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포천시가 그동안 추진해 온 인문도시 정책의 방향성을 한층 정밀하게 다듬어 청소년부터 청년·장년·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연령별 특성에 맟춘 적재 적시 맞춤형 정책을 구상 중이다. 내년 1월 포천시 주최 특강에 앞서 1971년 신춘문예 등단 이후 5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흙냄새 나는 시의 길을 걸어온 나태주 시인을 스카이데일리가 지난달 31일 공주 ‘나태주풀꽃문학관’에서 만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단 세 줄의 시로 온 국민의 가슴에 웅장한 위로를 건 넨 ‘풀꽃 시인’ 나태주. 나 시인은 인터뷰에서 “인문도시는 거창한 구호나 건물이 아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소통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 시인께서 생각하는 좋은 시란 어떤것인가.
“중학교 시절 한 여학생을 좋아하는 간절한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고 싶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일종의 연애편지였던 셈이다. 개인의 고백으로 시작된 글이 이제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편지가 됐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시는 ‘유명한 시’보다는 사람에게 약이 되고 마음을 살리는 ‘유용한 시’다. 이를 위해 시는 짧고, 단순하며, 쉽고, 확실한 울림이 있어야 한다. 작가의 잘난 척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에 단비처럼 적셔지는 글이어야 한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표작 ‘풀꽃’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2002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정원으로 나와 풀꽃을 그리게 했다. 어떻게 그려야 잘 그리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희도 그렇다’고 말해 준 교실에서의 대화가 그대로 시가 됐다. 특별하고 귀한 꽃이 아니라 길가에 버려진 평범한 풀꽃처럼 평범함 속에 묻혀 있는 소중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내 시의 본질이다.”
-시인이자 생활인으로서 일상에서 소소하게 마음을 쏟는 일은 무엇인가.
“요즘은 공주 ‘풀꽃문학관’ 주변의 나무와 풀꽃을 살피고 잡풀을 뽑아주는 소소한 일상이 내 삶의 큰 기쁨이다. 때로는 연필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정리하기도 한다. 화려한 여가나 특별한 취미보다는 눈앞의 작고 소박한 생명을 살피며 독자와 온기 어린 정서를 나누는 일이 내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 준다.”
-55년이라는 긴 문단 생활 동안 시인을 지탱해 준 스승이 있다면.
“문단 생활은 늘 조심스럽고도 엄숙한 길이다. 감사하게도 내게는 박목월, 김남조, 정한모 선생 등 훌륭한 문단 선배를 만나는 큰 행운이 있었다. 그들의 삶과 말씀에서 시인의 겸손한 자세를 몸으로 배웠고, 그 귀한 인연이 나를 시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게 지켜준 단단한 버팀목이자 스승이 돼 주었다.”
-긴 무명 시절을 견뎌낸 회고와 함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등단 후 40년 동안은 시골의 무명 시인이었다. 2010년 후반이 돼서야 독자들이 나를 찾아주었다. 시를 쓰는 일은 결코 취미나 부업이 될 수 없다. 독일 시인 릴케의 말처럼 ‘죽기 살기’로 써내려가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오랜 무명 시절을 견디게 해주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독자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으로 펜을 들고 있다.”
-인문도시 포천시를 향한 조언을 한다면.
“포천시가 성공적인 인문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행정 프레임과 교육 방식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인문의 시작은 듣기·읽기·말하기·쓰기의 순서가 있다. 가장 마지막 단계인 쓰기를 처음부터 강요하면 시민과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고 멀어지게 된다. 자신의 원고지 쓰기를 강요하는 글짓기 대회 대신 좋은 책을 읽고 들은 내용을 말로 나누는 ‘이야기 대회’를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어르신의 옛날 이야기, 우리 마을 전설, 내 인생 이야기 등 주제를 세분화해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말하기 무대를 만들어 시청 홈페이지 소감 공유나 도서관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고, 책·상품권 등을 활용한 가벼운 포상 등이 실질적 인문도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포천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내 가족과 내 고장을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대신 사랑해 주지 않는다. 불평이나 원망 대신 내 고장에 눈길을 주고 마음을 담아 사랑할 때 비로소 그곳이 진정한 나의 고향이 된다. 내가 사랑한 포천시만 나의 고향이며, 내가 사랑한 인생만이 진짜 나의 인생이다. 포천시민 모두가 내 고장 포천을 마음 깊이 아끼고 사랑하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길 바란다.”
한편 백영현 시장은 ”나 시인의 포천에 대한 깊은 애향심 고취 및 글짓기 등의 제언을 참고해 체계적인 맞춤형 인문 정책을 차질 없이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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