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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유감스러운 임기 말 대통령 부부의 국비 해외순방

코로나19‧北 도발 등 엄중 상황서 이해할 수 없는 외국행

차기 정부는 복거지계(覆車之戒) 되새기고 국정 운영해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1-22 13:24:59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사회복지학과주임교수
“내가 네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 <시편 32 : 8>
 
대한민국의 다음 5년을 이끌 대통령을 선출할 선거가 46일 앞인데도 유권자 절반이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더 좋은 후보가 아니라 덜 나쁜 후보를 뽑으려니 여간 힘 드는 게 아니다. 심지어는 “누구도 찍지 않겠다”는 표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나온 대선후보들이 하나같이 호감보다 비호감이라는 여론과 함께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전을 보여주기보다 재정에 기대는 포퓰리즘과 남녀를 갈라치는 ‘편 가르기’ 그리고 후보자 아내에 대한 사생활 폭로 등에 부동층의 정치 혐오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나라가 혼란스럽고 광주 아파트 붕괴,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이번에도 8일간 일정으로 중동 3개국 순방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를 도는 일정이다. 청와대 말로는 이번 순방에서 35억 달러(약 4조1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수출이 확정했다지만 꼭 대통령이 직접 가서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효력이 발생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국내외 사정은 그리 편치 않은 상태다.
 
우선 코로나 상황이 아직도 녹록치 않고 심각하다. 7000명을 넘던 하루 확진자가 4000명 안팎으로 줄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질병관리청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지금의 거리두기를 유지한다 해도 다음 달 말 하루 1만명의 확진자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생각해 거리두기 등을 완화할 경우 확진자는 3만명, 위중증 환자는 1800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거칠어진 민심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판이다. 더구나 안보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문 대통령이 순방중인 17일 북한은 올 들어 네 번째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특히 지난 5일과 11일에는 각각 마하 6 및 10의 극초음속미사일 두 발을 쐈다.
 
이 첨단무기는 초고속으로 불규칙하게 비행해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쉽게 뚫는다. 무려 17조원을 퍼부으며 킬체인(Kill Chain)과 함께 개발해온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는 중간에서 요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엄중하고 심각한데도 문 대통령은 그저 ‘국가안보실장은 국내에 남아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유관부처와 협력해 대처하라’는 말만 던지고 순방길에 올랐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나. 언제 상황이 터질지도 모르는 코로나19에 북한의 위협까지 겹쳤는데도 국가 최고지도자이자 군 통수권자가 이렇게 나라를 비워두고 외국에 나갈 수 있을까. 많은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주변국 정상들은 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1월 중순 이후 한 번도 해외에 나가지 않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2019년 7월부터 자리를 지켰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해외 방문은 5번으로 절제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대통령도 네 번에 걸친 외유만 했다. 문 대통령의 일정을 보면 안 가도 될 듯한 국가를 해외순방 대상국에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반면에 미일중 정상들은 꼭 필요한 회의만 참석하고 즉각 귀국한 바 있다.
 
물론 어쩔 수없이 방문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당연히 나가는 게 맞다. 그러나 방문국의 면면을 보면 아무리 봐도 국내 상황을 제쳐놓고 갈 만한 중대 현안은 아닌 것 같다. 생각 할수록 어이가 없고 한숨이 나온다. 지난 5월 방미를 시작으로 이번 순방까지 여섯 번 해외에 나갔지만 이렇다할 업적도 없다. 항상 외국만 나가면 뒷말이 많은 대통령으로 각인될 정도로 유달리 설화도 많고 외교 실수도 많지만 이번에도 문 대통령의 ‘문제 많은 외교행보’는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우리나라 대통령이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문 대통령이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스마트 혁신성장 포럼에 참석했다. 그러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은 늑장 도착했다. 이날 행사장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외국 정상이 참석한 행사의 주요 장관이 지각을 하는 것은 외교상 결례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뒤늦게 입장한 압둘아지즈 장관은 놀랍게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문 대통령의 뒤편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그의 무례에 대해 너그럽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지만 그게 국민의 눈에 의연한 자세로 비춰졌을까.
 
더 분통이 터지는 건 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그동안의 발언 기조와는 상당히 다르게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작년 10월 유럽 순방 때 비핵화 촉진을 위해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가 유럽 국가들로부터 핀잔만 받았던 문 대통령이었기에 이번 스웨덴 연설을 들으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대화는 이미 (북한에) 여러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가 중단되고 남북의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고 있다. 접경 지역의 등대에 다시 불을 밝혀 어민들이 안전하게 고기잡이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한다. 한국 국민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무조건 신뢰하고 따라 달라면서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 곧 남북대화에 많은 우려를 표명하는 보수우파 사람들을 질책한 것이다. ‘그들이 평화를 더디게 한다’면서 말이다. ‘평화를 더디게 하는 것’은 남북대화를 신뢰하지 않는 그들이 아니고 북한 때문이며 그리고 오직 북한만 바라보며 동맹도 무시하는 문재인정권 때문이라는 것을 진정 모르는가. 문 대통령의 말만 들으면 이미 남북 간 인적 교류도 완성하고 또 비무장지대를 우리 남쪽 국민들이 마음대로 평화롭게 산책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린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 국민들이 오가는 수많은 길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진짜 그럴 것으로 믿는가. 그렇다면 사실 통일된 것이나 다름없는 일 아닌가. 한국 상황을 잘 모르는 스웨덴 국민들은 한반도에 이미 평화가 왔다고 느꼈을 것이다. 현실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문 대통령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에 얼마나 많이 속아 왔는가. 남북 간 대화는 어쩔 수 없이 ‘두드려 보고 또 두드리면서 가야하는 지난한 길’ 아닌가. 이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하는 남북대화를 무조건 믿고 지지해 달라니.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이 있도록 지원해 주고 또 지켜준 동맹국 미국마저 문재인정권을 믿지 못하는 판에 우리 국민들보고 그저 믿어 달라니.
 
그동안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변한 것이 뭐가 있는가. 지금도 여전히 핵무기는 개발하고 있고 우리 남쪽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도 했으며 지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심지어 미국과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며 싱가포르에 가던 그날도 핵무기 공장은 돌아가고 있었다는 미국의 발표를 문 대통령은 들은 적이 없는가. 문 대통령을 보면서 복거지계(覆車之戒)가 떠오른다. 앞의 수레가 넘어져 엎어지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뒷사람은 실패하지 말라는 훈계의 말이다.
 
중화민국 장개석이 왜 망했나. 정치인은 권력 투쟁에 날이 새고, 국민들은 방관하고, 군대는 부패하여 미국이 준 무기를 적군에 팔아 밤이 새도록 술 마시고 마약 복용하고 했기 때문이다. 월남이 왜 망했나. 최근 아프간이 왜 망했나. 월남은 미군 철수와 동시에 사이공이 함락됐고 아프간은 미군 철수와 동시에 카불이 함락됐다. 한국도 해방 후 미군이 철수하면서 6.25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문 대통령은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면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고 했다. 6.25는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일 뿐 ‘침략전쟁이 아니다’는 것인가. 기가 막힌다. 여러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국난’의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리를 지켜야 할 때 이렇듯 나몰라 하고 해외로 도는 대통령만 위기를 못 느끼는 것 같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베드로전서 5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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