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튜버가 국립서울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가 침을 뱉는 치기 어린 행태를 담은 영상을 최근 우연히 보게 됐다. 그는 “박정희는 친일파”라며 ‘응징’을 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면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어록대로 그렇게 해 주겠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 박정희 대통령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말을 남겼다. 왜 그랬을까. 얼마 전 필자가 인터뷰했던 좌승희 박사의 설명을 들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새마을운동 당시 박 대통령은 성과를 낸 마을만 지원하는 인센티브 정책을 펼쳤다. 그러자 장관·정치인들이 모두 들고일어나 그러잖아도 독재정권이라는 비판을 받는 박정희 정권이 이러다가는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박정희는 ‘정권이 넘어가도 좋다’며 소신대로 정책을 밀어붙였다.
필자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주변에서는 ‘참 사람 좋은 분이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작 자식들은 밖에서는 싫은 소리 한 번 듣지 않고 ‘호인’으로 불리던 그분이 가정에서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아버지’였을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친구는 돌아가신 후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보다는 살아생전 자식과 가난한 집안 살림을 위해 때로는 체면 불구하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아버지를 둔 가정이 부럽기만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정희가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운동·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경제정책을 구상하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주변에서 보기엔 무리하게 추진한 점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과연 가난한 나라를 경제 대국으로 탈바꿈시킨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을까. 남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국민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필리핀에 비교된다. 1960년 이후 두 나라를 주요 경제지표를 통해 비교하면 경제성장의 경로와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총생산(GDP)만 하더라도 1960년대 초반 한국이 약 27억 달러일 때 필리핀은 약 60억 달러로 2배가 넘었다. 하지만 박정희의 소위 ‘개발 독재’를 거친 후 한국은 1980년대 중반에 1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급격한 발전을 보였고, 2020년에는 1조6000억 달러로 승승장구했다. 반면 필리핀은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 위기로 성장이 더뎠다. 2020년 필리핀의 GDP는 약 3700억 달러에 머물러 한국에 비해 현격히 뒤떨어졌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경제지표의 변화가 아니다. 어떤 국가는 성공했으나 어떤 국가는 왜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박정희와 필리핀의 마르코스, 두 지도자는 비슷한 시기에 나라를 통치했고 둘 다 독재자라는 오명을 썼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박정희가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던 한국의 경제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이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과감히 제거해 나갔다면, 마르코스는 국가의 경제발전보다는 자신의 권력 유지와 부정부패에 집중했고 결국 그의 독재는 필리핀을 경제적 침체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박정희가 독재자였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독재는 경제성장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였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오늘날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말을 남긴 것은 자신이 추진한 정책에 대해 역사의 비판이 쏟아질 것을 예견한 것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결의는 자신의 명예나 영광보다는 가난한 이 나라를 잘살게 만들겠다는 그의 신념을 설명해 준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박정희의 독재를 부정적·억압적인 것으로만 평가해 왔다. 이는 좌파가 씌운 ‘친일·독재’ 프레임에 국민 대다수가 오도돼 온 탓이 크다. 최근 영화 ‘하보우만(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의 약속’을 준비하고 있는 이장호 영화감독은 “나는 여태껏 속고 살았다”면서 “이승만과 박정희를 오해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에 사죄하려 한다”고 고백했다.
어디 이 감독뿐이랴.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들을 친일파라는 프레임에 가둬 버린 좌파의 기획에 의해 국민 대다수가 우롱당했다. 이제는 우리가 저들이 박정희 무덤을 향해 내뱉은 더러운 침을 닦아 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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