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마르크 뤼트 사무총장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났다. 10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23일(현지시간) 나토가 짧은 성명으로 뤼터 사무총장이 전날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하며 “동맹이 직면한 다양한 글로벌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뤼터는 트럼프 2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등 국가안보팀 구성원들과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뤼터 사무총장이 네덜란드 총리였던 트럼프 1기 시절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으나 심각한 사안을 들고 달려간 방문이기에 전망은 불투명하다. 요며칠 사이 더욱 긴장이 고조된 우크라이나전쟁 대응 방안 논의가 우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트럼프가 나토 서유럽 국가들 희망에 부응하리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간 트럼프는 ‘주적(主敵) 중국’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분명히 해 왔으며 국방·안보 보좌진과 주요 각료 지명자들 면면을 보면 실행 의지의 충만함도 알 수 있다.
이번 트럼프 당선인과 나토 수장 면담 최대 이슈는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전략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본적으로 유럽이 알아서 할 일,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 구상을 드러내 왔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 더구나 주요 공업지대와 전략적 요충지가 러시아 땅이 되는 셈이므로 우크라이나와 이를 지지해 온 유럽 국가들이 극력 반대하고 있다.
사흘 전 선보인 극초음속(초속 2.5∼3㎞)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의 위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나토에게 방위비 문제보다 다급한 사안이 됐다. 우크라이나에 건네진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에 대해 조 바이든 정부가 사용 제약을 해제하자 영국도 스톰섀도 제약을 풀었다. 이것으로 러시아 본토 후방이 공격당하자 러시아는 초음속 IRBM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드네프로 지역 군시설이 파괴됐고 서방 세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확전 위기 고조’와 ‘확전 억제 효과’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22일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비핵 극초음속 IRBM 오레슈니크가 전투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공격에 처음 사용됐으며 목표 달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핵 교리(독트린)를 교정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 역시 러시아의 핵무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이기도 하다.
극초음속 IRBM, 일명 ‘오레슈니크’(개암나무·헤이즐넛) 발사 후 푸틴은 대국민 영상 담화에서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방공·미사일방어시스템으로 오레슈니크를 요격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우크라나가 사용한 해당 무기들이란 제공한 국가들 협조가 있어야 운용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영국·미국이 참전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 오레슈니크 같은 미사일을 다른 나라도 쓰게 될 수 있다며 기술 이전 가능성까지 암시했다.
오레슈니크는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다. 개암나무 가지 끝에 공 모양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렸듯 IRBM에 탄두 여러 개가 장착돼 미사일 한 대로 여러 개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일주일간 미국산 에이태큼스 5기와 영국산 스톰섀도 2기 격추 사실을 밝혔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또한 최전선 북부전투단 부대를 시찰하며 “(우크라이나의) 최고 부대들이 여기서 먼지가 됐다. 러시아군 진격이 빨라져 이제 그들(우크라이나군)의 2025년 모든 작전을 좌절시킨다”며 호언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실전에 배치된 새로운 형태의 치명적 무기”임을 인정했다. 티머시 라이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국방·군사 연구분석가가 가디언에 “러시아의 새 미사일 개발이 나토 회원국의 방공시스템, 향후 공격무기 준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이바나 스트라드너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은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서방국을 위협하고 두려움을 조장하기 위한 최신 무력시위”로 현 상황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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