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은 대표가 5년만에 아워홈에 복귀했다. 아워홈 오너일가 세 자매는 과반이 넘는 지분율을 앞세워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부회장)을 해임하는데 성공하고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복귀에 앞서 캘리스코 대표직에서 물러났는데 언니 구명진 씨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아워홈은 국내 재계에선 흔치 않은 ‘자매 경영’ 체제를 이어가게 된 셈이다.
다만 구 부회장이 동생들에 밀려 해임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구 부회장이 아워홈 최대주주라는 점 등에서다. 구명진·구지은 자매의 경영 안정화 및 실적개선 달성 여부에도 업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된다.
재계 등에 따르면 구지은 대표와 구미현 씨, 구명진 대표 등 아워홈 세자매는 약 59%에 달하는 지분율을 앞세워 이사회를 장악해 구본성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들 세 자매는 4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규이사 선임안,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을 통과시켰다. 주주제안을 통해 21명의 신규 이사들을 추천, 선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종전에 11명이던 아워홈 이사진은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구지은 대표 측 인사 21명이 더해져 총 32명이 됐다.
세 자매는 주총 직후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구 부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하는 안까지 통과시켰다. 아워홈의 새로운 대표로는 구지은 대표가 선임됐다.
구 부회장이 해임된 배경으로는 △이사보수한도 사용초과 및 증액 논란 △정기주총 개최 관련 법, 정관 무시 논란 △보복운전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 부회장은 그동안 아워홈이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도 본인을 포함한 이사 보수한도를 늘려왔다. 최근에는 이사보수한도를 초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총이 법과 정관을 무시하고 열리지 않았던 점 등도 문제가 됐다. 일부 주주들은 올해 3월까지 열려야 하는 주총이 개최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주총 개최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여기에 지난 3일 법원이 보복운전으로 차량을 파손한 혐의에 대해 구본성 부회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세 자매의 ‘반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워홈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 회장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LG그룹에서 독립해 세운 곳이다. 구 회장의 네 자녀가 각각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구 회장의 장남 구 부회장이 38.56%의 아워홈 지분을 소유하며 최대 주주로 있다. 삼녀 구지은 대표는 20.67%의 지분을 소유한 2대 주주다. 장녀 구미현 씨와 차녀 구명진 대표는 각각 19.28%, 19.60%의 지분을 소유했다.
당초 구지은 대표는 언니, 오빠들보다 먼저 아워홈 경영에 참여했으며 크고 작은 성과를 냈던 바 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아워홈 부사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범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 부회장이 2016년 경영을 맡으면서 외식업체 캘리스코로 자리를 옮겼다.
구지은 대표가 이번에 아워홈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일단 장자 승계 원칙은 깨지게 됐다. 구지은 대표는 이사회의 신임 대표 결정이 확정된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 관계사 캘리스코 대표직은 구명진 대표가 맡게 됐다. 캘리스코는 사보텐, 타코벨 등을 운영하는 아워홈 관계사다. 지난 2월 대표이사가 구지은 전 대표에서 구명진 대표로 교체됐다.
‘자매 경영’ 아워홈, 남매갈등 불씨 여전…경영 정상화 과제 달성 여부에 시선
구 부회장의 해임과 별개로 아워홈 오너일가의 남매갈등 불씨는 여전하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우선 지분구성이 변수로 작용한다. 구 부회장은 회사 최대주주이면서 38%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에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지만 부회장직은 유지할 수 있었다.
이사회 과반 결의로 가능한 대표이사 해임과 달리 사내이사 해임에는 3분의 2 이상의 지분 동의가 필요하다.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의 지분은 모두 합쳐도 60%에 못 미친다.
‘캐스팅 보트’를 손에 쥔 장녀 구미현 씨의 의중도 경영권 행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구지은 대표가 구 부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음에도 아워홈에 복귀에 실패한 건 구미현 씨가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영향이 크다. 2017년 벌어졌던 경영권 분쟁에서 구미현 씨가 구 부회장 편에 서며 구지은 대표의 아워홈 복귀가 무산됐던 게 대표적이다.
구 부회장의 사법리스크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만큼 이번엔 구지은 대표의 손을 들어줬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런 만큼 구지은 대표는 언니와의 관계 유지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이며 구 부회장은 첫째 동생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힘쓸 것으로 관측된다.
구명진 대표의 경우 큰 이변이 없는 한 구지은 대표와 협력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부터 구명진 대표는 구지은 대표의 손을 들고 구 부회장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번에 동생의 아워홈 복귀와 함께 본인은 회사 대표이사직에 오른 만큼 구명진·지은 자매의 관계는 보다 돈독해졌을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다만 구명진 대표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건 부담으로 남는다. 구명진 대표는 캘리스코 대표이사가 되기 전까진 특별히 경영활동에 참여했던 이력이 없다. 구 부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정도가 전부다. 구명진 대표의 경영능력이 또 다른 ‘오너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구지은 대표가 전방위적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캘리스코의 실적은 코로나19 등으로 크게 뒷걸음질 쳤다. 올해 상황이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점에 캘리스코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캘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649억원으로 전년의 868억원에서 25% 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3억원에서 지난해 90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구지은 대표의 부담도 적지 않다. 아워홈과 캘리스코 등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하지만 사업 특성상 코로나19 여파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구지은 대표는 단체급식과 식자재유통부문의 매출액을 정상화시키고 외식사업을 넓히며 경영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공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구 대표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온라인 유통과 가정간편식(HMR) 등에 힘쓰며 사업체질 개선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아워홈이 비상장사로서 주주와 종업원들의 권익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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