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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올림픽’의 민낯… 불량 수질, 부실 식단, 폭염 속 無냉방
센江 수영 직후 구토·위염·기권 선수 발생
국가 빈부격차 부각…돈 없는 나라 속수무책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5 16:46:23
▲ 파리올림픽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개인전에서 경기장인 센강에 뛰어드는 선수들. 그러나 경기 후 심한 구토 내지 위염을 일으키거나 다음 경기를 기권할 정도로 병이 난 선수가 발생해 논란이다. 애당초 수영이 가능한 수질이 아님에도 센강 경기를 강행한 것에 비판이 가라앉지 않는다. 연합뉴스
 
▲ 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에 출전한 캐나다 타일러 미슬로추크 선수가 이날 수영 결승점을 통과한 후 10여 차례 구토했고 이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됐다. 엑스 영상
 
유난히 운영·진행상 실수를 빈발하는 2024 파리올림픽이다. 개막식 행사 때 예수 ‘최후의 만찬’ 구성원을 성소수자로 패러디한 것엔 ‘행위예술에 대한 똘레랑스(관용)’를 외칠 사람들도 있으나, 연일 계속된 자잘한 오류들은 주최측의 무성의 내지 구조적 부실함을 의심하게 한다. 거꾸로 매달린 오륜기와 국가명 혼동에 이어 선수이름·국적·국기 표기 잔실수가 그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현실을 도외시한 ‘서유럽 엘리트들의 이상(주의)’이 관철된 측면을 냉철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친환경을 내세운 올림픽답게 선수촌의 ‘채식 위주 식단’과 ‘취침·휴식·이동 중 냉방 제로’로 인한 고충이 현장 유튜브 등을 통해 흘러 나온다. 우리나라가 태극선수들을 위해 별도 도시락을 제공 중이며, 미국 농구 대표팀에선 특급호텔을 통째로 빌렸다는 소식이다.
 
마음과 돈이 있어도 현지 사정 때문에 당장 대처하기 어렵거나 재정적 여유가 없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올림픽에 와서까지 국가 간 빈부격차를 느끼게 하는 것, 더구나 이런 일이 인류사에 자유·평등·형제애(박애)를 처음 내건 혁명의 나라 프랑스에서 벌어진 점 또한 역사에 남을 만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행사 최고 압권은 역시 센강 수질에 관한 고민이다.
 
벨기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혼성 계주 대표팀이 경기를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돌연 기권했다. AFP·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올림픽위원회(COIB)가 이날 오후 열릴 혼성 계주 대표팀 일원인 클레어 미셸이 “불행히도 아파서 기권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셸은 지난달 31일 트라이애슬론 여자부 개인전에 참가했으나 며칠 후 다음 경기를 치를 수 없을 몸 상태가 된 것이다.
 
COIB는 “향후 올림픽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위한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훈련 및 경기일 수와 대회 형태를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선수들과 수행원·스탭들이 느낄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현 사태가 단순 돌발 변수에 의한 게 아님을 시사하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트라이애슬론 올림픽 개인전(수영1.5㎞+사이클40㎞+달리기10㎞)에 이어 혼성 계주 수영 경기 역시 센강에서 열리게 돼 있다. COIB는 미셸 선수의 정확한 신체 컨디션을 밝히진 않았으나 센강 수질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외신들이 지적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와 프랑스 정부의 ‘무리수’를 완곡하게 비판하는 논조다.
 
전날 스위스 선수도 탈이 났다. 관계자들은 자국 트라이애슬론 대표인 아드리앵 브리포드가 지난달 31일 남자부 개인전을 치른 뒤 ‘위염’에 걸렸다고 밝혔다. 센강 수영과의 직접적인 관련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트라이애슬론에 임한 선수들이 센강에서 경기 직후 구토하는 모습이 그대로 생중계되면서 수질 논란이 재점화됐다. 
 
센강에서는 5일 트라이애슬론 혼성 경기에 이어 8·9일 마라톤 수영 경기가 예정돼 있다. 아예 수영을 제외하고 사이클과 달리기 종목만 치르는 ‘듀애슬론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된 실정이다. 마라톤 수영이 파리 외곽의 베르쉬르메르 해상경기장에서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센강 수질을 자신하며 올림픽 경기 강행을 소리높일 때부터 프랑스 바닥 민심은 발발 분위기였다.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룬 언론이 별로 없다는 것에서 전 세계 주류 언론과 친환경주의가 한목소리임을 알 수 있다. 수영 경기장이 센강으로 결정난 이후 지난달 23일 미국의 보수 매체 뉴욕포스트가 “센강은 이번 올림픽의 잠재적 재앙”이라고 지적하면서 꾸준히 다뤄 왔을 뿐이다.
 
2006년 세계 트라이애슬론연맹이 정한 경기 적합 수질 기준은 대장균 100ml당 1000개·장구균 100ml당 400개 미만이다. 이 수치를 넘은 물에서 수영하면 위장염이나 결막염, 외이염, 피부 질환 등이 우려된다. 수영 시 입·귀·코로 일정 부분 물이 들어온다. 종목별 거리에 따라 1리터 가량 들이키게 될 수 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매일 세균 수치를 점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달 26∼27일 폭우로 수질이 악화하자 조직위는 28·29일로 예정됐던 수영훈련을 취소했고, 30일 열리기로 돼 있던 남자부 경기가 경기 당일 하루 연기돼야 했다.
 
2월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올림픽 선수촌 개장식에서 기자들에게 스스로 센강 수영을 약속한 바 있으나 실행은 줄곧 미뤄졌다. 급기야 엘리제궁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대통령의 약속이 반드시 올림픽 개막 이전은 아닐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마침 당시 SNS에 대통령 수영 시간을 맞춰 센강에 용변을 보자는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었다. 
 
엘리제궁은 이날 올림픽 이전 대통령의 센강 수영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올림픽 전에 수영하겠다고 발표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수영 가능한 센강’이란 마크롱에게 정치적 자산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는 지난달 22일 “헛소리 같고 진지하지 않은 아이디어로 보이던 센강 개막식과 수상행진을 가능하게 한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올림픽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센강에서 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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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강 수질이 수영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스포츠부 장관에 이어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지난달 17일 센강에서 직접 수영을 했다. 당시 수영을 마치고 나와 이달고 시장이 “우리가 수년간 꿈꿔 온 순간”이라면서 “센강 정화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 왔고 이제 수질이 아주 아주 좋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막 일주일째인 1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라이애슬론에 출전한 캐나다 타일러 미슬로추크 선수가 이날 결승점을 통과한 후 10여 차례 구토했고 이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이날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센강에서 1.5km를 수영한 뒤 자전거로 40km를 종주한 다음 10km를 달려야 했다.
 
트라이애슬론 경기 후 피로감에 선수들이 구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미슬로추크 선수가 구토한 이유가 센강의 수질 문제 때문인지 극도의 피로감 때문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올림픽 개최 전부터 센강의 수질 논란이 제기된 데다, 개회식 날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질이 악화돼 남성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한 차례 미뤄졌던 만큼 선수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스페인 선수 미리암 카시야스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전 선수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센강이 아닌 플랜 B가 있었을 것”이라며 “선수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의 아인슬리 소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물) 맛이 좋지 않았다”면서 “약간 갈색”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세스 라이더는 “괜찮았으면 좋겠다. (센강)물을 1리터 정도 마신 것 같다”며 걱정했다.
 
향후 우리나라 한강 수질 관리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쏠릴 수 있다. 6월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당시 한강의 대장균 수는 국제 기준치의 1/27에 불과했다. 하수처리시스템이 핵심이다. 센강의 경우 하수관 연결 미흡으로 생활하수는 그대로 방류되고 폭우 시 오수가 바로 강에 흘러들어 간다. 반면 서울은 모든 하수관이 처리장과 연결돼 있다. 빗물 처리와 녹조 방지 시설 도입 등 시설 현대화를 거듭하며 법정 환경 기준 이상으로 정화한다. 선박 오폐수와 쓰레기 관리도 체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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