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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지부지’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을 분명히 끝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기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보통은 마무리를 시원찮게 할 때 이 말을 많이 쓴다. 흔히 이 말을 순우리말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한자어 ‘휘지비지(諱之秘之)’에서 유래한 말이다.
‘휘지비지’는 ‘본래의 뜻을 사리고 조심하여 감춘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공자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했다. 그래서 “공자왈”이라고도 하지 않고 “공모 왈”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요임금이나 순임금과 이름이 같을 때 같은 글자를 쓰지 않기도 했다. ‘휘지비지’란 이렇게 본래의 의미를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김정은과 같은 이름을 쓸 수 없다고 해서 개명을 명령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감히 위대한 장군(?)의 이름과 같으면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전통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의미가 변질되어 ‘마무리를 못 하고 흐리멍덩하게’ 넘어가는 것을 이른다. “이 사건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와 같이 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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