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로 10대 여학생이 숨진 가운데, 노후 공동주택의 화재 안전 사각지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4일 오전 6시 18분 은마아파트 8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고교 입학을 앞둔 김모(16)양이 숨졌다. 현장에서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화재 경보기 미작동, 소화전 불량 등 기본적인 소방 안전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현행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1990년 도입)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대표적 노후 단지다. 이로 인해 화재 초기 자동 진압이 이뤄지지 못했고, 열과 연기가 급속히 확산되며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대피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주민들은 “경보음이 들리지 않거나 너무 작았다”, “소화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화재 당시 복도 방화문이 열린 채 방치돼 연기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총체적 안전 부실” 사례로 보고 있다. 노후 건물이라도 기본적인 소방 설비가 정상 작동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는 은마아파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4만9810곳 중 2만5525곳(51.2%)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경우에도 정상 작동률은 1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시설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전국 3만1271곳 중 스프링클러 설치율은 13.6%에 그친다. 실제 최근 발생한 아파트 및 호텔 화재에서도 스프링클러 부재가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치권에서는 노후 건축물에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기존 건물에 설치하려면 대규모 배관 공사와 별도 공간 확보가 필요하고, 전국 단위로 적용할 경우 40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 대안도 제시한다. 간이 스프링클러나 자동확산소화기 등 보완 설비 도입과 함께 정부·지자체의 비용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은마아파트 화재는 재건축 지연 속에 방치된 노후 주거시설의 구조적 위험을 드러낸 사건으로, 제도 개선과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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