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기소된 내란 혐의 재판이 또다시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비공개 결정은 ‘군사기밀 보호’ 명분과 달리 피고인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검찰 요청만으로 강행됐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과 공개재판 원칙을 동시에 침해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4차 공판에서 증인 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3월27일, 4월10일에도 동일한 사유로 재판이 비공개 처리됐다. 이로써 세 차례 연속, 핵심 증인 심문이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차단됐다.
재판부는 “국가 안전보장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날 법정에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이 증인으로 나왔다는 점 외에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피고인 측이 모든 공판을 공개로 진행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제출한 비공개 요청만을 받아들여 재판부가 일방적으로 문을 닫고 있다는 점이다.
피고인 “공개 재판 원한다”…법원은 검찰 손만 들어줘
이번 사건은 2024년 12.3 ‘비상계엄령 모의’ 의혹과 관련된 내란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국방부와 정보기관을 활용해 계엄령을 실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 등은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군내 협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비상계엄 전 '롯데리아 회동'에서 수백 명의 인사를 ‘수거 대상’으로 분류하고, 계엄 실행 후 국가 권력 장악을 도모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러나 피고인 측은 이러한 공소사실이 일방적으로 구성됐으며, 재판 과정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며 전면 공개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김용현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사령관은 모두 법정에서 “국민이 보고 판단하게 해 달라”며 거듭 공개 재판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세 번 연속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검찰은 일방적으로 기밀을 명분 삼아 비공개를 요청하고, 법원은 그 사유에 대한 실질적 검토 없이 그대로 수용하면서, 피고인 측의 ‘공개 요구’는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명백한 방어권 침해이자,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비공개 재판은 헌법상 예외”…헌법·법률 모두 ‘공개’가 원칙
현행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57조도 “국가 안보 등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는 극히 엄격하게 제한되며, 실제로는 ‘부분 비공개’가 일반적인 해석이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결정에서 “비공개 재판은 예외적 조치이며, 국민의 알 권리 및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피고인 본인이 공개를 원할 경우, 법원은 기밀 보호 외에 명백하고 구체적인 위해 요소를 입증해야만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내란 사건 재판은 이 같은 헌법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안보’를 내세운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비공개의 정당한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며 “피고인의 방어 기회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만큼,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에 대한 실질적 심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보지 못하는 재판…닫힌 법정에 가려진 진실
내란은 민주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그 진실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이고, 군 고위 관계자들이 연루된 헌정 사상 초유의 재판이다. 그럼에도 법정은 세 번 연속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결정의 근거는 오직 ‘검찰의 요청’뿐이다.
국민이 알아야 할 재판을 가리고, 피고인이 공개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차단하는 사법부의 태도는 정당한 방어권 보장과 사법의 독립성 모두를 흔들 수 있다. 지금 닫힌 것은 단지 법정 문만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공정한 재판’이라는 이름의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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