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보·개혁세력 주도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당리당략에 얽매여 그동안 보여 온 행보와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데 대해 국민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내세웠던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며 강한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온다.
꼼수·반칙 부르짖던 민주당, 군소정당 앞세워 비례위성정당 주도 논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미래통합당(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일삼던 민주당이 21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것을 두고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과 4+1협의체를 만들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킨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로 선거개혁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2일 오전 6시부터 13일 오전 6시까지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이번 투표의 투표율 30.6%로 역대 전 당원 투표 중 사상 최고의 투표 참여율을 보였다. 이 중 찬성 74.1%(17만9096명), 반대 25.9%(6만2463명)으로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결정됐다.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민주당은 주변의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비례후보 선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에서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10번 이후 순번부터 7명 정도를 배치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소정당의 원내진입 명분을 위해 비례대표 후보 앞 순번에 원외 소수정당 소속 후보들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1번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 2번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3번은 이수진 민주당 최고위원, 4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이 비례연합정당 후보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 창당은 물론 시민단체가 제안한 비례연합정당 참여에도 선을 그엇다. 민주당이 미래한국당의 비례위성정당 설립을 꼼수라고 지적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기 때문에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망설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선거개혁을 위해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과 공조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을 주도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에 더더욱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근거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논의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며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당의 태도는 서서히 변해갔다. 21대 총선이 3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 없인 원내 1당 유지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제출한 ‘21대 총선 비례정당 관련 상황 전망-민주당 대응전략 제언’ 보고서에 미래한국당을 만든 상황에서 민주당이 자체 비례대표를 내면 미래통합당에 1당을 넘겨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결국 비례연합정당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당 지도부는 본인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닌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공정·정의 부르짖더니 불리하니 핑계만”…민주당 두 얼굴에 민심 요동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확실시된 이후 당 내부는 물론 4+1협의체를 구성했던 군소정당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21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영춘·김부겸·김두관 의원 및 김해영 최고위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당의 중진 인사들은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파트너로 지목받아 온 정의당은 전국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기존의 참여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날 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과의 만남에서 “정의당의 이름이 21대 총선 투표용지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굳건하게 정치개혁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민생당의 경우 당내 계파별 이견 차이가 있지만 아직까지 비례정당참여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생당 내 바른미래당계인 김정화 공동대표는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소식을 접한 직후 “왜 저한테 스팸메일을 가져오는지 모르겠다”며 원색적인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1당을 놓고 경쟁을 펼칠 통합당 역시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을 두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박용찬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해져 있는 하나마나한 투표임을 알면서도 민주당에 실낱같은 양심이 남아있길 기대했던 국민들은 또 한 번 배신당했다”며 “반칙과 편법도 모자라 이해찬 대표는 ‘의석을 더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뻔뻔함을 드러냈고 ‘그런 짓을 어떻게 합니까’라고 했던 이낙연 위원장은 ‘비난은 잠시’라며 말을 바꾸었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 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 대표는 이 같은 결정에 송구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연합정당에 참여하면서 통합당의 반칙을 응징하고 본래 선거법 취지를 살리기 위한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당 대표로서 이런 탈법과 반칙을 미리 막지 못하고 부끄러운 정치 모습을 보이게 돼 매우 참담하고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민주당의 행태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강하게 밀어붙이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미가 퇴색되고 줄기차게 외치던 선거개혁 명분도 사라져 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명분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합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며 미래한국당 창당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며 “당시 민주당이 이를 강력하게 비판했는데 결국 본인들도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밥그릇 싸움에 집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소정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3% 봉쇄조항이 있어 인지도가 적은 원외정당, 신생정당 등은 국회 입성이 힘들다”며 “당초 이상대로라면 본인들 스스로 국회에 입성해야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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