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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차별 금지인가, 자유의 축소인가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1-17 10:40:17

 
▲이동호 변호사
차별금지법안 두고 여권 내 혼란 가중
시민단체와 의원들 연내 제정 촉구하나
대선 후보 이재명은 충분한 논의 요구
차별 금지 미명 하에 자유 축소 우려
통과 시기 제한 말고 충분히 논의해야
 
대통령 선거에 비하면 작은 문제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5년 임기 대통령을 뽑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입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8일 기독교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소위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 법은 우리 사회 중요 의제고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게 현실이다”면서 “잘못 작동될 우려가 높으니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며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보수 성향 기독교인들의 표를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여당이 벼르고 있는 입법에 대해 여당 대선후보가 대놓고 우려를 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전통 지지층의 표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인데 진보 시민단체들은 지난 여름부터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실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용 분야에서는 연령, 성별, 장애, 비정규채용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여러 개 존재한다. 비록 선언적인 법이긴 하지만 양성평등기본법은 사회 모든 영역에 있어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별 입법이 주로 고용 영역에 국한돼 있거나 선언적인 수준에 머무르다 보니 아예 일반 법률로써 사회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위반 시에는 국가권력으로 직접 구제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하는 강력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던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17대 국회부터 차별금지법은 계속 발의됐다. 2007년에 정부안, 2008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안, 18대 국회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안, 19대 국회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안 등이 있었다. 그러나 통과되지 못했고 20대 국회에서는 아예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21대 국회에서 여권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입법의 봇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처음 권고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작년 6월에 권고안을 다시 발표했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이를 거의 그대로 받은 법안을 발의했다. 올해 들어서는 민주당 의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6월에 이상민, 8월에 박주민, 권인숙 의원 등이 연거푸 법안을 발의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 운동에 돌입해서 순식간에 10만 명을 채우기도 했다.
 
민주당 의석이 과반수를 훌쩍 넘기 때문에 이 법안은 이미 통과됐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작년에 발의된 장혜영 의원안만 겨우 상정했을 뿐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은 아직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법안을 발의한 4 명 의원들이 3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법안 발의자이기도 한 박주민 의원이 법사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과연 여당이 법안 통과 의지가 있는지 헷갈리게 만든다.
 
결국 8일 이재명 후보가 법안 통과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고 그 여파인지 11일에는 국회 법사위가 무려 10만명이 참여한 차별금지법 청원 심사 기한을 불과 43초만에 21대 국회 회기 말까지로 연장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여당을 맹비난하고 있고 민주당은 곤경에 빠져버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전월세 3법을 통과시킬 때의 의기양양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필자는 민주당의 곤경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본다. 차별금지법 취지는 좋지만 실제 입법으로 강제하기에는 무리한 내용들을 너무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4명 의원의 안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안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인권위 권고안을 놓고 한번 보고자 한다.
 
우선 차별해서는 안 되는 사유가 성별, 장애, 병력(病歷),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등 20개가 넘는데 대부분 공감이 간다.
 
그러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항목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사적 영역에서는 성적소수자들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사회 영역으로 확대되면 당장 공중 화장실, 대중목욕탕을 어떻게 설계할지 난감한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학교 성교육 교재도 새로 써야 할 것이고 남녀 결혼 가정을 전제로 한 가족 정책도 새로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 논의가 부족하지 않은가.
 
차별을 금지하는 영역이 모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생활로 지나치게 포괄적인 것도 문제다. 정치, 경제라면 모르겠지만 사회 나아가 문화 영역까지 일일이 법이 개입해 차별 여부를 심판하겠다면 개인과 기업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될 수도 있다.
 
특히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했지만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야기된 경우도 일단 차별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느 기업인이 성별 구별 없이 사원 채용 공고를 내긴 하지만 사실은 남자를 선호해서 대부분 직원을 남자로 뽑은 경우에 이를 일단 여성 차별로 보고 사업주에게 차별이 아닌 이유를 증명할 책임을 부담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고용 축소로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
 
소위 입증책임 전환이라고 해서 누군가 차별을 주장하기만 하면 차별이 아니라는 이유를 상대방이 입증해야 한다. 손해배상청구를 당하면 역시 상대방이 자신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도 들어 있다. 차별 주장은 쉬운 반면에 이를 방어해야 하는 공급자나 사업자 쪽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문제점이 많지만 짧은 지면에서 전부 다 언급할 수 없어 줄인다.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은 당연히 배척되어야 하고 그것이 헌법정신이므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것을 모든 영역에 걸쳐 포괄적으로 법으로 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자칫하면 선택의 자유가 억압되고 차별금지라는 미명 하에 국가기관에게 너무 많은 권력과 감시 권한이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내 제정처럼 시기를 제한할 필요 없이 대선 이후에라도 좀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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