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울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공업도시 중 한 곳이지만 관광지도 많다. 바다를 끼고 있어 해안가 산책도 좋으며 일출이 가장 빠르다는 간절곶도 울산에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태화강이 흐르고 있는데 강 옆으로는 태화강 국가정원이 있다. 최근에는 부산과 울산을 잇는 동해선 전철이 태화강역으로 연장돼 인근 도시에서도 많이 찾아오며 서울에서도 KTX를 타면 2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다.
이렇게 울산 인근을 관광하고 백년가게를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재미의 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에 한 백년가게를 찾아가 보았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울산 중구에 있는 ‘신사동왕족발’이다.
지역 주민들만 찾던 가게에서 울산 전 시민이 찾는 가게로
‘신사동왕족발’은 1988년 임주현 대표가 창업해 36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백년가게다. 이곳은 반구동인데 상호를 신사동이라고 붙인 이유가 궁금했다.
“울산에선 장충동·한양 등 주로 서울에 있는 지명을 본따 가게 이름을 지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당시 가수 주현미의 ‘신사동그사람’이라는 노래가 유행을 했거든요. 그래서 신사동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임 대표는 예전에는 지역 주민들이 주로 방문했지만 SNS와 배달앱 등의 발달로 울산 전 지역에서 손님들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 인근이 거의 주택가라서 주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오셨어요. 시간이 지나서 입소문을 타게 되니까 조금 떨어진 지역에서도 오시고 그랬는데 요즘은 온라인에서 찾아서 타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 가게를 계속 찾아 주시는 단골 손님들이나 멀리서 찾아와 주시는 손님 모두 감사할 따름이죠.”
좋은 식재료 사용하려고 노력… 인복도 따라
이렇게 ‘신사동왕족발’이 울산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 대표는 좋은 식재료를 쓰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지만 운이 좋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곳에서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저한테는 복이라고 생각해요. 자영업자 폐업률이 높았던 근래 몇 십 년 동안 건재한 것은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봐요. 주변에도 좋은 분이 많고 단골 손님 중에서도 입소문을 내 주시겠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는 좀 인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정직한 마음으로 손님들께 음식을 내놓으려는 제 욕심을 여러 손님들께서 알아 주신 것 같아요. 식재료는 모두 국산을 고집하고 있고 거래처도 믿을 만한 곳하고만 거래하고 있어요. 특히 족발은 좋은 것을 써야 쫄깃하고 맛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식재료를 주는 곳하고만 거래하고 있죠.”
임 대표는 손님들의 의견을 꾸준히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손님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알 수 있고 반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세월에 따라 입맛이 변했을 수도 있어요. 특히 처음 개업했을 때부터 찾아 주신 단골 손님분들은 그 맛을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갑자기 음식 맛이 변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시거든요. 그럴 때 손님이 그냥 가지 않으시고 저한테 쓴소리를 하시죠. 그러면 저는 그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고 제가 했던 음식을 먹어 보고 가족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죠. 이렇게 해서 음식 맛이 개선되면 정말 뿌듯하고 그런 의견을 주신 손님께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힘들어했다. 임 대표는 ‘신사동왕족발’은 그 시기에 오히려 매출이 올랐다고 했다.
“당시 거리두기 등의 조치가 시행됐음에도 소수지만 저희 가게를 찾는 분들도 계셨어요. 하지만 배달 매출이 대부분이었죠. 저도 당시 매출이 올랐는지 몰랐는데 회계사무소에서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 매출이 더 올랐구나’ 하는 걸 알게 됐죠. 족발이 배달로 많이 시켜먹는 음식이라 코로나19 사태 때 그렇게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해요.”
큰 접시에는 족발과 오이·피망 등 채소가 담겼고 김치와 깻잎·상추 등 쌈채소도 차려졌다. 큰 컵에는 특제 겨자 소스도 준비됐다.
먼저 겨자 소스를 족발에 부은 뒤 고기와 해파리냉채·각종 채소와 같이 쌈을 싸 먹었다. 겨자 소스의 알싸한 맛과 족발의 쫄깃한 맛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녹았다. 임 대표에게 족발이 쫄깃한 비결을 묻자 냉동제품을 쓰지 않고 매일 고기를 조달해 미리 적절한 양을 삶아 육질을 유지한 덕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생각 없는 임 대표… 본점과 맛 차이가 날 수 있어
오랜 세월 울산 시민에게 맛있는 족발을 제공하고 있는 ‘신사동왕족발’이 프랜차이즈 제안을 받은 경우는 없었을까. 임 대표는 그런 제안을 몇 번 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고 했다.
“요즘 족발 프랜차이즈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잘 알고 있어요. 창업을 준비할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다른 지역의 족발을 먹으러 많이 다니거든요. 제가 A족발 프랜차이즈의 음식을 서울과 부산·대구 등 각지에서 다 먹어 봤어요. 그런데 맛이 정말 천차만별이에요. 본사·본점에선 점주들에게 일정한 방식을 전수해 줬는데 자신만의 방법으로 변형했거나 번거로워서 조리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생략한 경우도 있을 거예요.”
“만약 저희 가게가 프랜차이즈화돼서 울산뿐 아니라 전국에 지점을 냈다고 가정해보죠. 저희 가게에서 먼저 맛보고 다른 가게를 방문했는데 맛이 다르면 그 지점만 욕을 먹는 것이 아니라 ‘신사동왕족발’ 모두가 타격을 입게 돼요. 저는 그렇게 되는 것도 싫고 프랜차이즈는 사실 자신이 없기도 해요. 그래서 이 가게만 잘 지키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초심 잃지 않을 것… 손님들에게 더 좋은 음식 대접할 것
임 대표의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일까.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인 것 같아요. 가게를 운영하면서 손님이 많아 돈을 많이 벌게 되거나 몸이 피곤하게 되면 사람이 변하기 마련이에요. 그러면 본래의 맛을 잃기가 쉽고 손님들도 결국 다 그런 것들을 느끼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도 분명 있어요. 그러면 저는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마음을 다시 잡아요. 그러면 안정이 되고 다시 잘해 보자는 다짐을 하면서 손님을 맞을 수 있어요.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으로 손님을 대할 때도 늘 처음 영업했던 당시 기분으로 친절하게 맞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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