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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 짙어지는 SNS의 그림자, 이대로 괜찮은가(中-디지털 성범죄)
아직도 활개치는 ‘n번방’… SNS 타고 창궐하는 ‘디지털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사건 갈수록 범행 수법 진화
다양한 해외 플랫폼 확대로 단속 어려워
정부,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신속 추진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11 00:05:19
 
▲ n번방 사건은 해외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에 개설된 채팅방에서 불법적인 성 착취물이 제작·유포된 사건이다. 사진은 텔레그램 메신저 웹사이트. [사진=뉴시스]
 
n번방 사건은 해외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에 개설된 채팅방에서 불법적인 성 착취물이 제작·유포된 사건이다. 2019년 n번방 사건이 발생하고 다음 해인 2020년 6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n번방 방지법’은 인터넷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을 확인 즉시 삭제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음지에서는 여전히 활개치는 것으로 관측된다. 
 
n번방 사건 이후 음란 동영상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크게 높아졌지만 이와 비슷한 성 착취물 등 음란 동영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불법 촬영된 음란물 유통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디지털 환경이 일반화돼 복제와 유통이 쉽고,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라인, 인스타그램 같은 다양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불특정 이용자와 연결돼 금전적 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물이 국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 불법 음란사이트, 여러 SNS 등을 통해 복제되거나 재유포되고 있다며 이런 음란물의 경우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돼 사이트 폐쇄나 운영자 검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혹하는 음란물의 덫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씨는 아동 성착취물 유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손씨는 2015년부터 3년간 다크웹에서 W2V를 운영하면서 아동 성착취물 3055개를 4073명에게 7293회에 걸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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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사건도 반인륜적인 행위로 큰 충격을 줬다. ‘n번방’의 주범 조주빈은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만든 성착취 영상을 텔레그램으로 유포해 돈을 벌었는데 체포된 후 종로경찰서 포토라인에 서서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징역 42년형을 선고받았다.
 
놀랍게도 최근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디지털 성범죄가 또 발생했다. 주동자 ‘엘’(가칭)과 공범들은 텔레그램 상에서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강제로 촬영하게 하고 영상 350개 이상을 유포했다.
 
확인된 피해자 6명 중 상당수는 10대 미성년자이며 초등생도 있었다. 일당은 수시로 채팅방을 옮겨 감시망을 피하고, n번방 사건을 파헤쳤던 ‘추적단 불꽃’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수법을 썼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3년 전 일어난 n번방 사건 등 이전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들을 토대로 범행 수법을 진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익명성을 앞세운 디지털 플랫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의 경우 성 착취물 유포 가능성이 크다”며 “플랫폼 규제와 관련 한층 심화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배인규 신 남성연대 대표가 2021년 6월1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김영준 엄중 처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준은 채팅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여자 행세를 한 뒤 남성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이른바 ‘몸캠’ 영상을 녹화해 유포·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회는 2020년 n번방 사건을 근절하겠다며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지만 텔레그램 대화방은 익명 채팅방이 아닌 ‘사적 대화방’으로 분류돼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텔레그램은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둬 수사 협조를 받기 어렵다. 디지털 성범죄를 막겠다고 만들어진 ‘n번방 방지법’은 아무런 힘을 못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디지털 미디어 다양화와 해외 플랫폼으로의 접근 확대 또한 국내 디지털 성범죄 증가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 디지털 성범죄 심의국 긴급대응팀 관계자는 2018년 후 달라진 디지털 성범죄 정보 확산 경향에 대해 “2018년 이전에는 소라넷 등 해외 불법 음란사이트, 웹하드 관련 피해 확산이 문제였다면 2019년부터는 토렌트(파일 공유 프로그램), SNS 등 해외 플랫폼으로 유통경로가 급속히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20년에는 폐쇄적 SNS인 텔레그램 등의 비밀대화방(유료 회원제)을 통해 성 착취물이 제작 유통됐다”고 귀띔했다.
 
김재철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n번방 사건 이후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이 마련돼 각 부처별로 이를 시행해왔으나, 최근 발생한 일명 ‘엘 성 착취물 범죄’ 같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디지털 성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청소년들이 성범죄나 디지털 폭력 등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중 주 5일 이상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는 비율은 2021년 기준 70.9%로 2018년(15.4%)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주 평균 인터넷 이용시간도 17.8시간에서 27.6시간으로 1.5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도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3~6월 ‘사이버성폭력’ 집중 단속 결과, 피의자 801명을 검거해 53명을 구속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아동성착취물이 294건(37.4%)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불법촬영물(269건ㆍ34.2%), 불법성영상물(193건ㆍ24.5%), 허위 영상물(30건ㆍ3.8%) 순이었다.
 
이 중 아동성착취물 제작과 배포에 가담했다가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 절반 이상이 10대(54.5%)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20대(36%), 30대(7.1%), 40대(1.4%), 50대(0.5%)와 60대 이상(0.5%) 순이었다.
 
특히 10대의 경우 허위영상물(합성·편집한 성폭력 영상물) 범죄에 가담한 경우가 많았다. 허위영상물로 검거된 피의자의 62.1%가 10대였으며 30대(17.2%), 20대(13.8%), 50대(6.9%)가 뒤를 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24일 개정된 청소년성보호법 시행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 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 시행 후 9개월간 총 147건을 수사해 187명을 검거하고 18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디지털 성범죄 유형을 살펴보면 아동성착취물 판매·배포·광고 행위가 106명(56%)으로 절반이 넘었고, 아동성착취물 소지·시청 행위도 높은 비중(73명, 39%)을 차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동성착취물 범죄 피의자 상당수가 10대인 점을 고려해 학생과 학부모 대상 범죄예방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위장 수사 제도뿐만 아니라 일반 사이버 수사기법, 국제 공조수사 등을 총망라해 엄정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조주빈에 대한 1심 선고(징역 40년)가 내려진 2020년 11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청소년 유해 온라인 환경에 적극 대응
 
정부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불법 영상물 유통 등을 원천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법무부는 국가 간 국제 형사사법 공조를 위해 유럽 평의회 사이버범죄 협약에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해외 서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피해 영상물이 유포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협약은 사이버범죄 관련 컴퓨터 데이터에 대한 초국경적인 접근을 규율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선제적 삭제 지원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메타버스 등 플랫폼에서 그루밍(환심형 성범죄),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 대응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이를 위해 지역 단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상담소를 확대하고, 학교 현장에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콘텐츠를 보급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118명의 점검인력이 근무하는 청소년매체환경보호센터를 통해 청소년 성매매 등의 주요 창구로 이용되는 랜덤 채팅앱이 청소년유해매채물로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등 청소년 보호법 위반 사항을 중점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지난달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동청소년 성매매와 성착취 문제는 대상자를 길들이거나(그루밍) 심리적으로 지배하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 구조와 보호, 범죄 수사와 처벌 등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관계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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