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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낙하 예고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서해상에 추락했다. 서울시에서 서울 전역에 경계경보를 내리기도 했는데 뒤늦게 오발령으로 알려지면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계경보 안내도 명확하지 않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월31일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늘 오전 6시29분쯤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된 ‘북 주장 우주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앞서 북한은 일본 당국에 “5월31일 0시부터 6월1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합참은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고 우리 군은 정상적인 비행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경계태세를 격상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했다. 하지만 군에 따르면 발사체는 낙하 예고지점까지 가지 못한 채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시 사고 발생’이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통신은 “오전 6시27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 에 탑재해 발사했다”며 군사정찰위성 발사 사실을 알렸다. 이어 “1단계 분리 후 2단계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해 한반도 서해에 추락했다”며 실패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통신이 내놓은 기사에 따르면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이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 체계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것을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기술자·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날 보도를 통해 북한은 빠른 시일 내로 대책을 마련해 2차 발사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우리 군은 이날 오전 서해에 떨어진 북한의 ‘우주발사체’를 인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서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로켓 동체를 인양하면 관련 기술 수준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즉각 반응이 나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최악의 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대변인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남쪽을 향해 발사체를 발사했다”며 “올해만도 벌써 10번째 발사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군과 정부는 혹시 모를 추가 도발에 대한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는 굳건한 한·미·일 공조체제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에 규탄 메시지를 내면서도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더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에 대해 “명백한 유엔 결의안 위반이자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며 규탄했다.
이어 “정부는 북한의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고 흔들림 없는 안보 태세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오발령하고 행정안전부가 뒤늦게 바로 잡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정부를 겨냥한 질책도 빼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정부 기관끼리도 허둥지둥하면서 손발이 맞지 않아서야 되겠느냐”며 “이미 북한이 국제기구에 발사 사실을 통지했는데 이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새벽에 경계경보를 오발령하는 황당하고 무책임한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새벽부터 서울 시민들에게 경계경보가 오발령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6시41분 서울시는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긴급 재난안전문자를 보냈다. 경계경보 사이렌과 방송도 나왔다.
경계경보는 적의 지상공격 및 침투가 예상되거나 적의 항공기나 유도탄에 의한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하지만 20분 뒤인 7시3분에는 행정안전부가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 드림”이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7시25분에는 서울시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로 위급 안내 문자가 발송됐다. 서울시 모든 지역에서 경계경보가 해제됐음을 알려드린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란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한 20대 남성은 “아침부터 영문도 모르고 일어나서 불안했다”며 “체계가 안 잡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SNS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은 “북한이 인공위성 쏜다고 사전에 통보한 내용이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안내 문자 보낸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정작 중요한 구체적 대피 정보도 없이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건 어쩌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에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오 시장은 “북한의 우주발사체와 관련한 서울시의 경계경보 문자로 많은 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의 경보 발령을 전파받은 소방재난본부 민방위 경보통제소 담당자가 긴박성을 고려해 경계경보를 발령한 것이다.
오 시장은 “이번 긴급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일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며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시피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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