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희의 100세 건강 [63] 마음의 병 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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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13 06:30:30

진료를 하다 보면 화병 환자가 꽤 많다. 조선시대에는 사회적 지위와 권리가 남자가 월등히 높은 반면 여자는 남자의 종속적인 위치에 머물렀다. 사회적 활동은 물론 관직 진출도 허용되지 않았다. 또한 혼인 관계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권한도 남자에게 있었다.

이러한 사회 문화 속에서 여성들은 모든 것을 참고 살아왔다. 그래서 시집간 여성들에게는 ‘귀 막고 3년·눈 감고 3년·입 다물고 3년’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렇게 석 삼 년을 살다 보면 발산하지 못한 온갖 분노와 억울함과 울화가 고스란히 가슴에 쌓여 화병이 되었다.

여성의 지위가 강화된 지금도 화병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에게서도 나타난다. 화병은 울화병·심화병·속병이라고도 한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출판한 정신질환 진단 관련 권위 서적인 ‘DSM-IV’에는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여 통증·답답함·불면증 등 신체적 문제로 나타나는 증세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 한국어 표기인 ‘hwa-byung(화병)’으로 등재돼 있다.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가 저하되면 우울감·불면증·식욕 저하·폭식과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낸다. 여성의 화병은 부모와 자식·남편으로부터 온다. 부모를 잃었거나 자식을 먼저 떠나보냈거나 자식의 학업·성적 등에 예민해지면서 생겨난다.

또한 남편이 자주 화를 내거나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거나 이혼을 했거나 등의 문제는 여성에게 매우 치명적이 된다. 반면 남성들은 경제적인 문제·직장 내 스트레스·아내와 자식 문제 순으로 나타난다.

진맥을 하면 이러한 심리적 상황을 심장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장은 오장육부의 임금으로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고 하며 통솔자·지휘자의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화병·근심 걱정·노심초사·불안 초조·두근거림·불면증 등을 심장맥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심장맥에 부맥이 나오면 전형적인 화병으로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장맥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지, 우울하고 낙이 없이 사는지,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지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입과 얼굴은 거짓말을 해도 맥은 거짓말을 안 한다. 화병에는 ‘마음의 평화’가 곧 치료다. 100세 시대에 화를 담아 두지 않는 것이 곧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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