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빠르게 수습되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미 기존보다 0.4%p 낮은 1.6%로 내렸다. 영국의 연구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1%p 낮춘 1%로 잡아 비관적 전망을 더하고 있다.
세계적인 원자잿값 폭등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를 맞아 ‘관세 폭탄’에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서며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으면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복합위기를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가계와 기업 모두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역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358조 원의 재정 집행을 골자로 한 ‘2025년 신속 집행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집행액 351조1000억 원을 웃도는 액수로 1분기 40%, 상반기 70% 집행 목표를 세웠다.
문제는 신속 집행 효과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중앙재정 집행 실적은 19조5000억 원(집행률 7.7%)에 그쳤다. 2021년 1월 말 집행률은 9.8%를 기록했고, 2022년 8.5%·2023년 8.3%·2024년 8.9%를 기록하는 등 매년 8% 이상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신속’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를 놓치는 바람에 경제 지표가 날로 악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생산·소비·투자 지표 모두 전월 대비 마이너스(-)인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1월 전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7%, 소매 판매는 -0.6%, 설비투자는 -14.2%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세도 축소되는 등 경기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어려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경제가 크게 위축됐기에 계엄 직후 바로 추경을 했어야 했다. 추경 편성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경제회복을 위한 인공호흡기 격인 추경마저 적기를 놓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라도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신속한 추경 확정이 요청된다. 급한 대로 민생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10조 원 수준의 추경을 먼저 하고, 정국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추가로 20조~30조 원 추경을 편성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민간 소비 영역뿐만 아니라 건설·미래 첨단산업·일자리·지역 균형발전·국제질서 변화에 대응할 재정 역할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 불황이 더욱 심해져 미래 성장잠재력까지 훼손한다면 오히려 중장기적인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추경 등 재정 정책을 고려할 때는 단기적인 재정건전성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정부는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시행했다. 취지는 좋지만 세수 결손 문제를 초래했다. 지난해 56조4000억 원 세수 결손에 이어 올해도 30조 원에 가까운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위험성이 커지면서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적극적 재정 정책을 펴 추락의 폭을 낮추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추경을 한다면 재원도 국채 발행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중·장기 재정에 추가 부담이 될 소지가 크다.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는 정책 집행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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