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무리한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급기야 전국 각지에서 집단반발 움직임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나타났다.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의견제출을 받았으나 이러한 절차 자체가 ‘요식행위’에 가까웠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올 들어 의견제출에 대한 수용률이 급격히 낮은 사실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다.
세금폭탄 던지고 나 몰라라 뒷짐 진 정부…집단행동 카드 꺼낸 억울한 국민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제출 건수는 3월 19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총 2757개 단지에서 전체 3만7410건이 제출됐다. 상향요구는 2124건, 하향요구는 3만5286건 등으로 하향요구가 94.3%에 달했다. 지난해 2만8735건과 비교해 약 3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집단민원 제출의 경우 지난해 115건에서 올해 172건으로 무려 49.6%나 증가했다.
의견제출 건수는 급증했지만 의견 수용률은 지난해 21.5%에서 올해 2.4%로 급감했다. 급격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으로 국민 불만이 고조됐으나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수의 국민들은 정부가 의견제출 절차를 국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현상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스카이데일리가 전국(5.99%)과 비교해 공시가격 변동률이 높은 서울(14.75%) 곳곳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취재한 결과, 의견 수용률이 낮은 의견제출 절차는 있으나 마나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소재 ‘래미안블레스티지’에 거주하는 박능규 씨는 “급격하게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올랐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딨냐”고 운을 뗐다. 이어 “몇몇 사람 혹은 강남아파트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며 “피·땀 흘려 내 집 마련한 소유주라면 현 정부의 가파른 인상폭이 다들 부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1주택자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부동산 관련 세금(재산세, 종합부동산세)이 3배 정도 올랐다”며 “정부의 기조를 잘 알고 있어 의견 제출을 했을 때 안 받아 줄 것을 알면서도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자 혹시나 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급격하게 올라 부담이 크다는 의미로 의견 제출을 했는데 철저히 무시당했다”며 “주변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4.79㎡(약 25.6평) 호실의 공시가격은 19억2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1일(공시기준) 같은 면적 호실의 공시가격이 14억9600만원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해 약 29%(4억3200만원) 뛰었다. 서울 평균의 약 2배 수준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공시지가 무리한 인상과 불통행정에 대한 반발이 단순히 개인을 넘어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집단반발은 향후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평가된다.
은마아파트 소유주들 3000명이 소속돼 있는 ‘은마반상회’의 이승열 소장은 “이달 29일까지 이의신청을 제출하기 위해 서류를 받고 있다”며 “은마아파트 소유자협의회에서도 집단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타 지역에 비해 과도하게 공시가격이 상승한데다 의견 제출 이후 반영된 가구가 거의 없어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며 “절차가 있으나 마나 하다는 의견과 재조사가 제대로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은마아파트는 가격 변동 폭이 유독 크다”며 “최고가에 호실이 팔렸다고 해서 다른 호실까지 그 가격으로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체 호실이 그 가격에 팔릴 수 없다”며 “심지어 현재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은데 이런 예상 없이 공시가격을 책정한 다는 것은 세금을 왕창 걷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며 일반 시민들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응을 자주 접하는 윤성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남구 지회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강남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모니터링해본 결과 공시가격 인상과 관련해 불만이 없는 사람이 없다”며 “다만 지금처럼 의견 제출을 해봐야 수용되지 않을 것으로 대부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2%대 의견 수용률이 발표되면서 입증됐고 절차 자체가 의미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이달 29일까지 이의신청 기간이 남았지만 포기한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단체로 이의신청을 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남 외 지역에서도 격한 반응이 나온다.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 ‘목동신시가지7단지(목동7단지)’의 한 호실을 소유하고 있는 노지영(여) 씨는 “목동7단지는 500가구가 집단으로 의견을 제출 했다”며 “입주자대표회의에 서류를 내고 이들이 한국감정원 서울지사 쪽으로 찾아가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견제출 결과가 나왔을 당시 목동7단지 단체카톡방은 난리가 났었다”며 “하향을 요구했는데도 대부분 조정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노 씨는 “이러려면 왜 의견을 제출하라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절차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세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는 반영이 될 줄 알았지만 처참하다”며 “재조사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해 답답하다”고 전했다.
국민분열 조장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전문가들 “개인 요구 만족시킬 방법 찾아야”
▲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인의 요구를 묵살해 집단반발 움직임까지 나오는 이상 정부가 더 이상 이를 방치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자칫 국론분열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올해 이의신청을 받아드리기 어렵다면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산출할 때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소재 ‘래미안블레스티지’ ⓒ스카이데일리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 저조한 의견 수용률에 따른 시민들의 속앓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결정·공시 발표 당시 국토부 관계자가 변화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김영한 토지정책관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공시가격(안)에 대해 제출된 의견을 엄격히 검토했기 때문에 의견 수용률이 대폭 낮아졌다”며 “공시가격을 개선하기 위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올해 10월까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의 집단반발까지 일으키는 현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단반발이 많아지면 결국엔 조세저항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지금이라도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요구를 만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의견제출 이후에 답변이 터무니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치나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을 해줘야 국민이 납득하는데 그게 없다”며 “지역 부동산 전문가라고 보기 어려운 한국감정원 인원들이 공시가격을 결정하다 보니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견 제출 수용률이 낮은 것은 정부의 정책 방향 때문이다”며 “의견제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소유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선거 결과가 여당 입장에서 저조했으면 의견 제출에 대한 수용률이 꽤나 높게 나왔을 수도 있다”며 “다만 전혀 반대 상황이 됐으니 다수를 받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선 서울 집값이 잡히고 있다고 생각할 만하다”며 “세금으로 더욱 압박하면 좀 더 가격이 잡힐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청년 그리고 노년층의 고용률이 악화되고 있다”며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이 세금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소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조사도 현재 인력으로 가능한지, 투명하게 조사됐는지 알 수 없다”며 “지금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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