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협력사 이원화 계약’ 엉뚱한 정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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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배전협력사 계약 체제 전문회사→ 전문회사·협력사로 이원화
‘특례 승인 조건이 이원화’ 주장했지만… 정부 “협의한 바 없다”
계약 체제 개편 시 협력사 수익성↓… 산업부 관리·감독 소홀 도마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1 14:25:28

한국전력이 배전협력사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계약체제 이원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협력업체에 정부를 앞세워 체제 개편을 강행하고 있다.

11일 배전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배전협력회사 체제 개편을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지하던 일괄 계약 체제를 내년부터 이원화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고압·지중 전문회사가 계약기간 2년·기준금액 82억 원으로 계약 추정가가 100억 원 미만으로 산정됐었다. 공사 규모·난이도·회사 구분 없는 일괄 계약인 것이다.

내년부터 한국전력은 고난도 공법 위주의 공사를 전문회사가 담당하고 협력사는 점검·측정 등 신규·기타공사를 담당하도록 계약 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전력은 ‘2025년 배전 협력사 체제 개편’을 통해 공사를 전문회사와 협력사로 나눠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회사는 계약기간과 기준금액이 각각 162억 원·4년으로, 협력사는 82억 원·2년으로 이원화했다. 이 경우 계약추정가는 1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한국전력은 배전전문회사는 전문성 강화를 유도하고, 협력사는 단기 계약기간을 적용해 다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약 체제 이원화가 배전협력사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전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편 시 공사 규모 증가는 없이 단순 계약 기간만 늘어나 계약추정가 기준이 상향돼 협력업체의 제비율 적용 기준이 변경되고, 협력업체 이윤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역량 강화 방안으로 보기 좋게 포장돼 있지만 한국전력이 협력업체에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달청이 발표해 올해부터 적용되는 ‘2024년 건축·산업환경설비공사 원가계산 간접공사비(제비율) 적용 기준’에 따르면 추정 가격(공사 규모)이 100억 원 이상으로 오르면 업체의 이윤은 감소한다.

‘비용 전가’ 협력회사 계약 체제 이원화, 정부 협의도 없었다

이처럼 협력회사의 전문성 강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계약 체제 이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은 제도 개편의 당위성을 마치 정부가 이원화를 조건으로 제시한 것처럼 업체에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배전협력사가 공사 계약을 따낸 이후에는 해당 회사의 시공 능력이 충분한지 적격심사를 거친다. 다만 계약 추정가가 100억 원이 넘는 경우에는 적격심사가 아닌 종합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계약 체제 개편을 통해 계약추정가가 100억 원이 넘어도 현행 적격심사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해 ‘종합심사낙찰제 예외 특례’를 받았다.

배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내부적으로 배전협력사에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의 특례 승인 조건이 이원화였기 때문에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배전업계 관계자가 기재부에 문의한 내용에 따르면 기재부 계약정책과는 협력사 이원화 방안에 협의한 바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 관계자도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한국전력에 계약 체제 개편에 대한 특례를 승인한 것은 맞지만, 개편하는 과정은 산업부가 개입할 것이 아니라 한국전력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부분”이라며 “계약 체제 이원화를 조건으로 제시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전력이 배전 협력사에 설명한 계약 체제 이원화 조건이 정부와 협의된 내용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배전 협력사 입장에서 불리한 계약제도 개편을 한국전력이 정부와 협의하지 않은 채 강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배전업계 관계자는 “공사 수행 범위를 분할해 신생 및 소규모 배전 업체의 참여기회를 확보하겠다는 방안은 실제 시공 능력이 없는 업체들의 ‘벌떼 입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한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부도 이런 불합리함을 모르지 않는데 상급 기관으로서 한국전력의 갑질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배전업계 관계자는 5월부터 국민신문고를 통해 배전협력회사 운영체제 이원화 개편과 관련해 수차례 산업부에 문의했으나, 산업부는 한국전력의 업무사항일 뿐 산업부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불합리한 협력회사 체제 이원화를 한국전력이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상급 기관인 산업부가 한국전력 업무라고 일관하며 검토조차 진행하지 않는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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