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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의 문학푸드
한 사람의 가치관이 공동체에 미친 영향
세계농장동물의 날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정일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4-20 16:14:15
 
▲이정일 인문학 칼럼니스트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걸 뒤샹이나 피카소를 보면서 배운다. 뒤샹은 소변기에다 사인을 한 뒤 정식 예술작품으로 전시를 했고 피카소는 산책하다 버려진 자전거 안장과 핸들을 뜯어 와서 「황소머리」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 두 사람 덕분에 예술의 기준이 스킬에서 아이디어로 바뀌었다.
 
가수 조영남이 화투 그림을 둘러싼 위작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스킬과 아이디어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은 아직도 엇갈리고 있다. 이런 엇갈림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한쪽에서는 동물을 가족으로 여기지만 소수는 여전히 동물을 식재료로 생각한다. 그래도 유튜브나 TV 「동물농장」을 보면서 동물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을 느낀다.
 
예전에 간디가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들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간디의 발언은 생각보다 영향이 커서 많은 사람들이 간디의 생각에 동의를 했고 이것은 1983년 ‘세계농장동물의 날’ 제정이란 결과를 가져왔다. 그 날을 10월 2일로 정했는데 알고 보니 그 날이 간디의 탄생일이었다.
 
소수가 누리던 혜택을 다수가 누리게 되면 역사가 진보했다고 여기는데 한 사람이 가졌던 동물에 대한 생각이 이젠 나라를 넘어 전 세계로 번져가는 것을 보며 놀라운 진보를 느낀다. 이와 비슷한 일이 2010년에 일어났다. 당시 아니타 크라이츠(Anita Krajnc)라는 여성이 입양한 개를 산책시키던 중 우연히 트럭에 실려 도살장으로 가는 돼지들을 보게 되었다.
 
돼지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더위에 무척 취약한 동물이다. 폭염의 날씨에 금속으로 된 트럭 내부의 온도는 엄청나게 높았다. 그 고통에 돼지들은 끊임없이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트럭에 실려 가는 12시간 동안 먹을 것과 마실 물을 공급받지 못한다. 어차피 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허나 크라이츠는 도살장으로 가는 돼지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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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을 투명한 유리문으로 만들지 않는 한 이와 비슷한 일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캐나다 구스 점퍼를 위해 코요테가 희생되고 수많은 거위들이 산채로 털이 뽑힌다. 뉴욕혈액센터는 의학실험에 침팬지들을 사용한 뒤 마실 물과 음식을 찾기 힘든 어느 섬에 버렸다. 제르맹이라는 인근 주민이 늦게나마 그걸 알고 보살핀 덕분에 한 마리가 살아남았다.
 
코로나의 여파가 경제뿐 아니라 동물원 동물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독일의 노이뮌스터 동물원은 최근 영업 중단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 동물의 안락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 동물원엔 100여종의 동물 700여 마리가 있는데 그 첫 번째로 희생될 동물은 아마도 북극곰 비투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북극곰은 몸무게가 700kg이나 나가기 때문이다.
 
동물원 측에선 “굶어죽게 두는 것보단 안락사를 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하고 있다. 기부를 통해 하루하루 버티고 있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과 상생을 가로막는 위기는 연속해서 생기고 있다.
 
동물보호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걸 문학도 보여주려고 애쓴다. 동물이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이제 동물은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됐다는 뜻이기에 이것이 소망을 준다.
 
식재료에서 고기가 빠지는 일은 없겠지만 만화 『식객』에 보면 소가 도축을 위해 트럭으로 이동할 때 소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기에 핏자국이 배게 되는데 이것이 고기 맛에 영향을 준다고 만화가는 쓰고 있다. 만화가의 초점은 고기 맛이지만 동물의 고통이 맛의 차이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맛의 차이에서 동물의 고통으로 관점이 옮아갈 때 동물을 주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따라올 것이다.
 
동물권, 동물복지, 동물윤리는 모든 사람의 동의를 받아내기는 어려운 이슈이다. 하지만 암탉이 A4 한 장의 공간에서 생을 마치고 어미 돼지가 폭 60cm의 우리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새끼 돼지의 이빨을 마취제 없이 뽑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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