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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의 문학푸드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국가 이미지의 저력
『대부』가 보여주듯 문학의 힘은 허상이 아니다
이정일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4-26 17:31:41
 
▲ 이정일 인문학 칼럼니스트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대응 조치 중 하나로 영주권 신청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를 했다. 코로나가 이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감한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놀랍도록 빠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탈리아 사람들도 겪은 적이 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여서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서 사는데 다들 터를 잡는 지역이 있다. 초창기에 먼저 정착한 사람이 일가친척들을 불러 모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네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하는 일도 정해진다. 드넓은 미국 땅에 흩어져 살아도 한국인들은 처음엔 세탁소나 도넛을 주로 했다. 영어가 부족해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출신도 처지는 비슷하다. 중국인들은 중국음식을 하면서 정착을 했고 베트남 사람들은 쌀국수를 만들어 팔면서 정착을 했다. 그럼 이탈리아 출신들은 무엇을 했을까? 대개는 식당을 차려 피자와 스파게티를 만들어 팔았고, 시칠리아에서 건너온 일부 주먹들은 마피아가 되었다.
 
이탈리아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물들을 배출하였다. 그래선지 ‘Italian Americana’라는 전문 학술지가 만들어지고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역사나 문학, 자서전 등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1974년에 발간을 시작한 이 학술지는 지금은 발행이 중단되었지만 이탈리아계 미국인에 초점을 맞춘 전문 학술지이다. 이 학술지가 이탈리아 출신의 저명인사 7명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미국 이민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는데 오늘을 살아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에게 지금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단 한 명만 손꼽는다면 당신은 누구를 추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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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진 이유는 이탈리아 출신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배출했고 그들이 각자 얼마나 뛰어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여러 분야에서 인재들이 나왔다. 예를 들어 과학분야에선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와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가 있었다.
 
페르미는 물리학자로 세계 최초로 핵반응로를 개발하여 원자폭탄의 설계자로 불린 과학자이다. 지금은 그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파우치란 이름은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귀에 익었을 지도 모른다. 파우치는 미국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로 백악관에서 코로나 수습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파우치 같은 인물이 정계에도 있다.
 
현재 뉴욕주지사가 앤드루 쿠오모(Andrew Cuomo)이다. 코로나 대처를 잘 해서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52대 뉴욕주지사를 지냈고 막내 동생은 CNN 앵커이다. 정치 분야에서는 쿠오모 이전에 코네티컷 최초의 여성 주지사였던 엘라 그라소(Ella Grasso)와 부통령 후보까지 올랐던 정치인 제럴딘 페라로(Geraldine Ferraro)가 있다.
 
학술지에서 추천한 인물 중엔 존 치아디(John Ciardi)라는 시인도 있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서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우리 자신을 나타낸다”는 그의 말은 조금 알려져 있지만 한국 독자는 그의 배경에 대해선 잘 모를 것이다. 이런 점에선 성녀 카브리니(Mother Cabrini)도 비슷할 것 같다. 그녀는 평생을 가난한 자들을 도우며 산 오늘날의 마터 테레사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필자에게 흥미로웠던 추천자는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였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가수이자 영화배우이다. 그가 부른 ‘My Way’는 불후의 명곡이 되었고 America's Got Talent에서 피자 배달을 하는 한 이탈리아계 출연자가 이 노래를 불러 ‘골든버저(golden buzzer)’를 받기도 했다.
 
우리가 이탈리아를 생각하면 피자, 스파게티, 페라리나 축구를 연상하기도 하지만 알 카포네 같은 마피아가 압도적으로 먼저 떠오른다. 왜 일까? 여기엔 마리오 푸조(Mario Puzo)가 쓴 소설 『대부』의 역할이 크다. 푸조는 소설 『대부』를 씀으로써 미국인들이 가진 생각을 정리했을 것이다.
 
이런 경향은 한참 전에 나온 미드 「소프라노스」, 「미키 블루 아이즈」, 「썸머 오브 샘」, 「애널라이지 디스」가 다시 확인해준다. 『대부』를 보면서 문화가 주는 힘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한국의 이미지가 BTS나 「기생충」으로 위상이 높아졌고 이제 코로나 대응에서 단결된 시민의식로 인해 더 좋아지고 있다. 문학이나 문화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앞으로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면서 축적된 경험이 만들어낼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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