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여도 당겨 받겠다”… 국민연금 조기 수급 11만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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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 11만2000명
수급개시연령 지난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살 늦춰진 영향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2 13:03:29

조기연금을 신청하면 국민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불이익이 있음에도 애초 받을 나이보다 더 일찍 앞당겨 받은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2일 국민연금공단의 ‘최근 5년간 연도별 국민연금 조기연금 신규 수급자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는 11만20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기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선 수치다.

최근 몇 년간 신규 조기연금 수급자 수를 보면 2018년 4만3544명·2019년 5만3607명·2020년 5만1883명·2021년 4만7707명·2022년 5만9314명으로 6만 명을 밑돌았다.

이로 인해 전체 누적 국민연금 조기 수령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58만1338명이었던 전체 조기연금 수급자는 2019년 62만8832명·2020년 67만3842명·2021년 71만4367명·2022년 76만5342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85만6132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3월 현재 조기연금 수급자는 88만5350명으로 조기연금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조기연금 신청자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뒤로 미뤄진 영향이 크다.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 도입 이후 법정 정년에 맞춰 60세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었으나 연금재정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 인해 1998년 1차 연금 개혁이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2013년부터 연금 수령 연령이 61세로 연장되기 시작했다. 이후 5년마다 수급 연령이 1세씩 추가로 연장되면서 2033년부터는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출생 연도로 따지면 1952년생까지만 해도 60세에 노령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인 형태의 국민연금)을 수령했다. 하지만 1953∼56년생 61세·1957∼60년생 62세·1961∼64년생 63세·1965∼68년생 64세·1969년생 이후 65세 등으로 바뀌었다. 1961년생·1965년생·1969년생이 ‘낀 세대’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연금 수급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뒤로 밀리면서 1961년생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지난해 만 62세가 돼 연금을 탈 것을 기대했는데 예상 밖으로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중에서 일부는 퇴직 후 소득 공백기를 견디지 못하고 조기 연금을 신청하면서 조기 수급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수급 연령이 늦춰진 2013년과 2018년에도 조기 연금 신청자는 전년 대비 각각 5912명(7.5%)·6875명(18.7%) 늘었다.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연금 수급 연령보다 1∼5년 일찍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연금을 미리 받으면 수령액이 줄어드는 불이익이 있다. 1년 일찍 받으면 연 6%씩, 5년 일찍 받으면 최대 30% 감액된 연금액을 평생 동안 받게 된다. 즉 △5년 일찍 받으면 원래 받을 연금의 70%를 받고 △4년 당기면 76% △3년 당기면 82% △2년 당기면 88% △1년 당기면 94%를 받는다.

조기 노령연금이 '손해 연금'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올해 2월 기준 조기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월 69만6천584원이었다. 최고 수급액은 월 239만5750원이었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