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약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들은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 발표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이번 총선의 경우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는 등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다양한 변수들이 자리하고 있어 각 정당들의 공약 경쟁은 과거 어느 때 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경쟁 과열로 인한 부작용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국민 정서와 거리가 먼 각종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선심성 공약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정치에 대한 국민신뢰를 떨어뜨려 헌법상 기본 원칙인 대의제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평가된다.
“당장 밥벌이조차 어려운데…정부 업은 여당이 내세운 게 고작 와이파이 확대인가”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집권여당이라는 이점을 살려 민생안정을 위한 예산 지원공약에 집중하고 있다. 국가 예산으로 국민들의 생활환경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을 핑계 삼아 경제실정을 외면한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1호 공약으로 전국 무료 공공와이파이 확대를 제시했다. 대다수의 국민이 사용하는 공공와이파이를 확대해 사회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국민의 가계통신비 경감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해당 공약 실행을 위해 3년 간 총 5780억원을 투입한다는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제시했다.
이어 2호 공약으로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제시했다. △K-유니콘 프로젝트 가동 △모태펀드에 매년 1조원 이상 예산 투입 △코스닥·코넥스 전용 소득공제 장기투자펀드 신설 △창업주의 복수의결권 허용 등을 적용해 확고한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공약에도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총선 공약도 발표했다. △온누리 상품권·지역 사랑 상품권 발행 확대 △소상공인 보증 규모 확대 △정책 금융 기관 보유 부실채권 소각 및 지역별 재기지원센터 확충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확대 및 시군구 특화 거리 신규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공약에도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국민 건강 인센티브 제도’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체질량지수(BMI), 혈압, 혈당 등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한 사람에게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인데 해당 포인트는 상품권, 의료기관 본인 부담금, 건강보험료 포인트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해당 공약 실현에 연간 10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수도권 3기 신도시 등에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조성, 주택 5만 호 공급 △광역 및 지역거점도시 구도심 재생사업과 택지개발 등을 통해 주택 4만 호 공급 △서울 용산 등 코레일 부지 및 국·공유지 활용 주택 1만 호 공급 △청년·신혼부부 전용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공 △2022년까지 청년·신혼부부(각각 100만 가구) 대상 공공주택 및 맞춤형 금융지원 등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여론 안팎에선 민주당의 공약을 두고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슈퍼예산안의 경우 60조원의 국채발행을 전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심성 공약들로 인한 나라빚을 고스란히 국민들이져야 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주거 공약의 경우 특정 계층에 막대한 세금을 몰아주는 정책에 가깝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제대로 된 재원 마련 방안 없는 포퓰리즘 공약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막대한 예산 사용을 전제로 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한국당)의 총선 공약 역시 허술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당의 총선 공약 대부분이 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정책을 모두 원상복귀 시킨다는 것이 주요 골자여서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심판’을 총선 기조로 내세웠으며 당초 1호 공약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폐지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민생공약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1호 공약을 수정했다.
이후 한국당은 공식 1호 총선 공약으로 ‘희망 경제 공약’을 제시했다. △재정 건전화 △탈원전 정책 폐지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관치경제에서 자율경제로 프레임 전환 △사업환경 조성 활성화 및 아날로그 경제 체질에서 디지털 경제 체질로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문재인 정부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와 외국어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 폐지 정책을 원상회복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이외에도 △최저임금 업종‧규모별 구분 적용 △간이과세 기준 현실화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확충 △(배달앱)시장 독점체제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방지 등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 공약도 발표했다.
군소정당들의 ‘던지고 보자’ 식 공약 난무…너나 할 것 없이 ‘포퓰리즘’
달라진 선거법을 통해 원내 3당 진입을 노리고 있는 군소정당들 역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의 공약 역시 “던지고 보자 식의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정의당은 20세가 되는 청년 모두에게 5000만원의 기초자산을 지급하는 내용의 ‘청년 사회 상속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19세에서 29세 사이 중위소득 이하 독립 청년에게는 월 20만원의 주거수당 지급 공약도 발표했다.
민주평화당은 1호 공약으로 ‘100만 가구에 20평 아파트 1억원에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소비자 분양 대금으로 건축비를 마련하고 다른 사업비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 기금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21대 총선을 통해 원내 진입을 노리는 정당들도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으나 대부분이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를 이끌고 있는 이웅진 대표는 최근 결혼미래당을 창당했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360만표 이상을 얻어 비례대표 6석 이상을 얻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결혼미래당은 3000만원의 결혼장려금 지원을 비롯 △결혼육아 전담 정부부처 신설 △전 국민 결혼정보서비스 무료 제공 △소득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신혼부부 임대아파트 지원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최근 공식 출범한 기본소득당은 누구에게나 매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허경영의 정당인 국가혁명배당금당 역시 전 국민에게 매달 150만원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군소정당 및 신생정당들의 공약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실행되기 어려운 환심성 공약에 가깝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선거법 개정을 노리고 어떻게든 의원 자리를 꿰차겠다는 의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실 정치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특정 지지층 결집을 위해 국민 혈세를 제 멋대로 사용하려하고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여의도역 인근에서 만난 안경진(33·남) 씨는 “정당들이 현재 국가와 국민의 상황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데 아닌 것 같다”며 “돈을 뿌린다는 공약이 난무하는 것 같은데 너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할 정도로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와이파이를 늘리고 살을 빼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만난 이철호(49·남) 씨 역시 “정말 말도 안 되는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신생정당들까지 돈을 주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대안 세력이 나타나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정당들이 표를 얻을 생각만 하지 국민들을 위한 생각을 하는 정당들이 없는 것 같다”며 “이렇게 국민들의 마음을 모르니 허구헌날 싸우고 서로 물어뜯기 바쁜 것이다”고 푸념했다.
각 정당의 포퓰리즘 공약과 이에 대한 국민 반발에 대해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여러 시민단체가 공약을 분석했을 때 여당의 경우 예산 집행권이 있기 때문에 SOC 관련 공약이 많다”며 “반면 자유한국당은 현재 우파 통합으로 인해 공약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다당제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며 “이에 정당간 공약간 분별력이 떨어지고 현금 복지 위주의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신생정당들의 공약은 현실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원내 진입을 위한 미끼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조성우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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