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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법의 심판대에 선 K-방역 (II)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1-26 09:57:28

 
▲이동호 변호사
방역패스 확대에 법원 또 집행정지 결정
정부 방역조치 합리성에 큰 의문만 생겨
과도한 방역, 감염병예방법에 원인 있어
행정청에 전권 위임, 통제 장치 없는 실정
국회ㆍ지방의회에 통제권 주는 개정 필요
 
‘방역패스’ 확대 적용을 중지시키는 법원 결정이 또 내려졌다. 법원은 1월4일 학원 등 학습시설에 대해서도 방역패스를 의무 적용하기로 했던 보건복지부 장관의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를 잠정 정지시킨데 이어 서울특별시장의 ‘상점·마트·백화점’ 등 판매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의무 적용과 12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들에 대한 방역패스 확대 적용 조치에 대해서도 1월14일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사람이 많이 모이기는 하지만 식당·카페와 달리 음식을 먹지 않아 위험성이 낮은 3000㎡ 이상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백신패스를 확대 적용하고,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중증화율이 현저히 낮고 사망 사례도 없는 청소년들에 대해서까지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것이다.
 
이번 집행정지 결정의 본안 사건은 무려 1023명의 서울시민이 집단소송 형식으로 방역패스 확대 적용 조치의 취소를 구한 것이었는데, 일부 조치에 대해서만 집행정지가 인정되면서 원고와 피고 측 모두 불만을 품고 항고를 제기했다. 그래서 아직 최종 결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불과 열흘 간격으로 법원이 특히,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에 대해서는 연속해서 집행정지를 내리다 보니 정부 방역 조치의 합리성에 큰 의문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앞서 1월 12일자 칼럼에서 학습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잠정 중지시킨 법원 결정문에 드러난 주목할 점을 살펴봤었는데, 백신 미접종자의 감염 위험이 백신 접종자에 비해 겨우 2.3배밖에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 정도 차이면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안심할 이유가 별로 없는데도 정부가 백신의 효능을 지나치게 과대 포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집행정지 결정문에도 주목할 점이 보이는데, 정부는 방역패스의 주된 목적이 백신미접종자를 감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지 미접종자의 접종률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점이다.
 
그 이유는 접종 완료자들 사이에도 돌파감염과 위중증 환자가 상당 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감염 위험에 있어서는 접종자나 미접종자나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다만, 백신이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낮추는 효과는 있는 만큼, 미접종자의 접종률을 높여 중증화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시키면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공익적 효과 정도만 인정했을 뿐이다. 쉽게 말해 방역패스 확대 적용은 백신미접종자 보호라는 미명 하에 실제로는 미접종자의 자유를 제한해서라도 백신 접종을 유도해 병상 부족 사태를 막으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법원은 봤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2차 이상 백신 접종률이 85%가 넘고 청소년 접종률도 70%가 넘는 것으로 나온다. BBC뉴스 코리아 사이트에 나온 나라별 비교를 봐도 우리나라의 접종 완료율(85%)은 중국과 동일하고 이보다 높은 나라는 칠레(87%), 쿠바(86%), UAE(92%), 포르투갈(90%)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백신 접종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협조 정도는 전혀 탓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무리한 확대 적용 조치를 취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는데 필자는 방역패스의 근거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그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행해지고 있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모든 조치는 감염병예방법 제49조를 근거로 하는데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의 권한으로 총 17가지의 예방조치를 할 수 있다. 특히 자유에 대한 제한이 가장 큰 집합금지 조치(제49조 제2호)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명령으로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집합금지의 경우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어서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즉, 앞에 열거된 ‘흥행, 집회, 제례’만 보면 이번에 집행정지의 대상이 된 학습시설이나 판매시설 같은 것은 ‘흥행, 집회, 제례’를 위한 것이 아니므로 집합 금지 대상이 아닌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이라는 문구 때문에 앞의 ‘흥행, 집회, 제례’라고 열거한 부분은 사실상 의미가 없고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면 거의 무제한적으로 집합 금지 조치의 대상에 포함되는 문제가 있다.
 
물론 감염병은 짧은 시간에 광범위하게 퍼져 나갈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려는 조치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취해져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자유에 대한 제한도 크기 때문에 행정청이 최신 상황을 반영해서 적절한 시점에 제한 조치를 중단하거나 갱신할 수 있도록 그 기간을 예컨대 ‘14일 이내’ 같은 식으로 법에서 미리 제한해 줄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권한도 모두 행정청에게 위임되어 있다. 심지어는 사후 통제 장치도 없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이를 긴급재정경제명령·처분이라고 하는데, 이 조치도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할 수 있고 조치를 한 후에는 즉시 국회에 보고해서 사후 승인을 얻어야 한다. 만약 국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처분이나 명령은 효력을 상실한다.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이나 인원 제한도 그 내용으로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긴급 조치이므로 긴급재정경제명령·처분에 못지않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은커녕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명령만으로 광범위한 자유 제한 조치를 할 수 있고 사후적으로 국회나 지방의회의 승인조차 요구되지 않는 것은 위헌 법률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1년 넘게 이어진 영업시간 제한과 인원 제한으로 자영업 기반이 붕괴 지경에 처했는데도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조차 그저 행정 조치를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이들에게 최소한 사후 승인권이라도 부여하는 취지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의원들도 적극 관여하여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감염병예방법에 대해 100개 넘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지만 이런 방향으로의 개정안은 아직 없는 것 같다. 현재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근거해 청소년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조치에 대해서 그나마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는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법률에 아이들이 헌법소원으로 맞서는 이런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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