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과 국제 유가 상승,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가 겹치면서 국내 주류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소주·맥주 등에 쓰이는 페트(PET) 용기와 비닐 포장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 인상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업계 수익성에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2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형 주류업체는 이달부터 맥주·소주용 페트병과 페트 상표류 납품단가가 약 20% 올랐다. 제품 묶음 포장 등에 쓰이는 수축필름과 랩핑필름 등 비닐류 자재 가격은 50% 안팎으로 인상됐다.
다음 달과 오는 7월에는 공캔과 공병, 알루미늄 병뚜껑, 종이박스 등 주요 포장자재 가격 인상도 논의되고 있다. 사실상 제품 생산과 유통에 필요한 대부분의 원부자재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포장자재 가격 인상이 연간 구매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인상안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구매 비용 부담이 수백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난해 발주한 수입 설비도 환율 상승 영향으로 예상 지출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가 상승의 배경에는 환율과 국제 유가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플라스틱과 페트병 생산 원가가 함께 뛰고 있다. 국제 유가 기준으로 쓰이는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 12월 60달러대와 비교해 약 67% 상승했다.
물류비 부담도 커졌다. 유가연동제 영향으로 한 대형 주류업체의 올해 1분기 물류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캔 제품의 주원료인 알루미늄 가격도 강세다.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초 t당 약 2500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말 약 3500달러까지 올라 40%가량 상승했다.
다른 주류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상생협력법에 따른 납품대금 연동제를 시행하며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매입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는 협력업체들로부터 단가 인상 요구를 받고 대체 공급처 확보 등 내부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주류업체들은 당장 소비자 가격 인상에는 선을 긋고 있다.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소비자 반발과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보다 판촉비 조정, 물류 효율화, 원부자재 조달선 다변화 등을 통해 부담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율과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제품 가격은 시장 상황과 소비자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보다 비용 절감과 공급망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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