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충청남도 천안시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김채연(가명)씨는 요즘 들어 테니스에 푹 빠졌다. 김씨는 “친구 따라 테니스 레슨 상담 받으러 갔다가 입문하게 됐다”며 “지금은 테니스 클럽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테니스 열풍으로 이전에 비해 많은 젊은 친구들이 테니스에 입문하고 있다”며 “테니스를 하는 이유는 다이어트, 실력 증진, 친목 도모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무언가 하나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씨와 같이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MZ세대(2030세대) 사이에서 테니스의 인기가 뜨겁다. 이들은 단순히 테니스를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테니스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테니스 관련 상품을 구입하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를 과시하거나 각종 해외 테니스 경기 정보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MZ세대 취향저격한 테니스… 운동 트렌드로 자리잡아
MZ세대는 휴대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이다. 트렌드에 민감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쓰는 돈이나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 특성도 지니고 있다. 이런 성향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테니스 열풍은 주도적으로 소비 트렌드를 만들고 확산시키며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MZ세대의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실제로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 검색어로 ‘테니스’를 입력하면 87만2000여개, ‘테린이(테니스 초보자)’로 검색하면 26만7000여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이들 대부분은 MZ세대가 올린 것들이다.
테니스 열풍 속에서 이에 대응하는 MZ세대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테니스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지만 예쁜 테니스룩을 원하는 경우와 운동에 초첨을 맞춰 기능에 집중하는 경우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김은경(가명)씨는 “테니스 복장을 선택할 때 디자인, 핏, 브랜드 순으로 본다”며 “보통 치마는 10만원대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 하고 있는 30대 초반 직장인 박은희(가명)씨도 “테니스에 입문한 지는 8개월 정도 됐다”며 “테니스복을 구매할 때 브랜드나 운동복 핏을 보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박씨는 “보통 치마는 7만원 후반, 원피스는 10만원 정도로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 양천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모씨는 “초등학교때 부모님 권유로 잠깐 테니스를 치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대학교 입학하면서부터였다”면서 “테니스 복장을 선택할 때 예쁜 것보다는 기능에 집중한 소재의 옷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취미 활동을 넘어서 전문가 수준의 플레이를 하고 싶어서 코트마다 신는 신발과 옷이 다르고 장비도 바뀐다”고 귀띔했다.
정씨와 같은 대학교를 다니는 문혁(가명)씨도 “가족이 테니스를 즐기다 보니 초등학교때부터 자연스럽게 테니스에 입문하게 됐다”며 “테니스운동복이나 장비는 브랜드를 따지기보다 입으면 편한 옷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매출로 이어지는 테니스 열풍
한국섬유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패션규모는 2020년 40조3228억원에서 2022년 46조407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은 5조9801억원에서 7조130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테니스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테니스 인구는 50만명, 국내 테니스 시장 규모는 2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각각 60만명, 3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월 1회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인구도 약 1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니스 열풍’을 주도하는 것은 2030세대다. 이러한 테니스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에 힘입어 유통업계도 MZ세대의 욕구에 부응해 테니스 운동복과 다양한 행사들을 선보이며 테니스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24일 오픈한 체험형 테니스 팝업스토어 ‘더 코트’엔 오픈 3일 만에 5만명 이상의 '테린이'들이 다녀갔다. ‘더 코트’는 2030세대가 중시하는 ‘인증샷’ 욕구를 충족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잠실 월드몰 1층 아뜨리움 광장에 테니스 코트처럼 꾸며진 행사 공간은 실제 테니스 코트의 1.4배 크기인 357m²(약 108평) 규모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골프에 이어 테니스가 젊은 층의 인기 운동으로 떠올라 팝업 스토어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업체에서도 테니스 관련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옥션이 지난달 22일 최근 2개월(4월18일~6월20일) 동안 2030세대의 스포츠레저 소비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테니스를 비롯한 축구, 야구 등 단체 구기 종목 제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8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옥션에 따르면 2030세대의 테니스용품 매출이 전체적으로 210% 증가했다. 그 중 테니스복 208%, 테니스화 182%, 테니스가방 24%로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에 따르면 이 업체의 올해 1~3월 테니스 용품 전체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0% 늘었다. 라켓의 경우 229%나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티몬도 라켓(23%), 테니스복(18%) 등 관련 용품 매출이 4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테니스 열풍은 카드 결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10일 BC카드가 2019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헬스케어 업종 결제 데이터 약 4200만건을 분석한 결과, 테니스 업종 매출은 2019년 대비 440%나 늘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테니스 업종 매출은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각각 27%, 115% 신장했다는 얘기다.
이는 골프 대비 도심 접근성이 높은 데다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패션과 아이템이 많아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의 테니스 열풍에는 SNS활동의 영향이 크다”며 “예쁜 테니스룩을 연출해 사진을 업로드 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도 해볼까 라는 생각을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030세대는 골프보다 테니스가 더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한다”며 “골프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테니스는 비교적 시간 소요가 적고 운동 강도도 세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골프보다는 테니스가 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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