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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석 이야기 [2] 고종 제2의 파천 예정지 ‘프랑스공사관’
구한말 정치 외교의 중심 중구 정동
빼어난 서양식 건축물 프랑스공사관
임요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0 21:59:15
 
▲ 한양도성 성벽 안쪽 높은 언덕에 자리한 프랑스공사관은 바로크풍의 유려한 외관이 돋보이는 서양식 건물이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구한말 서울 중구 정동은 정치 외교의 중심을 이루었다. 대한제국의 황궁이던 덕수궁을 중심으로 각국의 공사관이 자리했으며 외교관구락부(현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자리)도 이곳에 있었다.
 
정동이라는 이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의 능침인 정릉(貞陵)에서 유래했다. 정릉이 있던 곳은 지금의 영국대사관 자리인 정동 4번지다.
 
서양식 고층 건물 ‘프랑스공사관’
 
▲ 표지석으로 남은 프랑스공사관. 오른쪽은 건물 머릿돌. 임유이 기자
 
태종이 보위에 오르고 태조가 승하하면서 정릉은 도성 밖 사을한(沙乙閑, 지금의 정릉동)으로 옮겨 가고 정동이라는 이름만 남게 되었다.
 
현 중구 정동 창덕여자중학교 자리에 주한프랑스공사관이 있었다. 1889년 조선과 조불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프랑스 정부는 정동 28번지에 공사관을 신축했다.
 
한양도성 성벽 안쪽 높은 언덕에 자리한 프랑스공사관은 바로크풍의 유려한 외관이 돋보이는 서양식 건물이었다. 프랑스 건축가 조제프 오귀스트 살르벨르가 설계를 맡은 이 5층 규모의 건물은 당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고층빌딩이었다. 
 
고층에다 언덕 위에 세워졌으니 서울 시내 어디에서나 이 건물이 보였다. 프랑스공사관은 높이만으로 장안의 화제였다.
 
조선 정부는 1895년 프랑스공사관 바로 옆 에밀 마르텔의 집에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관립법어학교를 개설하기도 했다.
 
제2의 도약 꿈꾸며 법관파천 계획
 
▲ 중구 정동 창덕여중은 과거 프랑스공사관 자리였다. 임유이 기자
 
1904년(광무 8년) 1월 고종은 프랑스공사관으로 파천할 계획을 세웠다. 앞서 고종은 1896년 아관파천을 통해 군주권을 회복하고 제국으로 재출발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의 경험을 살려 재도약을 꿈꾼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공사 플랑시와 은밀히 교섭하는 중에 모든 계획이 들통나면서 ‘법관파천’은 없던 일이 됐다.
 
어차피 프랑스공사관의 수명도 끝에 다다라 있었다. 1905년(광무 9년) 을사늑약 체결이 체결되면서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강탈당했다. 조선은 다른 모든 나라와 국교를 끊어야 했다. 더 이상 외교 업무를 담당할 수 없게 된 프랑스공사관은 정치성 없는 업무를 총괄하는 영사관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관립법어학교도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1908년 다른 외국어학교들과 함께 관립한성외국어학교로 통합되었다. 그리고 1910년(융희 4년) 경술국치로 대한제국이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면서 프랑스영사관은 정동에서도 쫓겨나게 되었다. 프랑스영사관이 이사한 곳은 민영환 옛 집터였다. 현 주한프랑스대사관 자리가 그곳이다.
 
▲ 창덕여중 뒤뜰에 자리해 있는 서울서대문국민학교 교적비. 임유이 기자
 
▲ 창덕여중 앞 관립법어학교 터 표지석. 임유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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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동 프랑스공사관 일대에는 서대문심상소학교가 들어섰다. 1914년의 일이다. 프랑스공사관 건물은 일제 관변 단체가 돌아가면서 사용하다가 1935년 마침내 헐렸다.
 
서대문소학교는 광복 이후 서대문국민학교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나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1973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1200여 명의 학생과 21명의 교직원은 인근 덕수·미동·남대문·금화국민학교에 분산 배치됐다. 같은 자리에는 창덕여자중학교가 이전해 와 현재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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