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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의 안보정론

전투준비태세 차원에서 軍 성범죄 근절해야

“이 중사 사건 늑장 대응…성범죄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필요”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6-15 11:00:46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군의 경우 2013년에 육군 대위, 2017년에 해군 대위가 성추행 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14년에는 모 부대 사단장, 2018년에는 육군 장성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하는 등 성범죄가 빈발하였다. 그때마다 군은 성범죄 근절을 다짐하면서 종합대책을 강구하였지만, 그 조치들은 과시용으로 끝난 채 전혀 이행되고 있지 않다. 이번 공군 여군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와 자살 사건의 경우 3월 2일 노골적인 성추행이 있은 후 5월 22일 자살할 때까지의 81일 동안 군이 제대로 조치한 사항은 전혀 없다. 오히려 성추행 사건을 덮거나, 자살한 이 중사는 물론 그 남편과 이 중사의 아버지까지 회유하는 데 몰두했다. 공군의 양성평등센터 소장은 한달 넘게 국방부에 늑장 보고하였고, 공군 군사경찰이 가해자를 기소하자고 했지만 공군 검찰단은 처리하지 않았다. 이 중사가 도처에 도움을 요구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결국 죽음 이외에 길이 없다고 판단하도록 만들었다. 군이 이 중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측면이 적지 않다.
 
자살 이후에도 군은 미온적으로 사건을 처리했다. 공군은 최초 ‘단순 사망사건’으로 국방부에 보고했다. 이틀 후 공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에게 성추행과 자살 내용이 보고되었지만 이 둘은 엄정한 조사나 처리를 지시하지 않은 채 침묵하였다. 군 수뇌부도 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자체 수사 의지도 의심을 받아서 국민의 힘을 비롯한 야4당은 소속 의원 112명 전원의 공동 발의로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군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명명백백한 조치는 물론이고, 이 기회에 성범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각급 부대에서 보고된 성추행 사건을 다시 한번 정확하게 재조사하도록 하고, 성범죄 피해를 입은 모든 장병들에게 신고하도록 하여 해당부대에서 엄정하게 조사한 후 처벌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질책을 받더라도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심정으로 성범죄 근절에 노력하여 실추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 군은 남녀 혼성(混性)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 성범죄는 전투준비태세 차원에서 예방 및 대처되어야 한다. 남녀 간에 서로 존중하거나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하거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범죄의 가해자는 물론이고, 옆에서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에도 처벌할 필요가 있고, 은폐한 경우에는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국방부에 성범죄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여 피해자가 전화만 하면 지휘계통과 무관하게 일사불란하게 조사 및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전화번호를 모든 장병들에게 인지시켜 즉각적인 보고와 조치가 가능하게 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리고 성범죄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여군의 근무에 관한 실태, 성범죄를 비롯한 제반 문제점, 그를 위한 개선사항 등을 6개월 단위로 종합하여 국회와 국민들에게 보고하도록 만들 필요도 있다.
 
군에서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식사문제, 성범죄 등의 다양한 사태가 훈련 소홀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최근 군이 실전적 훈련보다는 정치권 눈치를 보거나 사고예방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게 되면 군대의 구심점이 약해지거나 군기강이 해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훈련에 매진하면 엉뚱한 생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군 수뇌부들은 “Fight Tonight”이라는 한국군의 구호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즉각대응태세와 실전과 같은 훈련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치권도 반성할 부분이 없지 않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부터 군부대를 수시로 방문하여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지휘관들의 고충을 들어주면서 강군 육성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더라도 군은 북핵 대비에 최선을 강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당연히 한·미연합훈련을 조기에 복원시키고, 이로써 군에서 훈련의 함성이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로지 군사지식에 정통하면서 부대의 전투력 강화에 탁월한 성과를 낸 지휘관들을 영전 및 진급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군이 잘못할 경우 엄중하게 질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평소부터 정치권과 군대가 함께 고도의 전투준비태세와 강군육성을 보장해 나간다는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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