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봉쇄와 외부로부터의 고립이라는 이중고를 치르고 있는 중국 경제이지만 중국 기업의 기세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세계가 절반으로 갈라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중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그들의 위상은 계속 승승장구한다. 상대적으로 한국 혹은 일본 기업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되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전기차와 고속철에 이어 태양광·풍력·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에 이르기까지 미래 먹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 중심의 가치사슬이 중심을 차지할 태세다. 중국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리 낯설지 않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기세를 꺾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의외로 저항이 강하고 시장에서는 오히려 중국의 입김이 더 강해지고 있는 판이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없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친환경차 판매 1위로 올라섰다. 원자력 발전량은 미국에 이어 2위로 부상해 1위가 되는 것 또한 시간 문제로 보인다. 조선 수주량도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압도적 1위 자리를 견고하게 유지한다. 이제는 한국이나 일본 혹은 미국을 뒤에서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무섭게 따돌리고 있는 것이 정확한 현실이다.
기존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1등이 없는 분야나 새롭게 떠오르는 먹잇감을 잽싸게 낚아채는 전술이 남보다 월등하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듯이 자체 시장이 크고, 이를 기반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 어떤 경쟁국도 이러한 중국에 대적하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도 중국이 기고만장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의 득세로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국가가 한국과 일본이다. 중국에 서로 많은 상품을 팔려고 하던 경쟁은 시들해지고 현재는 오히려 중국 상품을 수입하는 규모가 점점 커지는 현상이 눈앞에 전개된다. 중국 기업들은 신상품이 나오면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하면서 적극적 시장 공략에 나선다. 원자재뿐만 아니고 완제품까지 중국산이 넘쳐날 정도다.
일본은 중국에 대해 만성적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고, 한국도 올해 들어 지난 5월부터 28년 만에 대(對)중국 무역적자로 돌아섰다. 올 것이 드디어 온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부품·소재 공급이 끊기면 한국 제조업이 마비된다. 배달 시장 선점을 위해 저가의 중국 전기차가 한국 진출을 노린다. 로봇 청소기는 한국 안방을 점령하면서 점유율 30%를 훌쩍 넘겼다. 가성비를 앞세운 상품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심지어 일본 기업과 합세하여 게임 시장마저 잠식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공세에 한국과 일본의 경제가 초토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한 환경이나 처지가 엇비슷한데 지난 수년간 해묵은 정치 갈등에 볼모가 되어 서로 문전박대를 일삼았다. 부자도 아닌 그저 그런 나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재 일본이다. 반전의 계기를 좀처럼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계속 표류한다.
우리 내부에서는 수년간 반일(反日) 구호에다 토착 왜구라는 프레임까지 만들어 내면서 일본을 더 멀리 쳐냈다. 수세에 몰린 일본이 반도체 협력을 위해 한국을 외면하고 대만의 TSMC와 손을 잡았다. 냉철하게 보면 중국의 파죽지세를 막기 위해서라도 양국이 협력할 분야가 많다.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구조라 협력 물꼬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이제라도 소탐대실하지 말고 큰 틀의 화해를 하고, 더 나은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용기와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한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