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에 느닷 없이 스카이데일리가 화제의 중심이 됐다. 솔직히 기쁘면서도 부담스럽다. 아나운서를 꿈꾸다 얼굴 알려지는 게 싫어 대신 택한 신문기자 외길 38년째. 입사 동기 등은 죄다 정년 퇴임한 상태라 느지막한 나이에 언론계 현직에 있는 것도 쑥스러운데, 스포트라이트까지 받으니 민망하기 그지없다.
놀랍게도 필자의 경력을 놓고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는 걸 이번에 확연히 체험했다. 허겸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부장의 세기적 특종 ‘[단독]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가 보도된 날 한 유튜브 방송으로부터 시작됐다.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해당 유튜브의 앵커는 밑도 끝도 없이 ‘스카이데일리 조정진 대표가 국가정보원에서 27년간 근무하며 교수 활동을 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앵커가 소개한 분은 스카이데일리에 ‘반(反)대한민국 세력의 비밀’을 연재 중인 진짜 국정원 교수 출신 이희천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다. 이 교수는 ‘6·25동란과 트로이목마’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 등을 펴낸 안보 분야의 독보적 명강사다.
필자는 1988년부터 줄곧 신문사에만 근무한 평생 언론 종사자다. 재미 있는 건 그날 결혼 30년 된 아내가 해당 유트브 계정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며 첨부한 문자다. “나도 몰랐는데 당신 국정원 출신이야?” 필자는 “그동안 속여서 미안. (국정)원의 규정상 어쩔 수 없었어”하며 농으로 받았다.
그러자 공작관TV를 운영하는 진짜 국정원 출신 최수용 전 주중 한국대사관 파견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 대표님 우리 원 출신이었어요? 블랙 요원? 까맣게 몰랐네요.” 황장엽 북한노동당 비서를 중국에서 국내로 데려오는 프로젝트에 기여한 인물답게 재치와 끼가 넘쳤다. 우리는 함께 한참 웃었다.
필자는 오랜 인연이 있는 첫 오보를 낸 앵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억을 더듬은 앵커는 “작가가 써 준 원고를 읽다 보니 검증을 못 했다”며 해명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제일 핫한 언론사 대표 이름을 거론하며 당사자에게든 포털에서든 최소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유명 유튜버로서는 큰 실수를 한 셈이다.
문제는 연일 특종으로 가뜩이나 궁금해 하던 차에 스카이데일리 대표에 대해 확신에 찬 첫 유튜버의 ‘조정진 스카이데일리 대표=27년 경력의 국정원 전 교수’라는 오보가 나가는 바람에 잘못된 프레임이 회오리처럼 확대 재생산됐다는 점이다. 필자 가족이 확인한 것만 해도 20곳이 넘었다. 이쯤되면 처음 오보를 낸 유튜브의 정정 보도나 고침 멘트가 나와도 ‘조정진=국정원 27년 차 교수’는 기정사실화된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동한 ‘반대한민국 세력의 준동과 부정선거 진실 규명을 위한 깜짝 계엄’은 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중심제 국가 최고지도자의 통치행위다. 국회가 국회법 절차에 따라 계엄 해제를 결의하자 계엄은 순식간에 해제됐다. 법률상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윤 정부를 무너뜨려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는 야권과 집권을 꿈꾸던 정치 초짜 한동훈 당시 여당 대표는 ‘계엄=내란’ 프레임으로 엮었다. 이미 언론이길 포기한 주류 매체들도 ‘계엄=내란’ ‘윤 대통령=내란 수괴’라는 고깔을 씌웠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내란(內亂)’을 ‘나라 안에서 정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벌어지는 큰 싸움’으로 설명한다. ‘정권을 차지할 목적’이 핵심이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나아가 그에 대해 내란 음모자나 내란 수괴라 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스카이데일리에 ‘맛있는 우리말’을 연재하는 언어학자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는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단어는 언어학자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일갈했다. 야권은 뒤늦게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 사유문에서 ‘내란죄’ 조항을 뺐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내란이 아니라는 명백한 방증이다. 하지만 ‘진짜 국정 파탄 세력’인 야권과 ‘기레기(기자 쓰레기)’ 소리나 듣는 타락한 언론은 ‘윤석열=내란범’이란 표현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1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작 탄핵을 결의한 국회는 ‘내란’이란 용어를 뺐는데, 공수처는 ‘내란 우두머리’라 썼다. 북한에서 즐겨 쓰는 용어인 ‘수괴(首魁)’란 표현이 부담스러워 ‘우두머리’로 바꿨을 뿐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스카이데일리를 돕는 자원봉사자 이모 씨는 이런 황당한 상황에 대해 “저 같은 ‘애국 개미’들은 언론이 보도하는 대로 믿습니다. 언론이 문젭니다”고 말했다. 필자는 순간 입이 얼어붙었다. 사실 보도·진실 보도가 중요한 이유다. 평생 시달린 화두이지만, 요즘 한층 더 어깨가 무겁다. 진실 보도에 눈 감은 언론, 언제쯤 정신 차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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