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요양원의 치매 환자 구역에는 흙을 먹는 노인 ‘묵 할머니’가 입원해 있다. 묵 할머니는 요양사에게 부고를 써달라고 부탁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요약하는 ‘여덟 단어’를 들려준다.
노예·탈출 전문가·살인자·테러리스·스파이·연인·어머니… 일곱 개까지 말한 묵 할머니는 비어 있는 숫자를 채우기 위한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지.”
묵 할머니는 살면서 가졌던 세 개의 국적과 살아남기 위해 바꿔야 했던 여덟 가지 정체에 관해 고백한다. 일제강점기 평양 근처의 농촌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어머니의 눈을 고쳐주겠다는 말에 속아 인도네시아 스마랑의 ‘위안소’로 끌려간다.
미군의 개입으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이내 한국전쟁이 터지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쟁고아들의 종착지 부산 미군 부대 근처 ‘낙검자’ 수용소 멍키하우스에서 일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지만 10년 동안 실종되었다가 어느 날 돌아와 일본어에 영어까지 유창하게 하는 묵 할머니를 누군가가 당국에 신고한다.
저자인 이 미리내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20대 초반까지 한국에서 보냈다. 성인이 되어 홍콩에 거주하며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미국의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와 파격적인 선인세 계약을 맺으며 영미권 출판 시장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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