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울진은 대한민국에서 드물게 산·강·계곡·동굴·온천·바다를 골고루 갖춘 도시지만 철도와 고속도로가 지나지 않다 보니 교통 오지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7번 국도가 확장되고 36번 국도가 직선화되면서 울진은 서울에서 불과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가 되었다.
이런 편리한 교통에 더해 울진은 울릉도로 떠나는 배편까지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 울릉도행 배를 탈 수 있는 곳은 후포·강릉·묵호·포항 네 곳의 항구다. 그중 울진 후포항은 경북 울릉군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데다 대형 크루즈 선을 이용하므로 멀미 걱정이 없다.
특히 서울시청 앞에서 새벽 2시40분에 출발하는 리무진 투어를 이용하면 2박3일의 일정 중 이틀은 여유 있게 울릉도를 둘러보고 마지막 날에는 울진 투어까지 진행할 수 있다.
후포항 울진요트학교 체험
울릉섬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이틀째인 저녁 8시 울진 후포항에 도착하면 저녁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메뉴는 장원식당의 소곱창전골. 울릉도에서 회와 해산물을 배불리 먹었으나 따뜻한 음식이 그리운 중생에게 맞춤한 메뉴다.
울릉도에서의 숙소가 빌라 형식의 대아리조트(2004년 오픈)였다면 울진의 숙소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백암온천지구의 백암스프링스호텔이다. 이 호텔은 1930년 백암여관으로 시작해 백천호텔(1982년)을 거쳐 1998년 지금의 명칭으로 개업한 곳이다. 새 호텔이 주는 쾌적함이 적어 아쉽지만 온천욕장이 따로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울진에서의 첫 방문지는 후포항 경북요트협회 경기장 내에 있는 울진요트학교. 울진군에서 해양레저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고 요트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다. 흔히 요트 하면 부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일반인은 접근이 어려운 줄 알지만 이곳을 방문하면 1인 3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요트를 체험할 수 있다.
요트학교 앞바다를 출발한 요트는 등기산 스카이워크와 주변 바다를 항해하며 신나는 요트 체험을 제공한다. 항해사가 틀어 주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아스라이 멀어지는 후포항과 울진 어촌을 감상하며 바닷바람을 쐬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국내 관광동굴 1호 성류굴

2억5000만 년 전 형성된 석회암 동굴인 성류굴은 국내 관광동굴 1호로 지정될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우후죽순 솟은 종유석이 마치 금강산을 펼쳐 놓은 듯하다 하여 ‘지하금강’으로도 불리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계절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현재 전체 870m 가운데 270m 구간을 일반에 개방 중이다. 동굴 내부에는 종유석·석순·석주·동굴진주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있으며 파괴된 석주와 물에 잠긴 석순도 볼 수 있다.
파괴된 석주는 사람의 짓이라기보다 지진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석순은 동굴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져 만든다. 당연히 물속에서 자랄 수 없다. 하지만 성류굴의 경우 석순이 다 만들어진 후 물이 차오른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석순이 완성된 시기를 점칠 수 있는데 학계에서는 동해안의 수위가 낮았던 빙하기에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굴생성물의 성장 속도는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00년에 1cm 자란다고 한다. 석순(石筍)은 한자로 ‘돌의 싹’이다. 겁의 세월을 거쳐 피어난 새싹이 석순이다.
또한 2012년에는 화석으로만 발견되었던 패충류가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형태로 발견돼 성류굴 전체가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다.
망양정 찾아가는 왕피천케이블카


울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공석2020’에서 오징어 한 마리가 통으로 올라오는 오징어먹물 파스타로 점심을 마치고 나니 왕피천공원 투어가 기다리고 있다.
왕피천은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피신한 곳이라는 전설, 삼국시대 이전 삼척과 울진지역을 지배하던 실직국의 왕이 강릉지역을 지배하던 부족국가 예에 쫓겨 피난 왔다는 전설이 각기 전해진다.
그만큼 골이 깊다는 뜻으로 1급수에만 서식하는 버들치를 비롯해 연어·황어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에 이곳에서는 매년 연어 치어 방류 행사를 갖고 있다. 또한 왕피천 유역은 불영계곡과 더불어 국내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강 하류에 자리한 왕피천케이블카는 울진엑스포공원에서 망양정해맞이공원까지 왕복 1430m를 하늘길로 잇는다. 10인승 광폭 케빈은 유모차와 휠체어도 거뜬히 탑승할 수 있으며 크리스털케빈을 이용하면 발아래 펼쳐지는 왕피천과 생태공원의 모습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왕피천케이블카의 종점에는 관동팔경 중 두 곳인 망양정(望洋亭)과 월송정(越松亭)이 자리해 있다. 관동이란 관내도(關內道)인 서울·경기 지역의 동쪽이라는 뜻으로 ‘영동’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관동팔경에는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삼일포 △간성의 청간정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망양정 △평해의 월송정이 포함된다.
망양정은 고려시대에 망양리 해안가에 처음 세워진 이후 1860년(철종 11)에 지금의 위치인 둔산 해안봉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웃한 평해 월송정은 ‘신선이 솔숲을 날아서 넘는다’는 뜻이라고 하나 원래 달 월(月)자인 것을 월나라 월(越)자로 잘못 쓴 것이라고도 전해진다.
남풍을 기다리던 울진 대풍헌
구산항에 있는 울진 대풍헌은 조선시대 구산포에서 울릉도로 가던 수토사들이 남풍을 기다리며 머물렀던 장소로 울릉도 태하리 수토역사전시관·대풍감과 함께 들러보면 좋은 곳이다. 구산항은 조선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관리하기 위해 파견한 삼척진장과 월송만호의 수토사들이 배를 타고 출발한 항구로 2011년부터 매해 5월이면 수토사뱃길을 재현하는 행사를 한다.
또 구산항에는 수토사의 국토수호 의지를 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독도축소조형물’이 있어 길손을 반긴다. 눈을 희미하게 뜨면 독도를 드론 샷으로 보는 즐거운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울진투어를 마감하고 나니 저녁 8시. 리무진 버스는 왔던 길을 되짚어 서울시청과 부평 등에 일행을 내려 주었다. 치약처럼 알뜰하게 꼭꼭 짜서 사용한 2박3일 일정이었다.
▲취재 협조: 우주로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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