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을 객관적인 원가에 따라 결정하겠다던 정부가 정작 관련 법 개정에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전기위원회에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올해 업무계획에 담았지만, 법안이 제출되자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7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위원회를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한 12명으로 확대하고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전기위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에는 동의하나 권한 확대는 정부 조직 체계와의 정합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결정 절차에 대해서도 "전기요금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결정 절차 변경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정안은 한국전력의 기본공급약관을 인가할 때 전기위가 기존 심의뿐 아니라 의결까지 하도록 하고, 전기위 의결을 거치면 물가안정법에 따른 재정경제부 장관과의 협의도 마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전기요금 결정의 실질적인 권한을 정부 부처에서 전기위로 옮기겠다는 취지다.
현행 제도에서는 한전이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하면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전기위 심의를 거쳐 인가하고, 물가안정법에 따라 재정경제부 장관과 협의한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현행 협의 절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정부의 입장은 올해 업무계획과도 온도차가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올해 전기위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객관적인 원가 검증을 바탕으로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법안에 대해서는 중장기 검토를 제시하면서 권한 이양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기요금 결정이 정치적 판단에 좌우될 경우 가격이 시장의 신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력 소매시장 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정치적 요인에 따른 전기요금 결정이 시장 기능을 왜곡했다며, 2022년 국제 연료비 급등 당시 요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한전의 재무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전의 원가와 판매수입 사이 격차도 크다. 2024년 총괄원가는 121조4천223억 원이었지만 전기 판매 총수입은 90조326억 원으로 원가 대비 수입 비율이 74.1%에 그쳤다. 2022년에는 65.1%까지 떨어졌고 2023년에도 74.5%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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