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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소비자물가 비상

역대급 물가 폭등… 금리 인상 외에 방법 없나

소비자물가 상승률 5%대 진입… 2008년 이후 최고치

러·우 전쟁·세계 기상 이변 등 외부 요소 영향 커

전문가 “물가 억제 방안 제한적… 금리인상 시 소폭 반영”

기사입력 2022-06-21 00:07:00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향후 공공요금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물가 상승세를 더욱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물가를 잡으려고 해도 물가 상승 요인의 상당수가 대외적 리스크로 지목돼 뾰족한 해법이 사실상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없다며 일단 금리 인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러·우 전쟁·라니냐 등 대외 리스크 겹쳐… 농산물·연료비 등 동반 상승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1년 전보다 5.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3월과 4월에는 4%대를 기록했고 5월에는 5%선을 돌파했다.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선 것은 2008년 9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 등 오름폭도 확대됐다”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 심의관은 이달 물가가 지난달 대비 상승률이 -0.4%보다 낮지 않으면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 2월에는 전월 대비 0.6% 증가했고, 3~5월에는 0.7% 올랐다. 특별한 하락 요인이 없는 이상 물가 상승률은 5%대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식료품 가격 상승, 유가 상승, 공공요금 상승 등을 꼽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이어 여러 대외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얘기다.
 
먼저 기상이변이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160.7mm로 예년 강수량(310.3mm)의 51.8%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일까지의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5.8mm로 평년(104.2mm)의 10% 에도 미치지 못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오동훈] ⓒ스카이데일리
 
가뭄에 따른 농산물 가격 인상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라니냐 현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주요 농업 생산국에 가뭄이 들고 인도에도 4월 50도에 달하는 폭염이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작황이 부진한 상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농산물은 수확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번 가뭄 등 문제가 발생해 수확량이 줄어들면 가격을 잡기 힘들다”며 “문제가 생기지 않은 쪽 물건들을 수입하기 위해 정부가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를 러시아가 차단하면서 전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철회하면 곡물 수출길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전역을 점령하려는 시도는 좌절됐지만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지역 상당수가 이미 러시아의 수중에 장악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 속도가 더뎌지며 전쟁이 장기화되는 추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유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쟁 불안감으로 상승하던 국제유가는 전쟁 발발 후 급격하게 상승해 배럴당 130~14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가격이 안정화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EU가 올해 연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의 약 90%를 금지하기로 합의하며 배럴당 120달러 선을 다시 돌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산 석유 수입 비중이 높지 않지만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유의 대체재를 찾으며 발생하는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를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가 등 연료비 상승에 따른 공공요금 인상도 치명적인 수준이다. 특히 전기세 인상의 필요성이 커지며 그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국전력(한전)은 올해 3분기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에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한전은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안을 제출했으나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수용하지 않으며 동결됐다. 그 결과 2분기 전기 요금은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분만 반영됐다.
 
하지만 한전의 적자 규모가 점점 커지고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만약 전기 요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물가 상승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전력이 더 이상 전기요금 인상없이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또 동결한다면 세금으로 메꿔야 하는 데 그러면 전기를 안 쓴 사람도 전기세를 내는 꼴이 된다”며 “차라리 물가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전기를 쓴 만큼 부담하게 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물가 잡을 방법 찾기 어렵다… 금리 인상이 최선”
 
물가 폭등을 잡기 위한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도 물가 상승에 외부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물가 상승은 외부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며 “앞으로도 물가 상승 요인은 있지만 하락 요인은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이교수는 이어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긴축정책인데 긴축 정책을 펴면 경제 성장이 정체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은행이 4, 5월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사진제공=한국은행]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물가안정 방안으로는 금리 인상 방안이 지목됐다. 물가 인상의 원인을 외부 리스크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내부 수요를 억제하는 식의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리스크가 있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는 것은 오류가 있다”며 “지난 정부에서 재정과 함께 통화도 사상 최대로 풀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적인 요인의 경우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외환시장 안정화가 되면 일부 흡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행(한은)은 4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인상한 데 이어 5월에 1.5%에서 1.75%로 올리며 2007년 이후 15년 만에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달 15일(현지시간) 28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발표하며 큰 폭의 금리인상을 밀어붙였다.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25%p로 사실상 같은 수준이 됐다. 연준은 7월에도 기준금리를 0.5%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것이란 우려섞인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한은이 7월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최초로 0.5%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데 우리나라 금리는 그대로라면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도 금리 인상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상이 꼭 물가 상승세만 잡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물가 자체는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교수는 이어 “물가가 오른다고 하면 공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인데 현재 공급 쪽에서 대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쪽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양준규 기자 / jgyang@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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