희망은 비록 지금은 좌절했지만 다시 힘을 낸다는 ‘약간의 긍정적 착각’이죠. 그렇다고 어떤 노력 없이 비현실적으로 낙관하란 뜻은 아니고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반추적 사고’를 피해야 해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더 우울해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회적 허용범위에서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대화하거나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극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인간은 인간을 통해 따뜻한 치유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곽 교수가 말한 ‘인간을 통한 치유’가 새삼 마음에 와 닿았다. 일상을 바삐 보내는 나날들에 누군가를 위로해주거나 위로를 받아본 기억이 흐릿해서였다. 끝으로 곽 교수에게 앞으로 심리학자로서 나아갈 길을 물었다.
“미국에서는 심리학이 보편화돼 있고 학부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학문 중 하나예요. 특히 하버드 대학의 경우 저명한 교수들의 심리학 강의를 브랜드화하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심리학 연구에 더욱 지원이 많아 학문적 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심리학에 관한 역사와 연구가 그리 활성화되진 않았어요.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보수적인 측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은 조금씩 그런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심리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심리학자가 되고 싶어요.”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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