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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요동치는 수출 시장 재편 속 생존 비법은
중국 시장 고집 말고 대안 찾아 나서야 할 때
시장 변화 발맞춰 관련 인프라 리셋 서둘러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20 06:31:30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수출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것이 2003년이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본격적으로 무역의 빗장을 열면서 우리 기업은 중국을 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작년까지 20여 년 동안 중국이 수출 대상국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미묘한 변수가 생겨나고 있다. 올해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다시 1위에 올라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5월 들어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긴 했어도 4월 말까지는 미국에 대한 수출이 중국을 소폭 앞서고 있어 가능성이 충분하다. 단순히 미국과 중국의 자리바꿈이라는 의미를 넘어 수출 주력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서막일 수도 있다는 예감이다. 향후 변화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출 시장은 우리 수출 주력상품의 변화와 해외시장의 여건이 맞물려 일정 주기로 변화를 거듭한다. 물론 당분간은 중국과 미국이 수출 1·2위 시장으로 서로 자리가 바뀔 수는 있어도 그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중국 시장에 팔 수 있는 상품의 수가 적어지는 대신 미국 등 다른 시장으로 팔릴 수 있는 상품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대로 한국 시장에서 팔리는 중국 상품의 수가 지속해서 늘어나면서 작년부터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가 적자로 바뀌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반도체 말고는 기댈 구석이 없다. 그나마도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가 크게 속도를 내고 있어 언젠가는 중국에 팔 수 있는 상품이 제로가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염려된다.
 
중국 시장에 대한 한국의 수출 상황이 더 나아지기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큰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주소다. 수출이 잘되던 시절에 우리가 중국 시장에 팔았던 상품이 이제는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자동차·스마트폰·화장품·일반 소비재 등은 이미 중국의 국산품으로 대체되었다. 부품이나 장비 등은 중국이 집요하게 추진해 온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이 완성 단계에 들어가면서 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였다. 
 
설상가상으로 현지에서 설 자리를 잃은 한국 기업의 탈(脫)중국 현상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중국 진출 기업과 국내 모기업 간의 기업 내부 교역도 급격하게 감소했다. 중국에 팔리는 상품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허황한 이야기일 뿐 공허하게 들린다.
 
수출 시장의 현상을 보면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음이 목격된다. 중국 시장에서 외면당한 화장품이나 식품 등은 오히려 미국이나 동남아·중동·유럽 등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전기차 등 자동차도 미국이나 유럽에 이어 인도 등에서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에서 시들해진 한류 붐은 동남아나 일본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신규 수출 유망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터리·방산·고속철·원자력 등의 수출 시장도 중국과는 거리가 멀고 신흥 유망시장으로 과녁이 옮겨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의 중국 시장 외면 현상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어 이래저래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수출 시장으로서 중국의 매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0대 수출 시장의 판도 변화를 10년 정도 주기로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이 10위권 내에 포진하고 있었지만 이후 밖으로 밀려났다. 2015년에 일본은 3위에서 5위로 2 단계 내려갔고, 2017년에는 베트남이 3위로 부상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도 10대 수출 시장에 들어가 있기도 했지만 이젠 한참 뒤로 처졌다. 인도는 2006년부터 10대 수출 시장에 진입, 현재는 8위 시장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미국 시장의 전초기지인 멕시코는 2018년에 수출 시장 10위권 내에 들어왔으며, 독일·폴란드 등 유럽 수출 시장은 여전히 10위권 밖에 머물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과 미국 등 2대 수출 시장의 비중이 38%나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장 다변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수출 시장은 인위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결국 수출 상품의 변화, 한국 기업의 진출 지역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중국 시장과 같은 상황이 향후 10년 혹은 20년 후에 베트남 시장에서 일어날 개연성은 충분하다. 시장 내에서 자급자족이나 국산화가 진전되면 자연스럽게 기존 수입 상품의 위치가 흔들리기 마련이며, 당연히 진출 기업도 현지 위상이 위태로워지면서 보금자리를 다시 찾아 나서야 한다.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듯이 주어진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출을 통해서 한동안 얻었던 이익을 위안으로 여기고 변화를 인정하면서 빠르게 배를 갈아타야 한다. 기업이나 개인은 이를 숙지하고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 비해 정부나 공공 부문의 미련이 아직도 큰 것 같다. 수출 시장 재편이라는 큰 그림을 가지고 관련 인프라의 리셋을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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