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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쇼펜하우어로부터 배워야 할 게 있다면
임요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31 00:02:49
 
▲ 임유이 문화팀장
출판계 쇼펜하우어(1788~1869)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쇼펜하우어’를 검색하면 수많은 신간 서적이 검색된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유노북스)를 필두로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한 번뿐인 삶 이렇게 살아라’(하이스트) ‘남에게 보여 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페이지2북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포레스트북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을유문화사) 등이 시중에 나와 있다.
 
본지 신간 소개로 나갔거나 리뷰를 기다리고 있는 책도 ‘쇼펜하우어 행복은 농담이거나 완전무결한 환상’(자음과모음)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열림원) ‘삶과 죽음의 번뇌: 쇼펜하우어 인생론’(문예출판사) 등 여러 권이다.
 
상위에 랭크된 도서를 보면 주로 2차 저작물이다. 쇼펜하우어는 문장이 쉽고 명료한 것으로 유명하고(헤겔에 비하면 얼마나 쉬운 글인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도덕의 기초에 관하여’ 등 주저도 활발하게 번역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1차 저작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2차 저작 위주로 출판되는 듯하다.
 
대중서로 집필된 2차 저작물은 접근이 쉽다는 장점 외에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안을 현 지식인의 시각으로 분석해 독자의 공감도를 높인 게 특징이다.
 
서점에 풀린 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쇼펜하우어를 제대로 알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단순히 비관주의자로 치부하기에는 그가 지닌 철학 세계가 너무나 풍성하니 그를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제대로 평가하자는 입장이다.
 
그는 주옥같은 아포리즘으로도 유명하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은 인생이 짧다고 탄식하지만 사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점은 바로 그 점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듣기만 해도 공감하게 되는 그의 염세 철학은 경쟁에 몰두하고 관계성에 집착하는 현대인에게 큰 위로가 될 법하다.
 
“삶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진자운동을 한다.”
 
“인생은 우리가 무엇을 얻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견디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은 결코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으며 다만 해야 할 일을 원할 뿐이다.”
 
“모든 진리는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그것은 조롱받는다. 둘째 그것은 강력하게 반대된다. 셋째 그러고 나서야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눈물을 모르는 눈으로는 진리를 보지 못하며, 아픔을 겪지 아니한 마음으로는 사람을 모르리라.”
 
“타인의 결점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의 결점을 숨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고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며 인간의 위선을 폭로하는 그의 글들은 자못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금세기 최고의 지성 버트런드 러셀은 쇼펜하우어를 좋게만 평가하지 않았다. 러셀은 자신의 저서 ‘서양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의 모난 성격과 탐욕스러움 그리고 위선을 유감없이 까발렸다.
 
러셀에 의하면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철학적 원칙과 달리 실제 삶에서 매우 탐욕스럽고 위선적인 인물로 금욕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매우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 습관적으로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으며 숱한 여자들과 염문을 뿌렸다.
 
또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매우 중시해서 돈 문제로 사람들과 자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멸시하고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러셀은 쇼펜하우어를 도덕적 일관성이 부족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합하면 쇼펜하우어는 행복하기 위해 좋은 음식도 먹어 보고 예쁜 여자도 만나 보고 돈도 긁어모아 보지만 이런 걸로 인생이 쉽게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감각이 아니라 생각이다”는 말로 ‘소유’의 헛됨을 지적했는데 그의 생각은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고 지적한 법정 스님과, 욕망이란 ‘욕망 대상의 끝없는 치환’이라고 설명한 라캉과 일치한다.
 
그는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속물적인 행동을 멈추진 않았다. 끝까지 행복하려고 노력했고 ‘풀소유’ 지향적인 삶을 살았다.
 
“행복이 그저 인간의 광기와 방황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내 삶이 전멸했다는 불변의 증거다.”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었고 유명해지고 싶었던 쇼펜하우어.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현실주의자이자 쾌락주의자였던 그는 그리하여 우리에게 이런 가르침을 남긴다.
 
“죽었다고 죽는 게 아니야. 공도 과도 그대로 남으니 언행일치의 삶을 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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