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의 진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다수 정책들이 집값 상승의 결정적 요인인 공급부족 사태를 야기하고 있어서다. 집값 상승이 불 보듯 뻔한 정책을 ‘집값 안정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집값 안정화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세수 확대를 위한 꼼수에 가깝다며 이는 엄연한 국민기만 행위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정책은 집값 안정화 대책을 둘러싼 진정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게 만들어 공급을 늘리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매물을 내놓을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어서다.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정책으로 매물이 잠기는 현상이 발생했고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정반대 성격의 정책도 공급을 늘리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투기꾼 잡아 집값 낮추겠다던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 공급 줄어 집값 폭등만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집값 상승의 원인이 임대차 시장에 유입되는 투기수요에 있다고 보고 임대주택등록활성화방안 등을 발표했다. 다주택 매물을 임대주택으로 묶어 단기 투기수요를 억제하면 집값이 안정화되고 임차인의 주거불안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정부는 임대주택활성화 방안을 통해 4년 또는 8년 동안 임대사업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양도소득세·취득세 등의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10년 이상 장기임대사업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도 종전 50%에서 70%로 상향시키고 지방세, 건강보험료 감면 등도 제시했다.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세제·금융 혜택 축소 소식에 앞다퉈 임대사업자 등록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신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수는 5만7000명에 불과했으나 대책 발표 이듬해인 2018년의 신규 임대사업자수는 14만8000명으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임대주택 등록 건수도 2017년 19만호에서 2018년 38만2000호로 늘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임대주택 등록 건수도 급증했지만 정부가 기대했던 효과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예상과 반대로 집값은 기존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기존 수요에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려는 수요까지 겹쳐 매수세가 강해진 반면 다주택자들이 매도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변경해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었다. 처음 정책 발표 당시부터 예측 가능됐던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러자 정부는 2018년 발표한 9·13부동산 대책을 통해 돌연 임대주택 혜택을 거둬들이고 오히려 규제책을 내놨다.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 1년여 만에 정책 방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1주택 이상 보유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주택을 구입해 임대등록을 하면 양도소득세를 최대 20%p 중과하고 종합부동산세에 합산 과세를 했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임대사업자 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 40%도 새로 도입했다. 임대사업 목적으로 사들이는 집을 줄여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불 끄려고 내놓는 대책마저 또 집값 폭등 우려…“부동산 정책 진짜 목적 따로 있나”
문재인정부의 급격한 정책 변화에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내놓은 대책마저 집값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만 앞선다.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정책으로 최소 4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임대 매물만 늘어난 탓에 시장위축에 따른 집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다수의 국민들은 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으로 오히려 집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시장 내 매물이 줄자 수요자들은 청약이나 분양권 시장 등으로 눈을 돌렸고 결국 청약 분양권 시세마저 급등했다는 지적이다.
무주주택 수요자들은 더욱 난감한 기색이다. 아파트 가격이 싸지도 않을뿐더러 매물도 구하기 어려운데다 그나마 희망으로 자리잡고 있던 청약 시장도 과열됐기 때문이다. 서울 시민 백민종 씨(30대·가명)는 “현재 주택 정책을 맡고 있는 김현미 장관을 보면 전문성을 전혀 갖추지 않은 채로 주택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폭등한 집값에 좌절하고 청약, 분양권 거래 등을 알아봤는데 이 조차도 한참 과열된 상태였다”고 토로했다.
임대주택 사업자들은 정부의 임대주택 관련 정책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누구나 집값 상승을 예상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고 집값 안정화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집값 상승이 아닌 세수 확대에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윤성숙 씨(40대·여·가명)는 “지난 2018년 초 임대사업자를 등록하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를 듣고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했다”며 “절세 혜택은 잠시 정부가 돌연 입장을 번복 한데 이어 이제는 보유세 등 매년 보유세 등 원천징수액이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늘어나는 세부담에 임대사업 주택을 팔려고 해도 팔지도 못하고 하고 월세 임대료도 못 올리게 돼 있다. 임대사업자는 완전히 속았다”며 “이것이야 말로 정부가 세수를 늘리기 위해 국민들 상대로 벌인 사기가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정반대 개념이 정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또 한 번의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인 공급을 늘리는 내용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임대주택활성화 정책으로 약 145만호의 가구가 임대주택으로 묶여 있는 상태다”며 “특히 정책 발표 당시 8년 이상의 경우 장기보유 특별공제 등의 혜택을 부여한 바 있어 8년 짜리로 등록한 매물이 많아 당분간 매물 침체가 이어져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적 가까운 시일인 4년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이 만료되는 2022년이 오더라도 지금과 같은 기조라면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보유세 만큼 양도세 역시 높은데다 집값이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대사업자 등록 없이 단순 임대료 중과를 선택할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현재의 임대주택사업자 활성화 정책은 임대주택등록사업자 간에서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러한 허점 등을 보완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태용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