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를 기록했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공업제품 물가가 1.4% 상승하고 농·축·수산물은 2.4% 올랐다. ‘밥상 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 지수는 3.2% 오르며 전월(7.7%)보다 상승 폭이 크게 축소됐다. 생활물가지수도 2.1% 상승하면서 전월(3.0%)보다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1% 상승해 전월(2.2%)보다 0.1%p 둔화됐다.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이 하락을 지속하며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 그동안 높은 실업률과 함께 민생을 힘들게 해 온 물가가 잡히고 있는 듯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릴 여지가 커지고 그 경우 높은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도 완화되어 민생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가안정이란 그만큼 경제 운용에 숨통을 틔워 주는 중요한 변수다. 특히 물가는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물가오름세 심리가 확산되며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인 2.5%를 상당 폭 하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물가란 너무 높아도 안 되지만 너무 낮아도 안 되는 미묘하고 어려운 지표다. 너무 높으면 가계의 구매력 감소와 높은 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 증가로 소비를 둔화시키고 기업의 투자비용을 증가시켜 투자를 둔화시킴으로써 경제를 침체시키는 원인이 된다. 반면 물가가 너무 낮으면 기업들이 생산 수지가 맞지 않아서 생산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가 위축되게 된다. 이 때문에 각국의 중앙은행은 적정 물가상승률 수준을 통화정책의 목표로 정해 운용한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상승률 2.5%가 목표이고 미국 연준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2.5%가 목표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주로 금리를 변경하면 즉각적으로 파급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물가를 변동시킨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변동시키면 먼저 콜금리 등 하루짜리 초단기금리를 변동시키고 이는 금융시장의 단기금리 변동으로 이어져 다시 장기금리의 변동을 가져온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초단기금리 변동을 큰 호수에 작은 돌을 하나 던져서 파문을 일게 하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소비와 투자의 변동을 가져오면서 총수요를 변동시키고 물가의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금리변동이 물가에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대개 적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여러 실증분석 결과들은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파급 시차를 고려하며 미래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을 토대로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경제환경에서 정확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예측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화정책의 파급시차보다 늦게 금리를 변동하면 실물경제, 즉 성장·고용·물가의 변동성을 높여 경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한 선제적 또는 미래지향적 통화정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국내외 실증분석의 결과도 선제적 또는 미래지향적 통화정책이 최적의 통화정책임을 보여 주고 있다.
금년 중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1월에 전년 동기 대비 2.8%로 하락세를 보였다. 농산물가격과 에너지가격의 일시적 상승으로 2월과 3월 3.1%로 소폭 높아졌으나 4월에는 다시 2.9%로 진입한 후 줄곧 하락 추세를 이어 오다 드디어 8월에는 2.0%를 기록하는 등 2%대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은도 지난 8월 발표한 금년도 경제전망에서 금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5%,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2.1%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금리정책은 내년의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전망을 내다보고 수행되어야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한은이 2.1%로 전망해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므로 최적의 통화정책이란 차원에서 보면 한은은 한발 앞서 금리를 내리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은은 지난 8월22일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고 부동산가격 동향을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금리인하를 실기하면 성장둔화·고용 악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더구나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인 문제인 반면 통화정책은 단기 안정화정책이다. 한은은 통화정책에 실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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